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 공간에 관한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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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 공간에 관한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간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0.11.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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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대 가족이 된 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다가오는 시간들이 육체를 관통해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 만큼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공부와 생활로 인해 적잖은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필자로서 처음 안동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미지의 공간과 만난다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어느 곳을 보아도 흐린 구름이 걷힌 듯 눈앞이 확 트였고, 밤이 되면 하늘에선 어김없이 껍질을 까고 밤알이 튀어 나오듯 별빛이 떨어졌다. 게다가 귀를 괴롭히던 사람들의 말이 나직이 귀를 파고든다는 건 얼마나 복된 위안인가.
바쁜 일상 가운데 더할 나위 없는 안동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면서도, 단 하나 허전한 구석이 있다. 그것은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대면하고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것. 학과 일로 몇몇 학생을 만날 수 있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학생들과 나는 여전히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가상의 존재들이다. 다른 교수님들 역시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상황으로 인해 여러모로 불편함과 애로사항이 있을 텐데, 거기에 학생들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신임교수의 처지로서는 더더욱 애처로울 수밖에 없다.
어쨌든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그러한 현실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기관 전체뿐만 아니라 교수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모색하고 선택해야 했다. 현재 교육과정의 추세가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필자로서는 무엇보다 교육현장에서 교수자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대면으로 학사일정을 시작한 우리 학교의 경우 MS 팀즈(Teams)를 공식적인 플랫폼으로 장려하였다. 물론 팀즈는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기에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필자는 이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플랫폼인 줌(ZOOM)으로 이번 학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유는 간명하다. 대부분의 수업 구성원을 한 화면으로 만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소회의실’을 통해 학생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강의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소그룹 활동을 거친 다음, 전체 구성원과의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수업 분위기나 학습의 효율성 측면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애초 캠만은 꼭 켜두기를 당부했음에도, 점차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그러지 않은 상황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물론 여러 개인적인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볼 때마다 가상공간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가상공간은 비대면 접촉이라는 방식으로 우리의 현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각자가 접속하고 있는 자그맣고 네모난 방은 자신의 생활공간을 열어젖히는 ‘창’이 되면서도 타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기도 하다. 그러한 가상공간 속에 더 이상 생동하는 현실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한다면, 우리는 결국 코로나라는 불가피한 현실상황을 수긍해버리고 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더 이상 현실공간에서 연결될 수 없기에 가상공간에서 고립된다기보다 현실공간에서 고립될 수 있기에 가상공간에서 연결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단순히 학습권의 문제에 국한되어 있다기보다 가상공간을 찢고 일상의 현실을 보다 더 확장시킬 수 있는 뭔가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사소한 인간적인 윤리를 환기시킨다.
이제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될 태세를 보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주변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에 따라 기술적이고 보안적인 측면을 강화한 플랫폼이 점차 개발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인문학적 사유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며 현실을 교정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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