대구경북 행정통합 찬반양론, 실질 대책은 미비
상태바
대구경북 행정통합 찬반양론, 실질 대책은 미비
  • 조준희
  • 승인 2021.04.20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청 소재지 안동시·예천군 반발 심해
“행정통합, 지역 발전으로의 연계는 미지수”
북부지역 발전에 4대 분야 34개 사업안 제시
시도민 공감 없는 ‘졸속 추진’에 비난 봇물
안동시의회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동시의회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해 9월 대구경북연구원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를 구성해 행정통합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 공론화위(공동위원장 김태일 하혜수)는 지난달 2일 행정통합 목표와 방향을 담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지방의회의원과 지역민 반발이 커지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2019년 12월 ‘대구경북 행정통합 연구단’을 만들며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 4월 발표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기본구상안’은 ▲갈수록 심화하는 수도권 블랙홀 ▲산업 경쟁력 약화와 지역경제 위축 ▲경제생활권과 행정구역 범위 불일치에 따른 주민 불편 가중 등을 행정통합 이유로 들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를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통합하자는 안이다. 연구단 측은 공론화위원회 운영부터 다음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지사를 뽑는 일정까지 계획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10월 “대구경북특별자치도 방식은 4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며 “특별자치시 또는 특별광역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정은 안동시·예천군으로, 대구시는 문화·경제·금융 중심으로 가자”고 밝힌 바 있다.

안동시·예천군 반발, “도청도 있는데…”

2016년 경북도청이 안동시·예천군 접경지역으로 이전하며 경북 북부지역 발전 기대를 품고 있어 지방의회의원과 지역민이 행정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광택 경북도의원은 도정질문에서 “경북도청 신도시 인구가 2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며 “자칫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경북도청 신도시와 경북 북부권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동 국회의원도 “행정통합이 지역 발전으로 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고 대구로 인구 블랙홀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지방 분권과 어긋날 수도 있다”고 행정통합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동시의회 소속 의원 18명은 경북도청과 안동시청 앞, 옥동사거리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행정통합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반대 제4차 촉구건의안을 행정안전부와 대구시·경북도에 전달했다.

김호석 안동시의회 의장은 언론을 통해 “안동시와 예천군에 많은 예산을 들여 신도시를 조성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활성화가 더디다”며 “대책 없이 통합이 추진되면 지역 균형발전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예천군의회 측도 “주민과 사전 협의 없이 두 단체장의 독단적 결정으로 시작한 행정통합 추진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밝혔다.

시도민 찬반 여론 팽팽

공론화위가 지난 2월 16일부터 나흘간 한국리서치와 실시한 여론조사(대구경북 성인 2천 명 대상) 결과 행정통합 찬반은 각각 40.2%와 38.8%가 나왔다. 찬성 이유로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정부 구성으로 국가균형발전 도모’(28.1%)가 가장 많았다. ‘시도 통합을 통한 도시와 농촌의 상생발전 도모’(27.1%)도 뒤를 이었다. 구미시를 중심으로 한 경북 서부지역과 대구권은 대체로 찬성이다.

반대 이유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 같아서’(38.3%), ‘통합에 따른 경제·산업 발전 성과가 크지 않을 것 같아서’(29.6%)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환범 영남대 교수는 “경제 협력 약화가 행정통합이 안 된 탓이라는 주장이 논리가 맞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예산이 합쳐지지 않고 오히려 예산이 줄어드는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통합이 가져올 경제 성장과 경쟁력만 강조해선 안 된다.

공감도 준비도 부실한 행정통합

공론화위는 지난달 4일부터 9일까지 대구경북 4개 권역(대구권, 동부권, 서부권, 북부권)으로 나눠 시도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동시가 중심인 북부권 회의는 경북도청에서 열었다. 지난 토론회와는 달리 북부권 발전 방안으로 4대 분야 34개 사업안을 제시했으나 두 단체장의 하향식 추진에 항의가 빗발쳤다.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북산학혁신캠퍼스 조성이라든지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이나 안동대를 중심으로 한 치과대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왜 통합하기 전에는 할 수 없냐”며 “대구경북이 통합되면 경북도청을 중심으로 북부권에는 블랙홀 현상이 일어난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18일에는 공론화위가 시도민 숙의 토론조사를 생략하고 지금까지 토론회와 여론조사만으로 방향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공론 숙의 과정을 진행하기에 제약이 많고 찬반 여론도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론화위 측은 “코로나19로 숙의 과정에 제약, 지역사회 관심 미흡,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찬반 여론 대립 심화, 정치사회로 균열 확산 심각 등으로 숙의토론조사 결과 수용성과 공감, 효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밑바탕이 부족한 상태에서 권 대구시장 임기와 정치적 일정만 고려해 성급히 추진했다는 점이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2006년 기초자치단체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통합 사례를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입해봐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평균 임금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단체장의 권한도 커졌지만 주민 자치권이나 결정권은 변하지 않았다. 행정통합 시 인구 500만 명이 넘고 면적도 우리나라 20% 상당을 차지한다. 행정통합 찬성 측은 지역내총생산(GRDP)이 165조 7,000억 원(전국 8.7%)으로 경기도와 서울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가 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서울시 GRDP 합이 전국 52%인 것을 보면 대구경북 전국 3위는 의미 없는 수치로 보인다.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고 행정통합을 성급히 추진해선 안 된다. 대구경북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는 건 맞지만 행정통합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미 차려놓은 정책이나 사업도 매듭짓지 못한 채 행정통합에 매달리는 것은 단순한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