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길,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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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길, 함께 가요
  • 김규리 기자
  • 승인 2020.08.28 16: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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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배려, 나만큼 남을 생각하기
복지, 모두가 공평히 웃도록
8월 19일 신 동문이 안동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상담실에서 인터뷰 중이다.
8월 19일 신 동문이 안동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상담실에서 인터뷰 중이다.

우리대학 전공 중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전공은 뭘까. 단연 사회복지학 전공이다. 주전공과 상관없이 많은 학생이 이수 중이다. 42학점만 들으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를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학창 시절 몇 시간 다닌 봉사활동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내담자 바로 옆에서 마음을 위로하고 생활을 지원해주는 존재, 사회복지사.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걸어가는 길이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안동대신문은 학교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회복지사 신현철(생활복지·08) 동문을 만났다.

소개해주세요

안동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일하고 있는 5년 차 사회복지사다. 작년 체육대회에서도 와일드카드 선수로 뛰었는데 동문 인터뷰를 하려니 좀 어색하다.

생활복지학과 출신이지만 입학은 정보통신공학과로 했다. 고등학교 이과 출신이고 나중에 전기,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근데 막상 공대과를 다녀보니 잘 맞지 않았다.

고민 끝에 자퇴하고 가톨릭 상지대 복지과에 가려고 했다. 성격·적성 유형 검사를 해도 항상 S(사회형)이 나왔고 고등학생 때 시온재단’, ‘애명복지촌으로 봉사활동을 많이 갔다. 할머니 몸이 편치 않으셔서 관련 센터에도 자주 방문했는데 거기서 일하는 분들을 보고 멋지다 생각했다. 이런 영향을 받아 전공을 다시 선택했다.

그러다 함께 졸업만 하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바뀌었다. 그날이 복학 신청 마지막 날이었는데 마감 1시간 전에 전화 받고 후다닥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다. 복학하고 나서 제대로 마음먹고 전과 준비를 했다. 교수님을 찾아봬서 이것저것 많이 여쭤보고 눈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전역 후 3학년에 생활복지학과로 전과했다.

전과 후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사회복지 관련 수업만 들었다. 복지 중에서도 노인복지, 장애인 복지 쪽에 관심이 많았다. 소비자, 아동, 디자인 등등 다른 수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4학년 때 마지막 실습으로 굿네이버스에 갔다. 3주 동안 실습을 나갔는데 초등학교에서 집안 환경이 어렵거나 편부모 가정인 애들과 함께 사회성 향상 활동을 했다. 애들이 너무 말을 듣지 않아 힘들고 화도 났지만, 처음으로 애들과 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재미있었다.

실습 마지막엔 활동했던 동영상과 사진을 이용해 영상 편지를 만들었다. 과제라서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애들에게 틀어주자 14~15명 되던 애들이 전부 울었다. 그때 함께 실습 나간 후배들도 울고 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별로 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고마워하던 아이들이 아직도 생각난다.

일하는 곳 소개도 해주세요

안동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안동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속이다. 상담복지센터와 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으로 구분된다.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학업과 취업을 지원한다. 상담지원 재취학·재입학 등 청소년 진학 지원, 검정고시 지원, 상급학교 진학 지원, 학업중단 예방지원 등의 교육지원 직업체험과 취업지원 생활지원, 문화공간지원, 의료지원, 정서지원 경제교육, 법률교육 등 생활기술 지원 등 자립지원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한다.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단체로 건강 검진 다니고 학교에서 공부도 시키는데 학교 밖 청소년들은 챙겨줄 사람이 없어 센터에서 지원한다. 검정고시도 4월과 8월에 나눠 응시하는데 올해는 총 37명이 응시했다. 전체 합격 24, 부분 합격 11명이고 불합격 2명이다. 전체 합격률은 64.9%고 부분 합격까지 합치면 94.6%. 다른 시·도 검정고시 합격률보다 좋은 성과다.

어떻게 학생들과 친해지나요

아이들과 상담할 때 형·동생 사이로 다가간다.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제일 노력한다. 성인이 돼서 형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꽤 있다.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센터 학생 중에 소위 노는 애들도 많다. 그런 학생들에게서 학창 시절 내 모습이 언뜻 보인다. ·고등학생 때 방황을 좀 했었다.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셔서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 학교생활의 중요성도 잘 몰랐고 노는 걸 좋아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자퇴가 더 어려워서 결국 졸업까지 했다. 이런 경험이 있어 다른 선생님들보다 담배, 오토바이, 문신 등 방황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해주는 편이다. 학생들도 나를 더 편하게 느낀다. 부모님과 대화 할 때도 다양한 부분에서 수월하게 이야기한다.

가장 잊을 수 없는 학생이 있나요?

많은 학생이 있지만, 그중에서 A학생과 친해지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했다. 아버지와 북한에서 넘어온 A학생은 복잡한 가정사를 가졌고 여러 기관에서도 상담을 받았던 아이다. 사람에 대한 거부감, 특히 어른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고 처음 센터에 와서 상담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 친구가 하는 게임을 같이 시작했고 좋지 않은 방법이지만 더 친해지기 위해 유료 아이템을 보내주기도 했다. 카카오톡도 계속 보냈는데 처음에는 읽지도 않고 답장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 친구에게 일부러 연락해서 이거 살까, 저걸 살까. 뭐가 좋은 거야?”를 물어봤다. 그렇게 계속해서 연락하다 보니 나중에는 A학생이 ㅋㅋ과 웃는 이모티콘도 사용했다.

A학생은 점차 마음을 열었고 다른 기관 대신 매주 하루씩 꾸준히 센터에 나오기로 약속했다.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화하는 시간을 계속 가졌다.

그러다 보니 A학생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렇게 학습지원도 시작했고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에도 합격했고 아르바이트도 연계시켜줬다. 몇 년 전 A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잊을 수 없는 친구다.

힘든 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까 힘든 일도 많고 욕도 자주 먹는다. 어제도 전화하다가 언성을 높인 부모님이 있었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으니 부족한 부분도 있고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다.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는 다 풀리는 오해지만 애들과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 생기는 갈등이 많다. 나는 애들한테 공부시키고, 자격증 수업 들으러 센터에 오라하지만 애들은 그냥 자고 말을 듣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만 이런 부분이 제일 속상하고 마음 아프다.

주 업무가 복지, 상담인데 행정업무가 너무 많다. 일하기 전엔 몰랐는데 정말 많다.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대로 운영하고 상담은 상담대로 하고 행정업무는 그와 별개니까 시간이 부족하다.

좋은 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많다. 2015년에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18, 19살이던 아이들이 취업해서 일하고 있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친구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작은 가게를 차려 장사하는 애들, 미용사를 하는 애들도 있다. 그 친구들이 23, 24살이 돼 스승의 날에 꽃을 사 들고 찾아온다. 기억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연락하거나 찾아오기도 한다. 학부모께서도 감사하다고 연락을 주신다. 이럴 때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꿈드림은 8월에 검정고시가 끝나고 9월에 발표가 나면 10월에 꿈드림 소풍을 간다. 고생한 1년을 보상받으러 간다. 다 같이 수상스키를 타러 가거나 뮤지컬·영화 관람도 한다. 꿈드림만의 매력이다.

어떻게 일을 시작하셨나요?

졸업하고 산업협력단 소속 계약직으로 잠시 일했다. 학교에서 한 계약이 끝났는데 할 일도, 특별히 준비한 거도 없었다. 이제 뭘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교수님 연락이 왔다. 경북청소년육성재단에서 1년 인턴을 모집하는데 그걸 권유해주셨다. 청소년 복지는 아예 생각이 없던 분야라서 알바 하자는 마음으로 인턴을 신청해서 일했다.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데다가 애들을 대하는 방법에도 미숙해 힘들었다. 말이 계속 끊기고 어색해하니까 애들도 힘들어했다. 처음엔 정말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교수님 소개로 시작한 거라서 우리 과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꾹 참고 일했다.

그렇게 일하다가 정식 팀원 공고가 떴을 때 지원해서 합격했고 본격적으로 애들을 만났다. 경상북도청소년지원센터에서 청소년 상담, 복지 실무를 배웠는데 거긴 경북 지역 중 센터가 없는 지역의 애들을 담당하고 시·도 센터를 지원한다. 그래서 애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나는 애들을 더 만나고 싶어서 바로 옆 안동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으로 이직했다. 그때 교수님이 추천해주지 않으셨으면 절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거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직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도와주는 직업이다.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배려가 있어야 하고 일을 하기 위해선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일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힘들다. 사람 상대하는 것도 힘들고 육체보다 정신이 피곤한 직업이다.

지원금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억지로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은 내담자도 많다.

보람을 느낄 때까지 시간은 좀 걸리지만 이렇게 피곤한 만큼 더 큰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다. 1, 2달 일하고 힘들다며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두해 하다 보면 꼭 보람을 느낄 거다. 25일 힘들게 일하면 2, 3일 웃을 수 있다.

계속 참고 기다려야 한다. 사람을, 약자를 도와주는 마음이 강하고 작은 일에 감사함과 보람을 느끼면 사회복지사에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한다.

안동대학교 학생들에게

대학에 입학하고 학과 생활, 학교생활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낯도 많이 가리고 발표처럼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다 4학년 때 학과학생회 활동을 권유받았다. 학생회를 하면서 학생들을 인솔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학점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출석은 열심히 했다. , 후배들과 놀러 다니는 재미에 학교를 다녔다.

학생회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봉사활동을 많이 다녔다. 그때 경험했던 활동들이 사회생활에 큰 도움을 줬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을 상대한다. 사회성을 기르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건 대학을 다닐 때뿐이다. 학점도 어느 정도 챙겨야 하지만 영어 성적, 학점, 스펙에 너무 목메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으로 사람을 대하는 능력을 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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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2020-09-01 15:26:03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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