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사랑, 원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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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한 사랑, 원이 엄마
  • 김혜미
  • 승인 2021.04.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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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으로 보존한 유물
만들긴 했으나 방치된 공원
원이엄마 테마공원 옆에 세워진 '원이엄마 상'이다.
원이엄마 테마공원 옆에 세워진 '원이엄마 상'이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읽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구절은 원이 엄마 편지 첫 부분을 풀어쓴 문장이다. 이는 1998년 4월 안동시 택지 개발 계획 진행 중 고성이씨 집안의 이름 모를 무덤과 함께 발견됐다. 412년간 무덤 속에 있다가 우연한 기회로 빛을 보게 된 이 편지는 잔잔하면서도 큰 울림으로 다가와 가슴을 친다. 봄바람이 하늘하늘 불어오는 4월, 남편을 사랑하는 원이 엄마의 마음을 찾아 떠나 보자.
 
원이 엄마 이야기
안동시 정상동 일대 발굴 사업을 하다 조선 시대 때로 추정되는 미라와 함께 당시 복식이 묻힌 무덤이 발굴됐다. 이를 우리대학 박물관 측에서 맡아 분석했다. 무덤 주인은 키 180cm 정도의 건장한 남자, 이응태로 장례 당시 염습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이응태의 외로움을 달래 주려는 듯 무덤 안엔 여러 유물이 함께 묻혀 있었다. 유명한 원이 엄마 편지, 아우의 죽음을 애도하며 적은 추도시, 아버지와 주고받던 각종 서신, 그리고 가족의 옷가지와 미투리 등 가슴을 울리는 유물이 많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무덤의 주인도,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 있게 됐다. 그 중 원이 엄마 편지에는 남편을 향한 사랑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죽은 남편을 따뜻하게 품듯 가슴을 덮고 있던 편지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나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와 같은 애틋한 구절로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또한 남편이 쾌차하길 바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는 결국 신어 보지도 못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는 KBS TV 추적미스터리 ‘미라 그것이 알고 싶다’(1998년 5월 28일)와 역사스페셜 ‘조선판 사랑과 영혼’(1998년 12월 12일)에 소개돼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연극·소설·그림 소재로 활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미투리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저널 『내셔널지오그래픽』 2007년 11월호와 고고학 잡지 『앤티쿼티』 2009년 3월호, 중국 CCTV-4 등에 소개돼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국내에선 「능소화」라는 소설로 재탄생했다.
 
애틋한 부부의 사랑을 느끼는 공간
안동시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월영교는 원이 엄마 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기리며 만든 나무다리다. 이는 2003년 개통됐고 길이 387m, 너비 3.6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며 미투리 모양을 담았다.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가면 원이 엄마 테마길이 반긴다. 원이 엄마 테마길에는 사랑을 담는 병이라는 뜻의 상사병을 판매하며 이 병에 사랑을 담아 자물쇠처럼 걸어두는 곳이 있다. 또한 한쪽에는 원이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 반대편에는 안동호가 있어 사랑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동시청은 지난해 10월 9일 월영교 주변 야간경관 개선을 위해 ‘선비이야기여행 월영교 빛의 정원 조성사업’을 완료했다. 기존 영락교와 월영공원은 밤에 매우 어두워 일찌감치 발길이 끊겼다. 더불어 영락교·월영공원과 월영교·개목나루의 야간경관이 연계되지 못하고 단절됐다. 이 점을 고려해 수목등, 라인조명, 지중등을 설치하고 월영공원 수변산책로에 벤치를 확충하며 ‘빛의 정원’을 조성했다. 정은혜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확실히 늘었다고 말할 순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야 관광객도 많이 늘어나 관광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4월 안동시 정하동 귀래정 인근 2,118㎡ 상당 부지에는 ‘원이 엄마 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에는 총사업비 14억 8,000만 원을 투입해 원이 엄마 편지글 조각상과 현대판 번역본, 쌍가락지 조형물, 수경계류시설, 반원형 야외무대를 설치했다. 원이 엄마 편지글 조각상은 가로 58.5cm, 세로 34cm의 거대한 돌에 원본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은 듯한 모습이다. 바로 옆에 현대어로 풀어쓴 편지글이 나열돼 있다. 공원 중앙에는 옥색 쌍가락지 조형물이 있고 그 아래 원이와 원이 엄마 모자상도 볼 수 있다. 한쪽에는 정자 주변으로 물이 흐를 수 있게 계류시설이 있는데 마치 포석정을 연상시킨다.
공원 바닥에는 땅따먹기나 ㄹ자 놀이 외에도 다양한 추억의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간이 오래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페인트가 지워졌고 그대로 방치됐다. 남예원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원이 엄마 테마공원 관리는 기간제 근로자를 따로 고용해 진행 중이다”며 “추억의 놀이는 아직 민원이 들어온 바가 없어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추후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412년간 땅속에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름답고도 애틋한 부부의 사랑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학업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치이는 요즘, 잠시 학교를 떠나 원이 엄마 테마공원·길로 간다면 마치 능소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며 힐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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