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융합학부 학생회, 긴 산통 끝 출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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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융합학부 학생회, 긴 산통 끝 출범 성공할까
  • 이철승
  • 승인 2021.03.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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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3년 넘지만 선거 규정 불분명
자체 선거로 뽑힌 학생회는 표류

창의융합학부가 이번달 제1대 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만약 선거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설립 3년 만에 공식 학생회를 출범한다.
창의융합학부에는 매년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을 합쳐 220명이 입학한다. 1학년을 마친 후 다른 학과를 선택하지 않고 학부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는 학생은 해마다 2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동안 학과 하나를 훌쩍 넘는 규모의 인원이 제대로 된 발언대 하나 없이 방치됐다. 시간표가 자유롭기 때문에 학생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기도 쉽지 않다. 비대면수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생 의견 수렴과 빠르고 정확한 공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학부만 만들어 놓고 학생회에 무관심
첫 단추부터 단단히 꼬였다. 설립 3년이 지나도록 학생회 정식출범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설학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2020학년도 학생회를 선출해야 할 2019년 11월에 선거를 진행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대학 측은 학생회 출범 논의에서 한발 물러나 선을 긋는 모양새다. 당시 학부장인 태지호 사학과 교수는 학생회는 학생자치기구이기에 학교와 교수가 선뜻 나서서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송준협 학생처장 역시 “총학생회가 인솔을 돕고 추후 자체 학생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설립했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회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설립 후 3년이 넘도록 학생회 관련 규정 하나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 ‘학생단체의 조직과 활동은 보호 육성한다’는 학칙 제60조가 무색할 정도다.   

DREAM 구성과 출범실패     
창의융합학부생의 자체적인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창의융합학부생은 (준) 제1대 DREAM 창의융합학부 학생회(DREAM) 출범을 준비했다. 학생회 선거는 학부에 남은 2학년 학생 2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6명 중 20명(76.92%)이 투표한 결과 만장일치로 DREAM 측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제37대 W 총학생회 측은 DREAM 측의 선거 시행규칙 미준수라는 이유로 재선거를 지시했다. 20학번 신입생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학생회칙 상 휴학, 징계 상태를 제외한 모든 재학생은 선거권을 갖기에 통상 3월에 치르는 보궐선거의 경우 신입생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한다. 타 학생회는 보궐선거와 마찬가지로 3월에 치른 선거이므로 창의융합학부 20학번이 참여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총학생회 측은 타 학생회와 형평성을 이유로 DREAM의 출범을 불허했다.
1차적으로는 DREAM 측의 선거 시행규칙 미준수가 맞다. 그러나 DREAM 측도 억울한 입장이다. 선거 전 DREAM 측 정후보로 나선 이하늘(창의융합·19) 학생은 학생지원과와 총학생회를 만나 선거 개입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자체 선거를 진행했다.
하지만 선거 후 총학생회가 돌연 선거 시행규칙을 이유로 정식 학생회 인정을 거부했다. 통상적인 선거 시행규칙으로는 재선거가 필요하지만 사전에 명확한 논의도 없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들은 DREAM 측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결국 DREAM 측은 재선거를 거부했다. DREAM 측과 총학생회 측의 논의는 진전이 없었고 2020학년도가 끝나도록 공식 출범도 재선거도 이뤄지지 않았다. DREAM 측은 비공인 상태로 신입생 인솔과 실질적인 학생회 역할을 수행했다.  

호의적인 총학생회, 올해는 다를까?
총학생회 측은 창의융합학부 공식 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메일과 ‘창의융합학부 소속 총학생회 차장’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DREAM 측의 이야기는 달랐다. 이메일은 전달받은 바 없고 ‘창의융합학부 소속 총학생회 차장’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해당 차장은 창의융합학부에서 1학년을 마치고 타 학과로 학적을 옮긴 상태다. 창의융합학부 소속이 아닐 뿐더러 DREAM 측은 해당 차장에게 정확한 공지를 전달받지도 못했다.
이메일 공지 역시 정확한 발수신 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창의융합학부는 목소리를 낼 입도, 공지를 들을 귀도 없는 1년을 보냈다. 학생회를 선출했지만 학생회가 존재하지 않는 기막힌 상황이 낳은 촌극이다. 
제38대 오늘 총학생회가 선출되며 창의융합학부 학생회 출범 준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5일 이 학생과 이창수(식물의학·16) 총학생회장이 한차례 만남을 가졌다.
이날 이 회장은 창의융합학부 학생회 공식 출범 조건을 제시했다. ▲투표율 50% 이상 ▲찬성률 50% 이상 ▲21학번의 투표 참여가 이뤄진다면 창의융합학부 학생회 출범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건에 맞춰 학생회를 선출하면 창의융합학부는 학과(부) 학생회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전망이다.
전 총학생회와 갈등을 빚은 공지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 회장은 “현재 총학생회는 각 단과대 학생회장과 비상대책위원장이 모인 단체 대화방으로 공지사항을 알린다”며 “소속 단과대가 없는 창의융합학부는 따로 공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총학생회에서 창의융합학부생을 관리하고 돕기보다는 학생회 출범 후 자주적인 학부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학생회 출범을 두고 많은 어려움에 부딪힌 창의융합학부가 비로소 제1대 학생회를 출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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