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미충원 사태와 총장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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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미충원 사태와 총장의 리더십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1.03.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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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이 코앞이다. 나무에 움이 트고 봄볕이 완연하다. 캠퍼스에 희망이 피어오를 때다. 그러나 잔인한 기억이 희망을 덮는다. 작년 이맘때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캠퍼스는 열리지 않았고 교수와 학생은 강의실을 잃었다. 커다란 충격이었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심에 짓눌렸다.
학생들이 캠퍼스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대로 대학교육의 기본틀이 바뀌는 건 아닐까? 대학교육의 무용론이 커지면 비수도권 대학은 존립할 수 있을까? 비대면강의(PPT 활용 강의, 동영상강의, 실시간 화상강의)는 필연적인 대안이었다. 2학기에 들어 겨우 부분적으로 대면강의를 회복했으나 역부족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전 세계에서 비대면은 미래사회의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나름의 노력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충실하고 최적화한 비대면강의를 위해 상당한 시간과 공력이 들었다. 교수를 소개하는 한 시간 분량의 인터뷰 영상을 찍어올려 신입생과 만났다. 물론 불편한 소문도 들렸다. 부실한 강의, 무분별한 강의시간 변경, 몰상식한 화상강의 등 비대면을 빙자한 새로운 꼴불견들이 연출되기도 했단다. 새로운 출구를 모색할 기회가 될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이대로 소멸의 길로 들어설지 반신반의하는 시간이었다.
2020년 마지막 날, 우려가 현실이 될지 모르겠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새해가 밝자 충격적인 신입생 충원 현황이 공개됐다. 그러자 대학본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구조조정’ 계획안을 꺼내 들었다. 어설프기 짝이 없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행태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2021년 2월 마지막 주, 신입생 추가 모집 459명.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신입생 충원율 저하를 어느 정도 예상했더라도 추가 모집의 내용이 의아하다. 상당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던 학과들과 우리대학의 특성화 학과들마저 적지 않은 신입생을 추가 모집해야 한다. 솔뫼문화관 파사드를 뒤덮는 10관왕의 대형현수막이 오버랩된다. <국책사업 10관왕 대학 - 신입생 충원율 전국 최하위권!> 이게 가능한 조합인가? 함께 코로나를 심하게 겪는 유사한 수준의 국립대와 비교해도 심각한 추락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우리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이 다른 대학보다 현저하게 낮다. 이에 반성의 차원에서라도 우리 대학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누누이 많은 교수가 대학본부에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해왔다. 입시 전략과 대책을 주도한 입학본부장은 한 번이라도 지표가 약한 학과와 함께 신입생 충원을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는가? 여름방학이 끝나자 실시된 고교특강의 회수가 전년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현상에 대해 해당 학과와 협의한 적이 있는가? 해마다 400~600명의 재학생이 이탈하는 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학과와 논의한 적이 있는가? 오늘의 사태는 소통 없는 소극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대학본부는 빠른 시일 안에 <2021학년도 입학 백서>를 작성해 공개해야 한다. 입시 정책의 냉정한 평가를 통해 신입생 충원 실패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원인 분석이 없는 대책은 공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총장은 교수회의 및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만민공동회에서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이탈 문제 등에 대해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위기를 방패 삼아 구조조정으로 학과와 평교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 본부 보직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느냐는 어설픈 불평은 하지 마시라. 전쟁에 지면 지휘관이 책임지는 법이다.
탕왕 曰 “…… 제 몸에 죄가 있다면 그것은 온 세상 사람들 때문이 아니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죄가 있다면 그 죄는 저 자신에게 있습니다.”[논어 20,1 치국과 치민]
교문 간판을 바꾸고 중앙광장을 단장하였건만, 청춘의 함성과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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