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와 암표, 자유시장 논리로 다스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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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와 암표, 자유시장 논리로 다스리면 안 돼
  • 이하성
  • 승인 2020.11.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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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4시에 복무지로 가는 표 필요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첫 휴가에서 복귀하던 나에게 한 말이다. 그 사람이 떠나고 시외버스 예매 현황을 보니 복무지 근처 터미널로 가는 모든 버스는 매진이었다. 미리 예매하지 않았다면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이처럼 차질없이 원하는 버스, 기차를 타거나 계획대로 콘서트, 프로스포츠를 보려면 예매를 해야 한다. 특히 명절 대중교통, 포스트시즌 스포츠, 유명 가수의 콘서트는 예매하는 것도 치열하다. 예매하지 못한 사람 중 일부는 약간의 웃돈을 얹고 표를 사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정말 많은 웃돈을 얹어주고 표를 사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비단 암표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급격하게 전파될 때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 정부의 마스크 착용 권장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마스크는 구할 수 없었다. 일부 비양심적 업체가 정상가격으로 공장에서 물건을 떼와 말도 안 되는 가격인 평소가 12배~15배로 되팔아 폭리를 취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격이 안정되지 않자 정부 개입으로 요즘 마스크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이다.
또한 국내 물량이 많지 않은 경우도 사재기에 취약하다.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 속에서도 닌텐도 스위치는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중고제품이 정가를 넘어설 때쯤 일본에서 추가 물량이 공급됐다. 하지만 일부 소매업자는 받아온 물량, 혹은 재고가 없다고 주장하며 팔지 않은 물건을 적게는 20% 많게는 2배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혹자는 판매자 측이 너무 낮은 가격을 설정해 암시장에서 적정한 균형 가격을 형성한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자율적으로 원하는 가격에 암표를 사고파는 게 왜 잘못이냐고 물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 암표상이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독점해 폭리를 취하는 설정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얌체 업자의 자기 옹호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암표는 기차 승차권과 오프라인으로 되판 암표뿐이다. 기차 승차권을 제외한 표들을 온라인으로 재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소리다. 같은 야구 입장권을 야구장 근처에서 팔면 불법인데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합법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또한 암표를 팔다가 적발되더라도 벌금 10만 원 또는 구류가 최대 형량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긴 이유는 관련 법 조항이 40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관련 법이 개정돼 이런 부조리한 상황이 해결돼야 한다.

이하성 사회부 기자
이하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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