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인가 개악인가 -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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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인가 개악인가 - 공수처
  • 서영건
  • 승인 2019.12.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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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권한은 또 다른 부작용으로
정의로운 검인가 탄압의 작두인가

검찰개혁을 두고 정계와 기관들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두고 여·야당 간의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공수처 법안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비롯한 의사당 시설을 점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안동대신문은 이번호에서 지난호의 ·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공수처의 논점을 다루는 기사를 다룬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공수처, 초면은 아냐

헌정사상 공수처가 등장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공직비리수사처의 설치가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공직자부패수사처라는 이름으로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신설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발로 도입되지 못했다. 이후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방침이 등장하고 같은 해 10, 법무부가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을 수사·기소·공소유지를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방안을 발표한다.

현재 공수처 신설을 위해 패스트 트랙에 상정된 법안은 두 건이다.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고 나머지 하나는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다. 백 의원 대표발의안은 원칙적으로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권을 부여했다. 공수처 수사 사건 중 판·검사나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이 기소 대상인 경우에는 공수처가 기소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반면 권 의원 대표발의안은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부패범죄 수사 기능에 중점을 뒀다.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의 기소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담당하도록 하면서도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경우에는 20대 이상 시민 7~9명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기소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기소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기능이다.

외국에서도 유례없는 기관

이하 내용은 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다뤘다.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검사만이 공소제기(기소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기소독점주의라고 한다.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1954년부터 65년간 변함없이 유지해온 이 규정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하여금 객관적 입장에서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이 형사소추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할 수 있다고 본다.

공수처는 홍콩의 염정공서(ICAC)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CPIB)를 모델로 삼고 있다. 이 기관들 역시 부패수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나 백 의원의 공수처와는 차이점이 많다. 우선 염정공서는 법무부가, 탐오조사국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직접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염정공서와 탐오조사국은 공무원과 민간인의 부정부패수사를 함께 담당한다.

정치적 중립, 가능할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의 공수처라며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수처 설치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029,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개혁에 100% 찬성하지만 공수처는 검찰개혁이 아니며 정권이 검찰개혁이라는 포장지로 공수처의 위험한 민낯을 교묘하게 가리고 있다고 정부와 공수처 찬성론자들을 비판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개혁 과제에 공수처는 오히려 역행한다는 의미다. 이런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나온다. 지난 1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처럼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행사하는 기관을 또 만드는 것은 문제를 키우는 일이라고 하며 공수처 설치안에 우려를 표했다.

정치적 중립의 관건은 대통령 인사권의 영향이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나 감사원장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못하고,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조차도 대통령의 인사권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아 코드 인사(능력·자질·도덕성 그리고 국민의 뜻에 관계없이 인사권자가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 등이 비슷하거나 학연·지연 등으로 맺어진 인물을 공직에 임명하는 것)’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 의하면 공수처장 임명 과정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한 2그 외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2명의 후보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선택해 공수처장으로 임명한다.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이러한 공수처 법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현재 입법 과정에 올라있는 개혁안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오히려 정치권력에 의한 검찰 장악력을 높이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공수처가 위헌적 요소와 함께 독재적 정치권력 행사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교모의 이호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공수처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단행 법률로 둘 수 있는 단독 행정기관은 위원회형식이어야만 하는데 공수처는 위원회가 아닌 의 형식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처장의 단독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원회의 예로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등이 있다.

올바른 권력이란

18세기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정치 사상가인 몽테스키외는 자신의 저서인 법의 정신에서 국가의 기능을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으로 정립할 것을 주장했다. 당시의 고전적 권력분립론을 오늘 날의 정치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몽테스키외의 이론을 과거의 낡은 이론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행정부의 역할·권한이 비대해지는 행정국가화현상이 두드러지는 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가의 역할이 갈수록 증대되며 정부 역시 몸집을 키워가는 현대 국가에서는 권력 간 견제만으로 부족하기에 권력 내 통제가 요구되는 현실이다. 공수처 역시 정부가 자율 통제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제도 중 하나일 것이다. 권력은 어떻게 쓰냐에 따라 정의로운 검이 될 수도, 정치적 탄압을 위한 작두가 될 수도 있다. 전자로만 쓰인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우리나라 헌정사를 돌이켜봤을 때 후자의 경우도 경계해야할 필요를 부정할 수 없다. ·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에 관한 검찰개혁 법안이 다음달 3(기사작성일 1126)에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에 있다. 현 시점이야말로 독자들을 비롯한 국민들이 국회 의정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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