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안부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이 될 수 없나
상태바
왜 위안부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이 될 수 없나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0.11.16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날 학과 동기가 공모전을 같이 준비해보자고 제안했다. 동기가 권유한 공모전은 한 시민단체에서 위안부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촉구한다는 취지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이었다. 그렇게 위안부 기록물과 세계기록유산의 얽힌 상황을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2016년에 우리나라와 중국, 타이완 등 9개 나라가 공동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했다. 하지만 그 다음해인 2017년에 이 신청은 ‘보류(postpone)’라는 결정이 났다. 주류 언론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해 당사국 간에 역사 인식이 다를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당시 이듬해 이뤄질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보류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가 이런 입장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잘못과 관련된 기록유산의 등재를 부정한 것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2015년 10월에 중국이 신청한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을 때도 일본은 불편함을 내비쳤다고 한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난징 대학살 기록물’을 보면 ‘명백한 증거는 국제사회를 향해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는 강렬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으며 전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잔학상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역시 일본군의 만행이 드러나며 전쟁의 잔학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런 유사 사례가 있어도 특정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하는 것은 참담한 현실이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자세히 알려주는 피해자의 증언 기록을 비롯해 위안부 운영 사실을 증명할 사료와 위안부 피해자 조사 자료, 피해자 치료 기록, 피해자 지원 운동 자료 등 2,744건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 기록물은 피해자들이 용기 내 나서서 말하고 이를 토대로 진상 규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등재기준에는 유산의 진정성, 독창적이고 비(非)대체적인 유산, 세계적 관점에서 유산이 가지는 중요성 등이 있는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비롯한 관련 기록물들은 이 등재기준에 부합한다.
현재 이 사안은 유네스코가 제3자의 중재를 통해 양측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데서 멈춰있다. 일본 정부의 압박에 규칙에도 없는 대화를 권고받고 대화는 이뤄지지 못한 채 아무 진전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일본 정부, 가해자들의 반성만을 바라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망은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상처 입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많은 이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짓밟혔다. 사과하지 않고 덮으려 하는 일본의 죄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드러나 전 세계에 알려지고 그들이 하루빨리 속죄하기를 바란다.

이예빈(사학·1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