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우리대학, 갈등보단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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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우리대학, 갈등보단 대책을
  • 이철승
  • 승인 2021.04.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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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끈 내년 학사구조개편안
추가 구조조정 논의는 난항 예상

2022학년도 학사구조개편안이 완성되며 한고비 넘겼지만 우리대학이 넘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2023학년도 개편안, 나아가 대학의 전반적인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논의를 주도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두고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지난달 16일 ‘입시대책’과 ‘장기적인 대학 체질개선안’ 수립을 목적으로 비대위가 출범했다. 당초 총장지명 2인, 단과대별 추천 6인, 교수회지명 1인으로 총 9인의 비대위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교수회가 본부의 일방적인 인원편성이라며 반발했고 교수회지명 한 자리를 포기했다.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8인 체제로 네 차례 비대위 회의를 진행했다.        

본부 향해 목소리 높인 교수회

1차 비대위 회의가 열린 지난달 16일, 교수회는 국제교류관 대회의실에서 전교교수 비상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안상준 교수회장의 경과보고와 21학년도 신입생 미충원 사태 분석으로 시작했다. 안 교수회장은 본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해 창의융합학부 개편 및 구조조정을 본부에 요구했으나 본부가 ‘대학기본역량진단에 악영향을 준다’며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부와 수차례 면담을 통해 본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총장의 교수회의 개최를 촉구했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일부 교수는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는 본부’, ‘본부에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도 묵살당한다’며 폐쇄적인 본부 의사결정을 두고 불만을 토로했다.

창의융합학부 설립으로 대표되는 지난 2017년 구조조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창의융합학부를 위해 기존 학과에서 반강제적으로 정원을 가져가 놓고 돌려주지도 않는다’, ‘올해 미달사태는 구조조정 실패의 결과다’, ‘이미 구조조정에 실패한 본부를 더 이상 신임할 수 없다’며 본부 주도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이 속출했다. ‘본부가 아닌 교수회가 비대위를 주도해야 한다’, ‘비대위 역할과 권한을 분명히 하고 교수회가 본부와 동일한 비율로 참여해야 한다’며 본부를 향한 불신은 비대위 구성까지 이어졌다.  

불신과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본부 의견을 충분히 듣고 급한 불부터 꺼야한다’, ‘교수회 전체 의견 수렴이 아닌 교수회장의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회의 참여 인원이 의결정족수에 못 미치는 50여 명에 불과해 현장에서 의사결정이 불가능했다. 결국 ‘총장 신임 여부를 투표하자’와 ‘비대위 인원 구성을 본부와 교수회 5:5로 가져가자’는 대략적인 결론만 도출했다. 안 교수회장은 17일 전 교수에게 총장 거취와 비대위 인원구성에 대한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부 “위기상황 수습이 먼저”

교수회가 본부 혁신을 주장하는 가운데 본부도 입을 열었다. ‘본부가 창의융합학부를 무책임하게 방관한다’는 의견에 대해 권순태 총장은 “전 주기에 세운 발전계획에 대한 평가가 다가오는 대학기본역량진단 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창의융합학부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올해 대학기본역량진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간 정원조정에 소극적인 이유를 밝혔다. 결국 본부는 2022학년도 학사구조개편안에서 창의융합학부 정원을 220명에서 85명으로 대폭 감원하며 의견을 수용했다.    

본부의 폐쇄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묻자 권 총장은 “교수는 물론 학내 모든 구성원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것은 총장으로서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본부 보직자가 고인물 인사, 인맥 인사라는 비난에 “학연이건 지연이건 총장이 개인적으로 임명한 인사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교수회가 주장한 본부와 교수회 5:5 비대위 구성안을 두고 권 총장은 “총장지명이 2인이지만 본부 대표 1인과 소속단과대가 없는 창의융합학부 대표 1인일 뿐이다”며 “나머지 여섯 자리는 각 단과대의 입장을 대표하는 교수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회에 2~3자리를 드릴 의향도 있다. 대학을 위해 힘을 합쳐야지 교수회와 본부가 대립 구도를 형성하면 안 된다”며 5:5 비대위 구성안에 난색을 보이는 동시에 교수회와 협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본부는 4월 이후 교수회와 협의를 통해 다시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본부를 압박하던 교수회도 대학구조개편의 시급함에는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가 학과별 의견을 수렴해 만든 2022학년도 학사구조개편안이 지난달 24일 교수평의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교수회 입장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혼란 속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

하루가 멀다하게 대책회의를 열고 학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상황이지만 학생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학생의견이 어떻게 수렴되고 있나’는 질문에 본부는 매년 실시하는 학생만족도조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교수회 역시 끊임없이 본부 개선을 요구하며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학생 의견 수렴과 동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 현수막을 걸어 온 대학에 비상교수회의 개최를 알렸으나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학생은 알 길이 없다. 학생의견을 대표하는 총학생회 역시 본부나 교수회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   우리대학의 미래를 두고 혼란과 위기가 가중될수록 학생의 마음은 점점 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권 총장은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이라는 말이 있다. 위아래가 모두 같은 마음을 가져야 승리할 수 있다. 지금은 학교를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며 학내 구성원을 향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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