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하지 ‘않’음과 하지 ‘못’함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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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하지 ‘않’음과 하지 ‘못’함의 차이
  • 이용규
  • 승인 2020.08.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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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사람들
차가운 시선보다는 따뜻한 배려

 

 

526일 정부는 전국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조치를 했다. 그리고 824일 서울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다중이 모인 실외, 실내에서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일상적인 사생활, 음식물 섭취 등 불가피한 경우는 의무착용에서 제외다. 이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80조 제7호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마스크 착용은 예의에서 의무가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온다습한 날씨로 마스크 착용에 불편함을 토로한다. 우리학교 대학가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에 반해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고통받는 호흡기와 공황 장애

우리는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눈살을 찌푸리며 피하기도 하고 눈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스크 착용이 불편함을 넘어 두려움을 준다. 건강보험공단 진료데이터 공황장애 환자 분석 결과를 보면 201493천여 명에서 2018159천 명으로 70.5% 증가했다. 공황장애는 호흡곤란과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일어나며 극심한 불안, 두통을 유발한다.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할 때 흡입하는 산소양이 줄면서 신체에 스트레스를 줘 공황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미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 이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위험하다. 공황장애를 극복했던 사람들도 마스크를 오랜 시간 착용하면서 다시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예도 증가했다. 높은 등급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외부 공기를 걸러주는 강력한 필터로 흡기저항이 커져 마스크 내부에 이산화탄소가 쌓인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뇌에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신호를 보내게 되면 질식해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빠져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마스크 착용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천식은 염증에 의해 기관지가 좁아져 기침, 천명,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때 영구적으로 폐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김규리(사학·19) 학생은 평소 유산소 운동이나 계단 오르내리기, 달리기할 때 지장이 있는 약한 천식 증상을 가지고 있다. 김 학생은 코로나19로 마스크 필수가 되면서 활동에 불편함이 크다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불안해서 최소한 KF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비말 차단용 마스크보다 숨 쉴 때 무리가 간다고 말했다.

실제 KF80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80% 차단하고 KF99 마스크는 99% 제거한다. 더 높은 등급 마스크는 N95인데 이는 환자와 접촉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호흡기 감염을 막기 위해 제작된 의료용 마스크다. 하지만 이런 고등급 마스크는 호흡이 힘들어 일상생활에서 착용하기 무리가 있다. 김 학생은 폭염이 계속되면서 앉아있기만 해도 호흡이 힘들고 숨이 가빠져 개방된 장소로 이동해 숨을 고르고 돌아온다마스크 착용 등 생활 방역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어 이를 준수하고자 노력하지만 힘들어 외출을 최대한 자제한다고 토로했다. 권준영 권내과의원 원장은 최소한의 외부활동, 사회적 거리두기로 위험 요소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호흡기 질환 환자일 경우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 있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사소통에 불편함 겪는 수어 사용자

립뷰마스크 착용 후 수어를 하고 있다.
립뷰마스크 착용 후 수어를 하고 있다.

수어를 사용하는 통역사나 농아는 의사소통에 방해를 받아 마스크 착용이 불편할 수 있다. 실제 수어를 사용하는 김화섭 한국농아인협회 경상북도협회 안동시지회장은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예방에 중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수어를 사용할 때 불편하다수어 할 때만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순희 안동시수어통역센터 실장은 통역을 할 때 마스크를 쓰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전달이 정확하게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수어는 손동작, 입 모양, 표정 하나하나가 중요한 언어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립뷰 마스크를 사용 중이다. 김 지회장은 립뷰 마스크를 착용한 후 의사소통 시 답답함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립뷰 마스크는 의사소통 시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기존 마스크와 달리 가운데 부분에 투명 위생 마스크를 붙여 입 모양과 표정이 보인다. 이는 입 모양을 볼 수 없다는 기존 마스크와 비말 차단에 불안전한 조리용 투명 마스크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다.

불편한 마스크 착용, 우리는 이렇게

보건당국은 건강 취약계층에게 비말 차단용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황장애, 자폐 스펙트럼 등 각 질환에 관한 자세한 지침은 마련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지속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된 지금, 건강상 이유나 의사소통 한계로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편 우리대학 음악과는 1학기 비대면 강의로 실기를 진행하지 못해 문제점이 생겼다. 2학기는 대면 강의로 전환됐지만 실기 수업 중 비말 전파 위험을 예상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래서 830일까지 11 개인지도가 필요한 강의실에 비말 차단용 커튼 설치를 완료했다. 비말 차단용 커튼은 비말을 97% 이상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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