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보다 심한 ‘단풍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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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보다 심한 ‘단풍이야기’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1.04.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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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게임회사 직원들은 출퇴근길에 눈치 보기 바쁘다. 회사 출근길에 있는 커다란 전광판을 단 트럭 때문이다. 트럭엔 여태까지 자신들이 개발하고 운영해왔던 게임을 비판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어쩌다 대한민국 게임 업계에 이런 사태까지 온 것일까?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게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은 무려 15년 전인 2006년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사행성 도박 게임인 ‘바다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이후 대표이사의 구속과 함께 당시 세계최초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고 특히 사행성과 관련된 부분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러나 1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며 게임도 진화했다. 특히 국내의 게임회사는 낡은 법의 구멍을 빠져나가는 다양한 수익구조형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법에는 현금으로 결제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에는 확률을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현금으로 획득한 게임 내 재화를 통해 다시 확률로 얻는 아이템에 대해선 다른 확률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 똑같이 돈을 투자하는 확률형 아이템이지만 과정을 조금만 우회해도 쉽게 법을 피해갈 수 있다. 이러한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게임의 예시로 리니지의 2중 확률형 시스템이 있다. 낮은 확률을 통해 얻은 게임 내 아이템이 또다시 낮은 확률을 통해 획득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리니지의 수익구조는 지난해 리니지를 개발한 NC소프트의 연간 매출액이 2조 4,000억에 달하게 했다. 이에 속은 리니지 유저들 통칭 ‘린저씨’들은 유저 한 명당 평균 하루 24만 원이나 과금하고 리니지의 하루 매출이 41억이나 되는 업적을 세웠다.
매우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출시해 유저가 과금하도록 만든 후 그 아이템을 강제로 하향시키는 것이다. 게임 내 벨런스를 잡기 위한다는 변명과 함께 환불도 못 하게 만든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성능이 좋은 아이템을 파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선례는 선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명백한 위법행위를 벌인 회사도 존재한다. 확률을 거짓으로 공개하고 실제 확률을 조작한 게임도 있기 때문이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와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1~25가 쓰여있는 5X5 빙고 게임이 있다. 그렇다면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당연히 25분의 1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게임회사가 특정 숫자의 확률을 고의로 줄여 빙고가 완성되기 어렵게 미리 설정해둔 것이다. 이러한 치밀한 계산은 대표적인 도박 중 하나인 슬롯머신에도 적용되어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수법이다. 특히 메이플스토리는 유저들이 몇 년 동안 확률조작에 대해 확률이 이상하다고 말했으나 정상적이라는 대답으로 함축했다. 그러나 이번 게임회사들의 연이은 논란과 게임법 개정안이 자신들의 숨통을 조여오자 그제야 확률에 조작이 아닌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처럼 당장의 수익만을 내다본 넷마블  NC소프트  넥슨(줄여서 3N)은 현재 3사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유저들의 참아 왔던 분노가 게임법 개정과 함께 터지는 것이다. 반면 ‘로스트아크’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유저 친화적인 운영을 해 온 덕택에 유저들이 감사의 의미로 커피 트럭을 보낸 훈훈한 사례도 존재한다. 어느 날 한 유저가 “이렇게 운영하면 수익이 남기 힘들 텐데 회사에 무엇이 남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로스트아크 개발자인 금강선 디렉터는 “여러분들이 남습니다.”라고 말한 일화는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요즘은 중국과 일본  미국과 같은 전 세계의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넓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이 다양해졌다. 이러한 현실에서 당장 눈앞의 수익과 성과를 바라보기만 하는 대한민국의 게임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동영(응용신소재·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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