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삶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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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삶의 터전
  • 김혜미
  • 승인 2020.06.08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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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행됐는가
그 후 어려워진 생계 누가 책임지는가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제발 다시 보자
산불이 발생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대비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대비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인금리 야산에서 산불이 나고 있다. 사진제공 산림청

 

 

너무 무서워서 짐을 챙긴 채 벌벌 떨며 밤을 지새웠다이는 인금리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당시를 떠올리며 입을 모아 한 말이다. 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은 바로 산불이다. 안동 산불 피해 면적은 2000412일 발생한 강원 동해 산불 이후 20년 만의 최대규모다. 산림청이 집계한 역대 산불 피해 면적으로는 6번째 수준이며 경북 산불로는 역대 최대로 간주된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뉴스에는 간단하게 언급만 돼 안동에 살지 않는다면 그 피해 규모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따라서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전달해보려 한다.

산불 진행 과정

안동 산불은 지난 424일 오후 339분경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 야산에서 발생했다. 목격자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산림청은 헬기 13대와 소방차량 21, 산림공무원,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을 투입했고 안동시와 합동해 불을 진압하려 했지만 초속 6m의 강풍으로 불이 크게 번졌다. 이에 산림청과 소방청은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들을 대피시켰으며 안동시는 오후 438분경 안전재난문자로 인근 주민과 등산객에게 풍천면 어담1리 마을회관으로 즉시 대피하라고 알렸다. 또한 순차적으로 남후면 하아리, 고하리, 고성리, 단호리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처음 발화한 산불은 약 20여 시간 만에 진화돼 대피했던 주민들 역시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초속 8.9m의 강풍으로 25일 오후 2시경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안동시는 안전재난문자로 남후면 단호리, 고하리, 단호1리와 단호2리에 대피령을 내리고 뒤이어 무릉리, 검암리, 개곡리에도 대피령을 내렸다. 주민들은 하아그린파크청소년수련원, 단호샌드파크, 남후면 행정복지센터, 친인척 집 등으로 대피했다. 산림청은 초대형 헬기 4대를 비롯해 산불 진화 헬기 27대와 1,600명의 인력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다시 강풍이 불면서 야간 산불로 이어졌다. 헬기는 안전상 문제로 저녁 710분경 철수했지만 산림청과 소방청 등 인력 2,300여 명이 밤새도록 야간 진화작업을 펼쳤다. 또한 26일 오전 일출과 동시에 헬기 32대를 비롯한 산불 진화차 44, 소방차 276대와 진화대 450, 소방대원 636, 특수진화대 81명 등 3,761명의 인력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그렇게 산불 발생 약 48시간 만인 26일 오후 230분경 완전히 진화됐다. 다음날인 27일부터는 잔불 정리작업을 이어 나갔고 산림 헬기 3대는 연기가 피어오른 화재 현장 2개소에 집중적으로 물을 살포했다. 공무원 등 진화인력 1,800여 명도 투입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다시 불씨가 살아나는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김영식 산림사법경찰관과 안동 경찰서가 함께 발생 원인과 피해면적 등을 조사하는 중이며 목격자의 진술, 인근 CCTV를 통해 범인을 추려내는 중이다. 김 산림사법경찰관은 현재 안동 경찰서와 공조 수사 진행 중이며 현장에서 범행 차량으로 추정되는 차를 발견했지만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원인도 불분명하다지금 열심히 찾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주시면 꼭 잡겠다고 밝혔다.

산불진압 당시 소방관이 숙식했던 장소다.
산불진압 당시 소방관이 숙식했던 장소다.

그래도 잘 막아냈다

산림청은 과학 기술에 기반한 치밀한 대응으로 안동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들과 비교해봤을 때 확실히 피해 규모가 작아진 점으로 보아 잘 대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산림청은 안동 산불과 고성 산불 진화의 핵심적인 성공 요인으로 부처 간 능동적인 협업 강화 과학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한 산불 예방과 진화 체계 구축 치밀한 공중·지상 진화 작전 지상 진화인력 동원과 배치의 효율화 잔불 정리의 효율적 추진 공중진화대와 산불 특수진화대 등 지상 진화인력의 활약 소방대원의 국가직 전환과 산불 특수진화대의 정규직화 등 7가지를 꼽았다. 이런 요소들을 토대로 산불이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 서원까지도 번질 우려도 있었지만 빠르게 산불 진화 방향을 고려한 방화선을 구축해 세계문화유산을 잃는 불상사는 막았다.

산불, 그 후

산불로 임야 1,944가 잿더미로 변했다. 다행히 빠른 대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4, 창고 3, 비닐하우스 4동이 소멸하고 축사 3동이 소실되면서 돼지 840여 마리가 폐사했다. 산불이 발생한 인근 지역 마을에는 다행히 바람이 반대로 불어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불 이동 방향에 있던 마을이 큰 피해를 봤다. 큰 산불이 나고 약 1개월이 지난 시점 산불 발화지 근처에 있던 인금1리 마을은 피해가 덜한 탓인지 생각보다 평화로웠다. 평소처럼 일요일엔 마스크를 낀 채 교회에 나가고 예배가 끝나면 도란도란 얘기도 한다. 그러나 산불 얘기가 나오면 하나 같이 표정이 어두워진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던 황준기(83·안동) 부녀회장은 당시 밤이 돼도 화재가 진압되지 않아 너무 무서웠다최소한의 짐만 챙긴 채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긴장하고 있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끝난 후 적십자나 안동시에서 구호 물품을 줘서 다행이다지금은 마을 사람들 모두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마을은 바람이 반대로 불어서 큰 피해가 없는데 남후면 쪽에 피해가 커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황 부녀회장 말대로 남후면에 있는 마을 주민 몇몇은 산불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고 직업을 잃는 불상사까지 겪었다. 그중 안동 산불로 기르던 돼지 840여 마리를 모두 잃어 가장 큰 손해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A 씨를 만나기 위해 축사로 찾아갔다. 그러나 산불 발생 이후 약 한 달이 지나 축사를 찾아가니 A 씨는 없었고 축사 청소를 맡은 B 씨만 그곳에 있었다. B 씨에 의하면 A 씨는 돼지 840마리를 잃었지만 보험금도 적으며 재난지원금도 한 달간 생계지원금으로 100만 원이 고작이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 돼지농장 운영을 접기로 결정했다. A 씨는 돼지 축사를 접고 취업을 준비 중이지만 축사 잔해 처리 금액과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써야 하는 생활비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한다.

다른 피해자론 우용기(74·안동) 씨가 있다. 우 씨는 불길이 다시 번져 대피령이 내려진 마을 중 한 곳에서 살았다. 그는 25일 오후 안동 시내에서 볼일을 보던 중 집이 불에 다 타게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피령이 해제되고 돌아왔더니 그가 나고 자란 집은 이미 모두 타고 없어졌다. 우 씨 경우 주택 전소 판정을 받았지만 따로 가입한 보험도 없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도 않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보호법에 따른 지원금 1,300만 원이 전부다. 전국재해구호협회로부터 20크기의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을 지원받긴 했지만 1년 동안만 무상지원되고 최장 3년까지만 연장된다. 우 씨는 3년 이내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집을 구해야만 하는데 쉽지 않다. 이번 산불로 안동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 지난달 1일 안동시가 행정안전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공식적으로 건의했지만 산림 면적 피해 대비 주민 재산피해는 적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안동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지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추가지원은 적용되지 않는다.

폐허가 돼버린 돼지 축사 모습이다.
폐허가 돼버린 돼지 축사 모습이다.

복구 계획

지난 1일 산림청에 따르면 안동 산림피해액은 2089,800만 원이고 복구비용은 총 약 490억 원으로 9월 말까지는 183억 원을 투입해 긴급벌채, 산사태 예방 조치 등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30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본격적인 조림사업에 나선다. 아울러 예산 8,000만 원으로 산불 피해지 복구를 정밀화할 방침이다.

올해 진행하는 응급 복구는 생활권 주변 지역의 산불 피해목이 부러지거나 뿌리 채 쓰러지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벌채, 산사태 등으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돌망태, 흙막이, 사방댐 등이다. 내년부터 2023년까지 연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인 항구 복구는 민가 주변 내화수림대 조성과 산사태 발생 우려지, 황폐계류지에 사방사업 등의 산림복구사업이 있다.

한편 우리대학 교수회(회장 안상준)가 지난달 안동 산불 사태를 위로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고통받는 이웃을 지원하기 위해 성금 1,417만 원을 안동시에 전달했다. 이는 우리대학 교수회 270여 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모은 것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지부장 김종팔) 또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써달라며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 100만 원을 안동시에 기탁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는 구호키트 300, 식료품 5,010개 등 구호 물품을 지원했으며 다음달 13일까지 모금 진행한 후 기부할 예정이다.

우리 모두 불조심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은 산림보호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라 매년 21일부터 515일까지다. 이 기간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건조한 대기에 강한 바람까지 불어 담배꽁초 같은 자그마한 불씨도 큰불로 이어지는 위험한 시기다. 그래서 흔히 이 시기엔 산불 조심이라고 적힌 깃발을 꽂고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에도 불씨가 살아있는 꽁초를 버린다거나 산과 가까운 곳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등 불을 피우는 행위를 한다면 안동 산불, 고성 산불과 같은 큰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각심을 가지고 담배는 꼭 불씨가 남아 있지 않게 잘 끈 후 쓰레기통에 버리고 소각행위는 삼가야 한다.

또한 산불 조심 기간이 끝났다고 해도 위험이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이는 단연 산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천 공장 화재 사건과 진도 주택 화재 사건 등 우리가 생활하는 반경 내에서도 충분히 화재가 일어날 수 있고 사소한 행동 하나가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안전에 신경 쓰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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