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과 국가, 그리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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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과 국가, 그리고 약속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0.05.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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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은 국가의 의무이자 도리
진실은 침몰하지 않고
왜곡하는 자의 양심은 침몰한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일을 규명하는 것에 대해 왜 인제 와서 그러냐”, “돈 아깝다”, “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왜 그러냐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한국현대사 수업 시간에 어떤 선배가 진상규명에 사용되는 몇 천만 원 정도의 돈에 대해 발표자에게 질문했던 일이 문득 생각난다. 진상규명에 왜 그 정도 돈을 써야 하냐는 그 질문에 요즘 말로 깊은 빡침을 느꼈던 나와 같은 조 언니는 수업이 끝나고도 한참을 복도에 서서 이에 대해 함께 굉장히 분개했었다.

다음 수업 시간, 교수님께서 그 선배에게 단지 토론을 위해 질문한 것이냐고 물으시며 덧붙이셨던 한 마디가 지금까지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오래된 고택을 수리하는 데 책정된 예산은 몇 억 원인데 진상규명을 위한 그 정도 예산이 낭비다, 아깝다 할 수 있을까?’ 그때 그 말씀을 녹음했던 것이 아니라서 하셨던 말씀이 오차 없이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 교수님의 말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누군가는 돈의 액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돈이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애초에 진상규명에 관심 없는 겉핥기 언론은 전자에 해당하고 이 진상규명의 취지와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언론은 후자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416,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기억식이 열렸다. TV 생중계로 그 기억식을 계속 보고 있는데 교육부, 해양수산부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행정 부처의 장관과 지자체장의 말이 계속 나열돼 처음에는 이게 무슨 기억식이고 왜 기억식에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이어가던 정부 관계자와 지자체장의 말이 끝나고 마지막 순서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아버지이자 세월호 가족위원회 위원장님의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기억식에서 길고 길었던 정부의 말들이 왜 의미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길 간절히 바랐지만 6년 전 그날에는 그 당연한 것이 없었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으며 진실을 밝혀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 아이를 한 번만 더 안아보고 싶다는 희생자 부모들의 그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약속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밝히고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당연한 그 약속이 지난 6년 동안 호소하고 외쳤던 이들에게는 가장 큰 위로이자 보상일 것이다.

진상규명은 국민을 위해 더 나아가 국가 전체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국가의 의무이자 도리이다.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 규명하고 반면교사 해야만 우리는 다음 한 발짝을 내디디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1980518, 당시 광주에 사셨던 12살 어머니는 집 밖에서 들려온 총소리를 기억하고 계신다. 40년이 지난 지금, 소리만으로도 이토록 잊히지 않는데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희생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가족들은 그때 그 일을 어찌 묻을 수 있을까.

하루라도 빨리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들에게 확실한 처벌이 가해지길 희망한다.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다시금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라는 말보단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지금 제대로 해서 그날의 일을 확실히 밝혀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총선에서 한 국회의원 후보자의 말은 많은 이들에게 상처와 충격을 줬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망언이었다. 이러한 망언은 그전에도 항상 터져 나왔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괴물이라 부르고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말하는 등 그들의 망발은 본인에 대한 화제를 만들기 위해 끊이질 않았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못 본채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이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진실을 왜곡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침몰하는 건 당신의 양심입니다.”라고.

어느덧 5·18 민주화 운동은 40주년을 맞았다. 수십 명의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발포명령자 규명은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12,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5·18진상규명법)이 시행됨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꾸려져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진상규명을 검색하면 진상규명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9개의 특별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두 2010년 이후에 공포됐으며 대체로 희생자와 피해자를 위한 법률이다. 이는 국가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희생자와 피해자를 위해 더욱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유로 상처받은 국민을 보호하고 그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며 진상규명은 국가가 마땅히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예빈 (사학·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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