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작_자아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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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가작_자아순례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0.12.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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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순례

단풍이 물들어가는 계절이다. 이맘때쯤 사람들은 가을 단풍 여행을 떠나곤 한다. 나도 이런저런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리고 그 여행을 바탕으로 느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다. 성지순례처럼 우리의 삶이 소중하고 성스럽고 의미 있는 여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학창시절부터 대학생활까지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의 인생도 크게 보면 자아를 찾아다니는 여행인 것 같다. 흔히들 우여곡절이 있었던 여행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곤 한다. 막상 그 순간에는 지치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이겨내면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경험으로 남기 때문이다.

지금 되돌아보면 열다섯 살에 시작된 사춘기의 방황이 나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의 여행이다. 그 시절은 내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기도 하다. 가족보다 친구를 좋아하는 여느 중학생들처럼 나 역시 단짝 친구를 만나 모든 것을 함께하기로 결의했다. 같이 피시방을 가고 학교도 같이 나가지 않았다. 또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함께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 나이에는 그것이 멋진 의리 같았다. 나름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며 성적도 상위권에 속하던 나는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선생님 속을 썩이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학교생활을 등한시 한 탓에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선생님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 당시 선생님들에게 괜한 반감을 가진 나는 선생님의 따끔한 충고와 인생에 대한 조언들이 마음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 진학을 했지만 그렇게 1년을 보내면서 갈등을 느꼈다.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보단 밖에 나가서 일찍 사회생활을 경험해보고 돈을 벌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이다. 결국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자퇴를 감행했다. 자퇴를 했을 당시에는 학교에서 마치 해방되는 것만 같았다. 그 후 곧바로 다시 친구와 함께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학생의 신분이 아닌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친구와 함께라면 힘든 것이 없었고 무엇이든 다 헤쳐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세상 전부인양 즐겁게 일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교와 사회의 차이점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일을 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뒤따라 왔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일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의 시선에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내 마음 한편에서 끓어오르는 그 무엇이 있었다. 사람은 자기 나이에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 떠올랐다. 물론 공부를 하는 시기가 꼭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학창시절의 배움이 인생의 기초가 된다는 어른들의 충고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일을 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은 돈의 소중함, 절약, 내가 해야 할 것이었다. 그 중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내가 해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시절, ‘를 찾아다니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그만두던 순간에는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것을 자유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치열한 사회현장의 경험은 철없는 나를 성숙하게 하였다. 다시 고등학교에 복학하던 날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다시는 입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교복을 입고 학교정문을 들어서고 책상에 앉았을 때는 감회가 새로웠다. 옛날에는 지긋지긋했던 교실과 입고 싶지 않았던 교복은 나에겐 희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교실, 학교, 공부 등에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게 되었다. 일을 통한 값진 경험 때문에 학창시절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어린 나이에 스스로 감행한 선택은 후회와 자책을 남겼지만 그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랑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인생의 여러 행로를 거친 후 진학한 대학교는 모든 것이 새롭다. 동아리 활동, 전공 공부 그리고 친구들과 보내는 순간순간이 나에겐 여행그 자체인 것 같다. 강의실 찾아다니며 수업 듣는 즐거움,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졸음과 사투하면서 지내는 날들, 지금은 힘들다고 투덜대는 것들이 나중에 대학이라는 여행에서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학시절은 앞으로 나의 진로, 꿈에 다가가기 위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여행이다.

나날이 단풍이 짙게 물들어간다. 사람도 단풍처럼 자기만의 빛깔로 익어간다. 성숙이란 몸과 마음이 여물어서 어른스럽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어렸을 때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생각도 깊어지며 나의 성격도 긍정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가능했다. 대학생이 된 지금 방황했던 학창시절을 돌아보니 그 때의 선택은 내 인생에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그런 사건들이 지금의 를 만들었다. 대학시절의 경험은 훗날 얼마나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까? 이 시절 역시 나를 찾아가는 행복한 여행이다. 자신을 찾아가는 것만큼 성스럽고 소중한 여행이 또 있을까 싶다. 아직 나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이 많은 청춘이다. 나의 자아순례는 계속 진행 중이다.

송  현(토목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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