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창의융합인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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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창의융합인재는 어디에
  • 이철승
  • 승인 2021.03.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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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포장한 창의교육
다중전공 의무화는 유명무실

우리대학 창의교육 핵심전략은 창의융합학부 신설이다. 매년 입학정원의 15%(220명)에 달하는 학생을 모집한다.
2019년 대학혁신사업 예산 12.9%에 해당하는 4억 3천 7백만 원을 창의융합학부에 지원했다. 지난해 예산 8,200만 원을 더해 총 5억 2천 9백만 원을 지원했다. 2년간 교육·연구 프로그램 개발비에 배정한 예산이 3,000만 원이 넘지만 교육과정과 전공선택 이후 관리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의욕적인 출범, 조용한 개선 
당초 창의융합학부의 설립목적은 ‘융합전공 이수 또는 다중전공 이수를 의무화해 미래지향 교육체계 구축 및 입학 경쟁력을 강화한다’다. 그러나 정작 설립 이후 ‘의무화’ 언급은 쏙 들어갔다. 2019년 대학혁신사업 계획서에는 ‘융합전공 이수 혹은 다중 전공 이수 의무화 권장을 통해 운영할 계획’라고 적혀 있다. ‘의무를 권장한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다.
현재 창의융합학부는 타 대학 자유전공학부와 다를 바 없다. 1학년을 마친 창의융합학부 19학번 220명은 26명을 제외하고 전부 타 학과로 학적을 옮겼다. 창의융합학부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26명은 반드시 다중전공을 이수해야 하지만 학적을 옮긴 학생은 다중전공 이수 의무가 없다.
창의융합학부 홈페이지에 ‘전과를 하더라도 창의융합학부에 입학한 학생은 주전공 외 부전공과 복수전공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창의융합학부의 의미가 창의융합인재 양성이 아니라 ‘자유전과 이용권’으로 변질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실패 가능성 예측 못했나
창의융합학부의 자유전공학부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최초 설립 의도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대책 없이 신입생 220명을 모집했지만 수용하고 관리할 교육여건도 준비하지 못했다. 타 학과(부)로 이탈을 예상했다면 최소 창의융합인재 양성이라는 설립목적에 걸맞게 학적을 옮긴 후에도 다중전공을 의무화했어야 한다.
이종길 기계교육과 교수는 창의융합학부의 대대적인 혁신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창의융합학부는 매우 잘못된 정책의 결과며 그 정체성이 매우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학부 입학정원 220명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거대규모다”며 “사상초유의 모집정원 미달에 학생 채우기만 급급한 존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창의융합학부는 2021학년도 수·정시 모집에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48명을 추가모집으로 이월했다. 자유전공학부와 다를 바 없는 현 상황에 “일반학과 어디에 지원하더라도 합격을 보장받는 현실에 굳이 창의융합학부로 입학해 2학년 때 전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대학도 현 상활을 인지하고 있다. 김현기 기획처장은 “당초 예상보다 타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았다”며 “학생이 믿고 선택하기에 창의융합학부의 커리큘럼이 다소 부족한 것은 맞다”고 했다. 이어 “송희헌 창의융합학부장과 함께 유동적으로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단지 발전을 위한 과도기로 치부하기엔 입학정원 15%와 5억이 넘는 예산은 뼈아픈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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