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지방대, 우리대학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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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 떨어진 지방대, 우리대학은 안전할까?
  • 이철승
  • 승인 2021.03.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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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대입정원과 학령인구 역전
17개 대학은 경쟁률 1대 1보다 낮아
자퇴생 증가, ‘탈안동’ 외치는 학생들

-‘사느냐 죽느냐’ 지방대 생존기? 1편-
대학교육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외치던 대학혁신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젠 정원 감소와 구조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급감하는 인구와 4차 산업혁명은 전례없는 심각한 위기다. 지방대의 위기는 비단 학교 하나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가 무너지면 지방이 무너지고, 지방이 무너지면 나라가 흔들린다. 대학이, 지자체가, 국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방대 혁신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네 차례 기획연재로 우리대학, 경북도와 안동시, 국가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지난달 25일 어학원 시청각실에서 캠퍼스 마스터플랜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달 25일 어학원 시청각실에서 캠퍼스 마스터플랜 공청회가 열렸다.

지방대가 소멸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히 나온 이야기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124개 지방 소재 대학 중 57.3%인 71개교 경쟁률이 3대 1 미만으로 사실상 미달을 기록했다. 그중 1대 1의 경쟁률도 달성하지 못하며 정원미달에 직면한 대학은 17개교로 지난해보다 10곳 늘어났다. 수시모집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방대 수시 이월 인원은 지난해 2만 1,818명에서 올해 3만 2,330명으로 1.5배가량 늘어났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대학의 저조한 입시 경쟁률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국립대는 사정이 비교적 나은 편이다.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 1대 1 미만을 기록한 17개교를 비롯해 정원미달에 직면한 학교 대부분은 사립대다. 대부분 국립대는 경쟁률 2대 1을 넘기며 간신히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국립대라고 마냥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지방국립거점대를 제외한 지방소재 국립종합대(지방국립대) 8곳과 비교했을 때 우리대학 2021학년도 정시경쟁률은 최하위다. 
지방국립대중 1점대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은 군산대와 우리대학 뿐이다. 학과별 경쟁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시 가·나군 일반학생전형 52개 모집단위 중 14개 모집단위가 1대 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10개 모집단위가 인문예술대다. 인문예술대 평균 경쟁률은 0.72대 1로 국어국문학과(2.43대 1)를 제외한 모든 학과가 1대 1 안팎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시모집에서 3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모집단위는 단 7개에 불과했다.  

2021학년도 지방국립대 정시모집 경쟁률
2021학년도 지방국립대 정시모집 경쟁률

신입생 유치경쟁, 장학금이 해답?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은 신입생 모시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신입생에게 특별한 조건 없이 입학만 해도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학이 속출했다. 지난해 수시모집에서는 모 지방대가 최초 합격 등록자에게 55만 원 상당 휴대폰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학금을 이용한 신입생 유치에 지자체도 거들었다. 해당 지역 고등학교 졸업자가 같은 지역 대학에 입학하거나 타지역 학생이 해당 지역으로 전입할 경우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원광대와 익산시의 경우 타 시군에서 익산시로 전입한 학생에게 장학금 최대 100만 원 지급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익산지역 학생이 원광대에 진학할 경우에도 특별장학금 100만 원을 지급한다.
우리대학 역시 신입생 유치를 위해 장학금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1학년도 정시모집 등록자에게 1인당 학업성취 장학금과 지역근착장려 장학금으로 최대 50만 원을 지급한다. 학업성취 장학금 지급 기준은 2021학년도 1학기에 12학점 이상 이수 및 평균 평점 2.0 이상 달성이다. 신입생이 일반적으로 학기를 마칠 경우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역근착장려 장학금은 학업성취 장학금 지급 대상자 중 2021년 6월 31일 기준 주소가 경북도인 학생에게 지급한다. 경북도 출신 학생의 경우 자동으로 지급하고 타 지역 출신 학생도 주소지만 옮긴다면 확정적으로 50만 원을 지급받는다.      
풍부한 장학금 지급이 신입생 유치의 해답일까. 2020학년도 신입생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35%가 입학 동기로 ‘등록금이 저렴해서’라고 답했다. 반면 ‘취업 전망이 좋아서’는 8.6%, ‘교육 시설이 좋아서’는 2.0%에 불과했다. 과연 학생들이 우리대학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비싼 등록금 때문인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 연평균등록금은 374만 9,569.8원으로 전국 대학 평균등록금 671만 6,411.8원과 국공립 대 평균 등록금 421만 6,810.6원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굳이 장학금을 내세우지 않아도 저렴한 등록금이다. 그렇다고 장학금이 적은 것도 아니다. 재학생 1인당 장학금은 303만 3,009.6원으로 국공립대 평균 장학금 277만 8,366.2원보다 많다. 저렴한 등록금을 고려하면 이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칠라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이에 못지않은 문제가 바로 재학생 이탈이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탈안동’이라는 단어와 함께 자퇴나 재수, 타 대학 편입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해마다 400명 넘는 학생이 우리대학을 떠났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재적 학생의 5% 가량이다. 2016학년도와 2020학년도를 비교했을 때 신입생 모집정원은 1,488명에서 1,461명으로 27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재적 학생은 1만 166명에서 8,692명으로 1,474명 감소했다. 재학생 역시 6,415명에서 5,862명으로 553명 감소했다.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 수는 큰 차이가 없는데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은 점점 줄어든다. 아무리 신입생 유치에 힘쓴다 한들 우리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지 않고 중도 이탈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탈 학생에게 들어간 장학금 역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셈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새로운 대안?
이미 수년 전부터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을 돌파구로 삼고자 했다. 교육부 차원에서 지방대 정원확보를 위한 대책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국내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10만여 명에 이른다. 우리대학 역시 2017년부터 대학의 국제화를 표방하며 유학생 인원 확대를 외쳤다. 2017년 외국인 재적 학생은 92명, 외국인 재학생은 79명이다. 당초 목표한 외국인 재적 학생 수는 2020년 124명, 2022년 140명이다. 하지만 2020년 외국인 재적 학생 수는 80명, 재학생은 50명이다.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 것은 물론이고 지방국립대 8곳과 비교해도 가장 적다. 우리대학을 제외한 모든 지방국립대에 외국인 유학생 150명이상 재학 중이다. 우리대학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점을 고려해도 유의미한 차이다.
지난달 17일 우리대학은 2020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대학으로 선정됐다. 교육부가 진행하는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제는 불법체류율과 의료보험가입률, 유학생 등록금 부담률, 중도탈락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관련 정책·사업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유학생 사증 발급 심사기준 완화와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이번 인증으로 우리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가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장기 발전을 준비하는 우리대학 
우리대학은 급속한 외부환경 변화와 대학입학 자원 급감에 대응하고 있다. 2017년부터 중장기 발전계획을 담은 ANU2025 대학발전계획 2.0(ANU2025)이 추진 중이다. ANU2025는 ▲연구·산학 협력 고도화 ▲맞춤형 지역협력 ▲대학경영 혁신조직 ▲창의교육을 4대 전략으로 삼고 있다. 
연구·산학 협력 고도화의 실적은 연구 성과나 기술이전 등으로 나타난다. 이 중 학생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생명 산업 분야 특성화를 위한 생명과학대학 신설과 특성화학과 지정이다.
맞춤형 지역협력은 지역인재 육성과 지역산업 발전이 주요 추진내용이다. 장기적으로 지역 학생 유치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당장 신입생 유치와 재학생 이탈방지에는 큰 영향이 없다.
대학경영 혁신조직에서 눈여겨볼 내용은 ▲대학구조 개혁 ▲학사제도 개혁 ▲자랑스러운 캠퍼스 조성이다. 2019년 기존 7개 단과대를 6개로 재편하고 창의융합학부를 설립해 대학구조개혁을 이뤘다. 2017년 학사제도 개혁을 위해 자유전과제를 도입했다. 2019년 102명이 전과해 학과 간 장벽 완화에 기여했다. 또한 융합전공제도를 확대해 2018년 이후 14개 융합전공을 신설했다.
자랑스러운 캠퍼스 조성은 소식이 요원하다. 지난해 5월 우리대학은 경북도청 신도시 캠퍼스 조성 추진 계획안을 도에 전달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캠퍼스 부지 선정과 500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22년 설계완료, 2025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창의교육은 학생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분야다. 교육지원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17년부터 ▲자연1호관 ▲체육관 ▲지역협력관 ▲창의융합관 ▲기숙사(솔뫼관)를 리모델링했다.
다양한 전공욕구 충족과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다중전공제 활성화도 이뤄졌다. 2018년에는 77명, 2019년에는 80명이 복수·부전공 이수를 시작했다.
진로·심리 등 대학생활 안정 지원도 나름의 성과를 내세웠다. 2018년 진로·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 참가는 1,706건, 심리·정서 관련 상담 건수는 1,608건, 심리·정서 문제 해결 만족도는 84%였다. 2019년 심리·정서적 대학생활 안정 향상도는 121.7%를 기록했다.
대학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학생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적다. 학생 요구와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향후 대학발전계획에는 학생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 바라볼 문제   
저조한 경쟁률과 전국 평균에 10% 뒤쳐지는 취업률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대학이 교육환경이 나쁜 학교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지난해 중장기 발전계획에 편성한 예산은 300억여 원에 이른다.
대학자체재원 92억 원, 지자체 지원 27억 원, 교육부 지원 사업 130억 원, 기타 중앙부처 지원 39억 원을 받았다. 대학알리미에 공시한 218개 대학의 재정지원사업 수혜 실적 중 66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총교육비를 재학생 수로 나눈 학생 1인당 교육비 역시 상위권이다. 2020학년도 우리대학 1인당 교육비는 1,565만 9,714원이다. 전국 46개 국공립대학 중 16번째로 많은 액수다.
지방국립대 중 군산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우리대학의 교육환경과 재정 상태는 생각보다 양호하다. 적절한 예산집행과 발전계획이 갖춰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위기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주변 환경 문제를 의심해볼 차례다. 소속 지자체 인구밀도, 교통, 소재 기업 수 등은 대학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우리대학뿐 아니라 경북도·안동시의 지역적 한계와 문제점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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