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광타운 구 안동역, 교통의 중심 신 안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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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광타운 구 안동역, 교통의 중심 신 안동역
  • 김혜미
  • 승인 2021.03.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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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역사를 간직한 구 안동역
필요한 복원 작업, 지원은 미비
새로운 모습, 더욱 커진 자부심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이는 트로트 가수 진성의 대표 노래인 ‘안동역에서’ 첫 소절이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 노래의 배경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안동역이다. 많은 이들의 추억을 간직한 안동역은 지난해 12월 17일 송현동에 새로 세워졌다. 구 안동역사는 안동시와 국가철도공단이 새로운 관광 타운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임청각 앞 철도를 철거하며 임청각과 법흥사지 7층 전탑 정비·복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신 안동역은 KTX-이음을 운행해 새로운 교통의 중심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90년 동안 자리를 지킨 안동역
안동역은 1930년 10월 15일 일제강점기 시절 군사수송을 목적으로 경북선 개통과 함께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현 중국 단둥역을 안동역이라고 불러 헷갈리지 않게 경북안동역이라 불렀다. 나라는 다르지만 두 곳 모두 일제 통치하에 있었고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만주와 한반도 철도를 같이 운영했기에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밖에 없었다. 경북안동역은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4년 후인 1949년 안동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제가 우리에게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철길을 깔아 만든 안동역은 안동시민과 함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1931년 만주사변이 터지고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할 무렵 일제는 안동시민 중 다수의 젊은이를 열차에 강제로 태워 북해도, 남양군도로 징집했다. 1940년대에 태평양전쟁이 터지면서 모자란 철 공출을 위해 점촌-예천-안동 구간을 폐선시켰다. 또한 1942년 청량리와 경주를 연결하는 중앙선 전구간을 개통하며 마침내 안동역의 중앙선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가 싶었지만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당시 안동역은 낙동강 교두보 사수를 위한 군사작전의 중요한 장소였기에 폐허가 되고 말았다. 안동철도국은 안동을 방어하던 8사단과 함께 철수했고 그 과정에서 안동교와 안동철교를 끊었다. 그렇게 안동역은 급수탑만 남기고 모두 소실됐다. 약 10년 후인 1960년 8월 안동시민은 철로복구와 안동역 건설에 필요한 성금을 모았다.
1963년 안동읍이 안동시로 승격되며 밝은 미래가 기다리리라 생각했지만 이듬해 경북선을 복원하면서 영주로 선로를 옮겨 철도국이 안동에서 영주로 이전됐다. 그러나 안동역 맞은편에 섬유공장과 같은 여러 공장이 들어서 화물수송량이 늘어나 지역경제를 이끌어 나갔다. 그 후 안동역은 안동시민과 일상을 함께 공유하며 지난해 12월 16일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어떻게 변할까?
안동시와 국가철도공단은 지난달 27일 ‘중앙선 철도이설에 따른 철도시설 자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의는 2019년부터 시작했지만 안동시는 시민을 위한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고 국가철도공단은 수입성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중간 지점을 찾는 데 오래 걸렸다. 협의 결과 국가철도공단이 소유한 역사 부지 후면부인 탈춤공원 쪽 23%(4만여㎡)를 수익사업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자세한 구 안동역사 활용방안은 올해 연말까지 기본계획 연구용역과 타당성 조사를 하고 내년에 행정절차를 거쳐 2024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양진혁 안동시청 도시재생과 주무관은 “수익성 사업 규모와 위치가 결정되고 바로 시설물 계획을 진행 중이다”며 “앞으로 공청회를 통해 안동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1년간 안동역사 활용방안을 연구한 권기창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장은 “안동역을 이전하기 전에 활용방안을 미리 결정해놨어야 한다. 이제 계획 수립하고 행정절차를 거친다면 공사가 진행되기 전까진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우범지대가 형성되는 일만 남았다”며 “계획을 다 세우기 전에 여론에 떠밀려 철도를 미리 뜯어버리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권 원장은 활용방안을 세울 때 있는 자원을 없애지 않고 ‘재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원래 있는 철도와 역사를 활용해 전라도 곡성에 있는 기차마을처럼 ‘칙칙폭폭 추억으로 가는 안동 기차마을’을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차마을은 안동역사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안동역에서’, 옛날 철도복을 입은 직원, 옛날 기차표를 활용한 입장권 등 뉴트로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관광지로 거듭날 좋은 방안이다. 또한 안동역 이전으로 폐역이 된 ▲옹천역 ▲마사역 ▲이하역 ▲서지역 ▲무릉역 ▲운산역을 다양한 콘텐츠로 꾸며 비둘기호 낭만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프로그램도 추천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철도가 철거됐다. 간이역은 외진 곳에 있어 철도를 다시 깔지 않는 한 활용할 수 없다. 이에 권 원장은 “만약 철도를 철거하지 않았다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며 “단순 쇼핑몰이나 주차장이 아닌 관광객이 색다른 체험을 위해 오게끔 만들어 주변 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있는 철로와 폐역, 터널 등은 새로 개발하는 게 아닌, 적극 활용해 재생해야 하는 자원이다”고 전했다.
임청각, 다시 옛 모습 찾자
1941년 일제는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 생가인 임청각 앞마당을 가로질러 중앙선 철도를 깔았다. 이 과정에서 이 선생 종손들의 집이 파괴됐다. 이런 역사적 아픔을 지닌 임청각은 꼭 복원해야 할 대상으로 많은 사람에게 인식됐다. 지난해 12월 17일 안동역이 이전함에 따라 임청각 복원에도 드디어 청신호가 켜졌다.
안동역 이전이 확정된 후 경북도와 안동시, 문화재청은 임청각 복원 사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전하고 나서야 활용방안을 찾는 안동역과는 달리 임청각은 2018년 10월 30일 임청각 복원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임청각과 그 주변을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정비한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훼손되기 전 임청각 모습은 1763년 문집 「허주유고」 속 그림 ‘동호해람’과 1940년대 촬영된 사진, 지적도 등 고증 가능한 자료로 확인했다.
종합정비계획에 의하면 멸실된 분가 3동을 복원하고 철도개설로 훼손된 주변지형과 수목, 나루터 등을 옛 모습과 가깝게 복원·정비한다. 또한 임청각 진입부에 ‘임청각역사관’을 세우고 주차장, 화장실, 관람로, 소방시설 등 관람·편의시설도 재정비한다.
임청각역사관은 종합정비계획 핵심 중 하나로 약 70억 원가량이 소요되며 석주 이상룡 선생의 독립정신을 기릴 목적으로 세울 예정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청각의 완전한 복원을 다짐한 데 이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청각의 정신과 교훈을 거듭 거론한 것에 힘입어 진행된 사업이다.
남혜선 안동시청 문화유산과 주무관은 “지난 1월 30일 임청각 앞에 있던 철로와 방음벽을 제거했다”며 “앞으로 훼손 건물 복원, 지형과 경관 복원, 편의시설 설치 등을 차례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순탄할 줄만 알았던 임청각 복원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정부는 역사관 건립 사업이 지자체 사무이기에 국비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역사관 건립을 위해 국비 예산을 편성한다면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게 이유다. 이에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경북도에서 충분한 자료를 만들고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더 세밀하게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일각에선 임청각 앞 철로를 철거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권 원장은 “아픈 역사도 역사다”며 “옛 모습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광객이 독립군 열차로 꾸민 기차를 타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임청각으로 향한다면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며 “훼손당한 모습을 말로만 설명 듣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볼 때 그 아픔이 더욱 와닿는다”고 덧붙였다.
한옥을 형상화한 새로운 안동역  
신 안동역은 새로 바뀐 내·외부 모습으로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신 안동역은 안동시 대표 전통 건축인 임청각과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외관에 적용해 안동시의 정체성을 담았다. 역사 내부에는 퇴계 이황의 「매화시첩」에서 따온 한자로 구성된 옛 안동역 현판을 보존했다. 더불어 전통 창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커튼 월과 대형 돔 지붕을 형성해 전통과 미래가 한 곳에 어우러진 공간을 창출했다. 맞이방에는 편히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리운 사람을 기다릴 때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맞이방 창문은 한옥 문풍지를 연상시켜 임청각 내부에 앉아 책을 읽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올해 1월부터는 KTX-이음을 운행해 청량리까지 약 2시간 만에 갈 수 있다. 이로써 안동시는 일일 관광권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공연을 위해 안동시를 방문한 김수정(42세·광명) 씨는 “안동역이 이설되기 전에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기차보단 버스를 자주 이용했다. 그러나 신 안동역에 KTX가 운행하면서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 안동시를 방문할 일이 생기면 매번 기차를 이용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 안동역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역사 개업 첫날부터 신호계통 이상으로 누리로 열차가 진입하지 못해  안동-영주 구간을 버스로 대체해야만 했고 신 안동역의 시작을 알리는 열차는 무궁화호가 됐다. 또한 안동역사 앞 도로가 너무 좁아 이용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이에 권 원장은 “다리 밑을 활용한 것은 좋으나 주차장 도로가 너무 좁고 랜드마크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며 “앞으로 안동시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날 텐데 이런 문제점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했다.
새롭게 바뀔 구 안동역과 교통의 허브 역할을 할 신 안동역, 옛 모습을 되찾을 임청각은  추후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깃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청각과 병상서원의 만대루를 적용해 안동시 정체성을 담아 만든 안동역 모습이다.
임청각과 병상서원의 만대루를 적용해 안동시 정체성을 담아 만든 안동역 모습이다.

 

옛 안동역에 마지막 남은 철로를 철거 중이다.
옛 안동역에 마지막 남은 철로를 철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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