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는 대학, 대학의 위기인가 지자체의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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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받는 대학, 대학의 위기인가 지자체의 위기인가
  • 이철승
  • 승인 2021.04.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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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로만 치부하기 어려워
학교 밖에서도 위기원인 찾아봐야

-‘사느냐 죽느냐’ 지방대 생존기 2편-

우리대학에서 터미널로 가는 1번 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터미널로 가는 1번 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신입생 등록률 72.9%. 우려가 현실이 됐다.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의 전국적 위기로 치부하기엔 다른 대학과 비교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타 지역 4년제 국립대와 비교했을 때는 물론 대구·경북지역 4년제대와 비교해도 가장 낮은 등록률이다.    

우리대학 역시 심각함을 느끼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위기극복에 나섰다. 학령인구 감소를 예상하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하다. 다만 유례없는 대규모 정원미달사태는 대학 내부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캠퍼스 바깥에서도 위기의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 ▲교통여건 ▲생활환경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우리대학을 둘러싼 위기요인을 살펴봤다.    

학령인구 감소가 문제일까

전국적으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학교가 속출했지만 우리대학만큼 등록률이 폭락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독 우리대학만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이유가 뭘까. 2018년 기준으로 작성한 ‘안동대 현황 분석’을 보면 ‘경북북부지역 11개 시·군 모두 지방 소멸 위험지구로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 환경’이라는 문장이 있다. 우리대학 재학생 상당수는 대구경북 출신이다. 지난해 신입생 59%가 대구·경북 출신 학생인 만큼 경북지역 인구소멸현상은 우리대학과 무관하지 않다. 경북지역 인구수는 264만 명으로 17개 광역시·도 중 6위지만 인구를 지역면적으로 나눈 인구밀도는 k㎡당 141명으로 뒤에서 두 번째다. 경북지역 인구감소 심각성은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매년 발표하는 ‘소멸위험지수’로 확인할 수 있다. 소멸위험지수란 20-39세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수치다. 소멸위험지수가 1.0 아래로 떨어지면 해당 지역이 쇠퇴위험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고 0.5 이하로 떨어질 경우 소멸 위험 지역, 0.2 미만일 경우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북도 내 7개 군(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청도군, 봉화군, 영양군, 영덕군)이 소멸 고위험 지역, 12개 시·군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안동시 역시 0.38로 소멸 위험 지역에 해당한다. 경북도 전체 소멸위험지수 역시 0.45에 달한다.   경북지역 인구감소 외에도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가 타 지역 학생 입학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병규 대외협력본부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거 부울경, 수도권 등 타 지역 학생이 45%를 차지했다. 타 지역 대학도 정원미달을 겪으며 근거리에서 갈 수 있는 비슷한 수준의 학교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안동

수도권 과밀화가 계속되며 ‘서울과 가깝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 경쟁력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대구·경북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 학생 입학유도는 필연적이다. 타 지역 학생에게 본가와 대학을 오가는 교통편은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우리대학 역시 2021학년도 입학 홍보에서 ‘청량리-안동 KTX개통! 서울에서 안동까지 단 2시간!’라는 문구로 편리한 교통을 강조했다.  

과연 KTX 개통이 수도권 학생을 이끌 매력요소가 될 수 있을까. 홍보 문구대로 현재 서울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면 안동역까지 2시간 4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전한 안동역은 우리대학과 동떨어진 송현동에 위치한다. 역에서 우리대학까지 운행하는 1번·11번 버스가 있지만 1번은 50분, 11번은 35분 소요된다. 급행 11번을 탑승할 경우 30분 안에 우리대학과 역을 오갈 수 있지만 운행횟수가 일 10회에 불과하다. 청량리역은 KTX가 정차하는 용산역, 서울역과 달리 서울 중심부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 서울 남부·강서·강북권역에 사는 학생이라 가정하면 집에서 청량리역까지 한 시간이 소요된다. 청량리역부터 대학까지 소요되는 3시간을 더하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4시간은 지나야 학교에 발 딛을 수 있다.

서울시를 벗어난 수도권지역에서 오려면 청량리역까지 가거나 시외버스를 타는 방법뿐이다. 우리대학 앞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지만 대부분 노선이 안동터미널에 정차한다. 안동역과 마찬가지로 터미널도 송현동에 위치해 학교까지 40분가량 소요된다. 수도권 주요도시 버스터미널에서 안동터미널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인천버스터미널에서는 3시간 50분, 성남버스터미널에서는 3시간이 소요된다.

경북도와 안동시도 이러한 불편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역 발 중앙선 KTX 이음 열차 운행 횟수를 일부 조정해 서울역에서 출발하도록 하는 운행구간 연장을 논의 중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중앙선(청량리-안동) KTX 운행을 앞두고 “청량리역 발 운행 횟수 일부를 서울역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공문을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에 전달했다. 지난달 17일 김형동 국회의원은 “안동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운행하는 중앙선 KTX 이음 열차가 서울역까지 운행할 수 있도록 운행구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김 의원은 기존 광주 송정역-용산역 노선에 서울역 발 열차를 일부 추가한 호남선 KTX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현재 호남선 광주 송정행 KTX는 주말 31회 가운데 7회, 평일 29회 중 7회를 서울역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철도공사는 중앙선과 서울역을 이을 경원선 구간 선로용량이 포화상태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한국철도공사 자료를 근거로 “선로용량과 운행 횟수만 놓고 본다면 21~25% 정도 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원선 구간 하루 선로용량은 163회이고 실제 경원선 구간 운행횟수는 주말 하루 128회, 주중 하루 122회이다.    

안동시는 동서횡단철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년에 수도권(수서역)과 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철도가 개통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문경역과 안동역을 잇는 동서횡단철도 54km를 건설해 수서역과 안동역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수서와 안동을 연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낙후한 경북 북부지역에 균형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아직 복선화되지 않은 중앙선 단양-단촌 구간이 완전히 개통되면 청량리-안동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철도교통을 개선해도 안동역과 동떨어진 우리대학 위치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역과 가까운 경북도청 신도시 캠퍼스 추진 안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전혀 없다.    

안동대생은 어디 가서 놀아요?

대학 소재지는 학업의 장 이전에 4년 이상 생활할 삶의 터전이다. 학교 주변 상권과 생활환경 역시 대학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대학 교통환경을 두고 김두원(멀티미디어·18) 학생은 “터미널과 학교를 오가는 11번 버스를 더 자주 운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번 버스 역시 우리학교와 터미널을 잇지만 11번 버스보다 20분가량 더 소요된다. 또한 “병원이 너무 멀고 심지어 약국도 없다. 학내 보건소가 있지만 전문적인 진료는 불가능하다”며 의료 환경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우리학교 근처에는 약국과 병원이 전무하다. 학내 보건소에서 간단한 처방이 가능하지만 제대로 된 진료를 위해서는 용상동까지 15분가량 버스를 타야한다.        

대학가 식당과 술집을 제외하면 우리대학 근방에는 이렇다 할 번화가가 없다. 시내버스 기준으로 대형 할인점이 위치한 원도심까지 20분, 번화가 옥동까지는 45분을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타 지역 대학은 어떨까? 경북지역 외 지역중심국공립대학인 강릉원주대, 군산대, 순천대, 목포대의 생활환경(의료시설·유명 프랜차이즈 매장·멀티플렉스 영화관·대형할인점 입점 위치)을 비교해봤다.  

강릉원주대(강릉캠퍼스)는 1km 근방에 약국과 병원, 버거킹,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다. 강릉원주대에서 CGV와 홈플러스가 위치한 번화가까지는 버스로 20여 분이 소요된다.  

군산대는 정문에서 200m만 걸으면 병원과 약국이 나온다. 인접한 번화가는 나운동과 수송동이 있다. 롯데시네마와 CGV가 있는 나운동은 버스로 20여 분 소요된다. 나운동과 맞닿아있는 수송동에는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주점과 식당이 줄지어 번화가를 이룬다. 순천대는 순천시보건소와 약 500m 떨어져있다. CGV는 버스로 12분이면 도착한다. 이마트, 홈플러스, 맥도날드, 메가박스가 모인 순천역 상권까지는 20여 분, 순천의 번화가로 꼽히는 조례동까지는 30여 분이 소요된다.   목포대(도림캠퍼스)는 번화가로 꼽히는 평화광장과 50분 이상 떨어져 있다. 우리대학과 비슷하게 대학 근처에만 주점, 식당, 카페 등이 작게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문에서 약 350m 거리에 병원과 약국이 있다.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 나가야 이마트와 메가박스에 갈 수 있지만 학교 앞에 시외버스 정류소(청계정류소)가 있어 접근성이 비교적 양호하다. 청계정류소에서 시외버스로 22분이면 목포터미널에 도착하고, 1시간 15분이면 광주종합터미널에 도착한다. 영덕·포항 등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반드시 터미널을 거쳐야하는 우리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리한 교통 환경이다.  

안동형 일자리, 구원투수 될까

학생이 대학을 찾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취업창업진로본부가 실시한 신입생 실태조사 결과 입학 목적을 ‘취업에 도움’이라고 말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 많은 학생이 취업능력을 길러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학을 선택한다. 그러나 우리대학 취업률은 2020년도 기준 53%로 전국평균 63%와 큰 차이를 보인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인구 감소와 청년인구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북도의 인구는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015년에 비해 6만 4천 명 가량 떨어진 263만 9천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북도 전입자수에서 전출자수를 뺀 인구 순이동은 –1만 7천 명에 달한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을 위해 안동시는 대학, 중소기업,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는 ‘안동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64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1,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며 향후 10년 간 안동시 가용예산 10%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으로 인력 1만 명을 양성하고 인구 30만 중소도시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대학중심이라는 계획에 걸맞게 우리대학 본부에 안동형 일자리 사업단을 설치했다. 지난달 16일 개소한 안동형 일자리 사업단은 ▲AI융합교육센터 ▲창업커뮤니티센터 ▲스마트팜농식품소재센터 ▲바이오백신센터 ▲문화관광센터를 꾸리고 우리대학 교수를 각 센터장에 임명했다. 안동시는 올해 예산 4억 9,200만 원을 확보해 청년 1인당 최대 6개월간 ‘지역기업 장·단기 인턴십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지난 2월 우리대학,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업무협약을 맺으며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역 청년 30명 인턴채용과 경력증명서 발급, 정규직 채용 시 서류심사 우대를 약속했다. 과연 안동형 일자리 사업이 우리대학 학생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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