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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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 유감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0.05.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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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의 봄은 속절없이 지나간다. 연구실에서 수업자료를 녹화하고 텅 빈 캠퍼스를 바라보며 대학다운 대학을 곰곰이 되새겨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가공할 전파력에도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AI, 빅데이터, 유전공학 등 첨단기술은 바이러스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불안과 공포 속에 떨고 있는 인류가 이렇게 가엽게 보인 적은 없었다.

최선의 방책은 대면 금지’,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모두가 집에 갇혔다.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이 중단되었다. 부모는 일터에 가지 못하고, 자녀는 학교에 가지 못한다. 온라인 쇼핑몰이 시장과 장터를 대체하고, 온라인 회의를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 회사 업무와 각종 강의에 활용된다. 비대면 대체 활동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사이 백신이 개발되기만 간절히 바랄 뿐이다.

수강생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여 비대면 강의방식을 정하려고 합니다. 다음 세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세요. 1. ppt에 녹음하는 방식 2. 동영상 촬영 강의 3. 실시간 화상강의나는 은근히 3번을 바란다. 사전교육도 받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선택은 1!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청각적으로 풍부한 내용을 담고, 다시 보기에도 부담감이 적은 가장 친절한 강의를 수강생들이 원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교수에게 가장 많은 품을 요구한다. 수강생이 이해하기 쉽게 ppt를 만들고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녹화하고 LMS에 탑재하는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강의를 하고 있음에 만족해야 할까?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며 기존의 수업방식에 대한 애착과 반성이 동시에 밀려온다. 사실 사이버 강의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그들은 초중고 시절 ebs에서 제공하는 스타강사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보며 학습했고, 지금도 대학생들은 각종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한다. 그러나 대학의 강의실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현장 강의의 신성한 공간이다. 모든 대학교수의 강의는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강의실은 전공지식을 전수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수강생과 소통하며 인성과 공감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강의는 언어로만 전달되지 않는다. 3월 첫 수업이 시작되고 30분 안에 한 학기 수업 분위기가 거의 결정된다. 인사말과 간단한 소개, 덧붙여 과제와 당부의 말을 건네는 동안 수십 명의 수강생 얼굴에서 엿보이는 안색, 눈빛, 자세, 반응은 수업 전략의 수정 방향을 알려 준다. 비언어적 요소들이 소통과 공감의 방식에 작용하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교수와 수강생 모두 편안하고 부담 없는 상황에서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쌍방 언어적 소통도 비언어적 교감도 없는 비대면 수업! 수강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내가 애용하던 ‘3분 스피치!’ 과제는 이전 수업의 내용을 3분 안에 요약 발표하는 것으로, 수강생에게 경청의 미덕을 알려주고, 질문을 통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발표 기회를 통한 수업 참여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과정이 생략되면서 강의실에서 느끼는 수강생의 팽팽한 긴장감과 낯선 호기심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대면 수업은 내게 커다란 아쉬움을 안겨준다.

특히 이번 학기가 지나면 다시는 강의를 들을 수 없는 4학년 수강생에게는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앞으로 불가피한 비대면 수업이 제도화되거나 비중을 늘려가야 할 시기가 닥친다면 고민의 차원은 달라지리라. 이제 대학의 의미와 본질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강의가 오로지 전문지식 전달의 수단이 될 때, 대학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뒤숭숭한 마음으로 앞날을 헤아려 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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