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근로자, 그들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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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근로자, 그들의 삶은?
  • 이용규
  • 승인 2020.05.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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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정신을 기리는 반신 부조다.
전태일 정신을 기리는 반신 부조다.

51일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지위 향상을 위해 각국의 근로자들이 연대 의식을 다지는 법정기념일, 근로자의 날이다. 192351일 조선노동총연맹은 일제강점기에 최초로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며 약 200명 정도의 노동자가 모여 행사를 개최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했지만 조선노동자의 유일한 권익 옹호 조직이었다. 해방 이후에는 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의 주도로 노동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1963년에는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꿨고 1964년 근로자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지난달 6푸른사상2020년 봄호(통권 31)가 발간됐다. 이 책에는 전태일 열사 타계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50주년특집이 실려있다.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가 전태일 열사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친 열사의 이야기는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도 볼 수 있다. 이는 국민 모금으로 제작된 영화다. 영화에서는 법대를 졸업한 김영수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친 전태일의 실체를 쫓는다.

전태일은 17살이 되던 해, 평화시장 삼일사 보조원으로 취직한다. 그곳에서 전태일을 포함한 노동자들은 어두운 형광등에 의지해 하루에 14시간 이상 일한다. 환풍기나 창문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폐 질환을 앓고 있는 노동자가 많다. 특히 시다라고 불리는 13~17세 어린 소녀들은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한다. 당시 커피 한 잔 값인 50원만을 받고 일하며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다. 불합리한 상황을 본 전태일은 노동운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1968년 근로기준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일 년 뒤인 19696월 동료 노동자들과 근로기준법을 몰랐던 자신을 비판하고 바보라 칭하며 바보회를 조직하게 된다. 이후 노동청에 찾아가지만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해고당한다.

그는 해고된 뒤 막노동을 하다가 다시 평화시장으로 돌아와 19709삼동친목회(삼동회)’를 조직한다. 평화시장 노동자들에게 노동환경을 조사하는 설문지를 돌려 노동청, 서울시, 청와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한다. 이후 노동환경 실태가 신문에 실리게 돼 노동자들과 공장 간 협의가 이뤄지는 듯했지만 결국 무산된다. 전태일과 삼동회 회원들은 한 번 더 맞서기로 한다. 평화시장 앞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진행해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을 격파하고자 한다. 경찰의 방해가 있자 전태일은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면서 세상을 떠난다.

그의 죽음은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해 사회적으로 노동문제에 울림을 전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3일 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농성과 시위가 벌어졌다. 전태일 열사는 하루 14시간이 넘는 노동 속에서도 독서와 일기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남긴 일기와 편지는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전태일 평전으로 정리됐다. 그가 몸을 불태웠던 청계천 6가 버들다리 위에는 그를 기리는 반신 부조가 설치됐다.

2020년 노동 현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달 5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해 생활방역 실천지침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취약계층은 더욱 큰 피해를 봤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달 7일 전 세계 노동자의 81%27억여 명이 코로나19로 해고되거나 근무시간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이동 제한, 상점폐쇄 등 조치를 해 기업과 상점들이 문을 닫아 업무를 축소해 빚어진 결과다. 가장 취약한 분야는 유통, 제조, 숙박, 요식업으로 전 세계 노동력의 약 38%(125,000만 명)를 차지한다. ILO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저임금 노동자여서 쉽게 해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에 들어감에 따라 직격타를 맞은 근로자들을 위해 특별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영세사업장의 무급휴직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을 지원한다. 이번 대책은 기존 고용 안전망의 틀 밖에 있는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생계안정을 위해 추진됐다. 고용보험을 통해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 생계지원을 지급한다. 고용보험은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 재취업 촉진과 실업예방을 위해 고용안정사업 및 직업능력개발사업 등의 실시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험이다. 경상북도의 경우 고용노동부 지원을 포함해 전국 최대 규모 고용위기 특별지원금 총 430억 원을 지원한다.

또한 안동시는 코로나19 피해사업장 무급휴직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에게 최대 50만 원을 지원한다. 이처럼 시별로 특별지원정책이 적용된다. 김규리(사학·19) 학생은 코로나19로 인한 근로자들의 피해 대책인 정부 정책을 칭찬하지만 대구 동산병원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 등으로 보아 한국 내 계약직 노동자의 여건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계명대 동산병원에 따르면 50여 명이 넘는 계약직 근로자들에게 계약 만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계약직 근로자들은 경영난으로 인해 계약직 근로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병원 측은 적절한 절차에 따라 계약을 만료했다고 해명했다. 메시지를 받은 계약직 근로자들은 임상병리사 10여 명, 간호조무사 20여 명, 조리원 21명으로 알려졌다. 김 학생은 전태일이 살았던 반세기 전보다 근로 여건이 나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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