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결핍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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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결핍된 사회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0.11.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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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의 위정 편에서 공자는 그의 제자 자로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며 떠드는 모습을 보이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라고 그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그 의미를 좀 더 확장해보자면, 공자는 무지에 대한 자각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을 강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약 2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공자를 4대 성인으로 칭하며 그의 가르침을 칭송하지만 이를 실천하지는 않고 자로와 같은 실수를 매일같이 범하고 있다.
 제3의 물결, 정보의 홍수, 정보 불평등. 모두 현재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정보 사회를 일컫는 단어다. 문명 발달의 최고 수혜자인 우리는 최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매일 접한다. 이 거대한 정보의 흐름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수용하고, 자기만의 가치관을 성립하기 위해 우리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를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한 문제에 관해 찬·반 의견이 대립한다면 한쪽으로 치우쳐 이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고 그 속에 녹아있는 모순을 파악해 자신만의 의견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무엇이 옳다고 말해도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바라보아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는 것이 참된 지성인의 자세다. 하지만 초 단위로 밀려들어 오는 정보의 흐름 속에서 대다수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저 자극적이고 자신의 흥미를 돋우는 것만 수용하게 됐고, 이는 결국 생각이 결핍된 사회를 형성하게 됐다.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면 대부분이 이와 관련된다. 오직 자기의 구미에 맞는 정보만 찾아보고 다른 의견들은 철저히 배제한다. 그 결과 한쪽에 치우쳐진 사람들은 그들만의 단체를 형성하고 그들의 의견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적폐, 프락치 등으로 몰아가며 폐쇄적인 사고관을 스스로 형성한다. 이들이 모이고 모여 더 큰 단체로 발전해나가면 결국 다른 의견은 제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게 되고, 사고의 발전이 정지된 채 사회는 침체된다. 페미니즘과 남·여 갈등, 보수와 진보. 그 어느 쪽에 속했든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향을 꿈꾸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의견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형성한 생각의 울타리를 무너트리고 다른 정보들을 수용해야  한다. 내가 A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B라고 생각한다면 그를 무식한 놈으로 선동할 것이 아니라, 왜 B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고 내가 잘못 알고 있던 점이 있다면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면 두루뭉술한 소문만 듣고 같이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모순된 점이 없는지를 꿰뚫어 봐야 한다.
 우리는 대학생이다. 그저 기계처럼 정보를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서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만의 가치를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자신의 무지가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이를 부끄럽게 여겨 아는 채 우기기보다, 무지를 인정하고 학업을 통하여 메워야 할 것이다. 40여 년 전 부모님 세대는 골방 속 깊은 고뇌를 통하여 자유와 민주화를 가슴에 품고 또 밖으로 외치며 뜨거운 청춘을 보내셨다. 그러나 지금 우리를 돌아보라. 그저 눈길 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기 싫어 많은 것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정재형(영어교육·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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