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솔뫼문화상 시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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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솔뫼문화상 시 수상작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19.11.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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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그루터기 2

유승환(사학·14)

아아, 사각형이 된 세상이여.

문의 세상에 비치는 각진 평가에

둥근 외침은 점점 스러진다

 

강요되는 각 잡힌 톱날의 행진

하나로 획일화된 드높은 문은

둥근 희망을 칼날에 박제했다.

 

둥그런 사과는 상자에 각져 담기고

둥그런 화관은 드높은 문에 달리다.

나무는 톱날에 찢기고 찢겨

마침내 사각기둥으로 세계를 받친다.

 

사각으로 강요되는 세상의 선전에

남은 것은 둥근 그루터기 하나.

 

아아, 둥근 그루터기여.

모든 희망이 각지게 짓밟히고

쓸모없는 그루터기로 남았을지라도

 

그대는 둥근 외침을 잊지 않기를.

각진 세상에 둥근 뿌리를 깊게 내려

박제된 희망을 다시 둥글게 피우기를.

 

그리고 모든 상처를 안고 안아

다시 동그란 나무로 성장하는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기를.

 

 

-가작

주위에 있던 것

강대준(국어국문·15)

소가 우는 이른 새벽

화한 공기는 가볍게 춤을 추고

기운은 무겁게 깔리던 새벽

 

녹아내린 달빛은 이미 사라졌고

차오르는 햇빛은 저 멀리에 있다

 

커질 줄 알았던 내 몸집에는

피만 흥건히 맺혀있다

 

종말을 얘기하던 사람들은

이젠 장소를 옮겨

컵 속에서 외치고 있다

 

전에는 몰랐지만

등 뒤에서는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내 인생 어디로

이예진(동양철학·18)

창문만 지루하게 바라볼 때쯤

햇빛 반짝이는 창을 통해 내가 비쳤다

 

정답은 생각 외로 가까이에 있어

 

나는 문득 이 기차의 주인이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나를 위해 존재하는 운전대와

텅 빈 운전석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없는 질문에 엉켜가는 길 위에서

종착역은 나였어

 

망설이는 동안의 나는 하염없이 누군가

나를 계속 이끌어줄 줄 알았지

 

운전대를 잡는 순간

커져버린 세계가 눈에 들어와

눈이 아플 지경이었어

 

그때였지

열차가 진정한 목표를 찾은 순간

 

-입선

낮달

김윤호(국어국문·18)

스쳐 보는 이슬이

이상한 하늘색이

자꾸만 부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샛별이 가고

고요도 가서

때때로 외로웠지만

시리게 새파란 하늘이

아이는 정말로 좋아서

그 품에 포옥 안기었다.

 

그림이 분명한 새하얀 것이

새파란 바다에 잠겨있는 것이

몇 숨을 홀린 줄을

아이는, 그녀는 몰랐다.

 

 

퍼스트 펭귄

장원희(국어국문·15)

남극은 천사의 자화상이다

찬란하다, 겨울이 박제된 극지의 시간

 

만년설에서 차가운 침묵만이 자랄 때

검은 수도복 걸친 흰 몸 가진 사제가

바다를 향한 순례에 오른다

펭귄이라고 한다

 

복음을 탐색하는 천로역정

남십자성 품은 은하수를 따라

발자국을 새기고

 

태곳적 허무처럼 깊은 크레바스를 넘고

울음마저 얼어붙는 눈보라를 넘어

펭귄은 극점에 닿는다

 

교회 첨탑처럼 날카로운 빙산에서

바라본 바다는

죽음이 솟구치는 장소

 

아주 먼 옛날, 창공을 매만졌던

이름 모를 선조의 날개뼈를 상상해본다

 

날갯죽지가 마구 부풀어 오르는 기분

 

바다에 고요히 나리는 눈처럼

순교를 각오하고

 

이내

결심한 듯 뛰어든다

 

타종 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숭고한 다이빙!

 

꽃잎의 드라마

이주림(국어국문·18)

낮 바람이 낯에 들고

낯빛은 햇살이 되고

노란색이 되어 그 묻어나는 따뜻함

 

봄이 된 손에는

꽃이 있네

 

그 꽃잎의 드라마

하나씩 떼어보고

그 꽃잎의 시네마

하나씩 둘러보고

 

마지막 남은 꽃잎에는

새파란 이슬이 묻어있어.

그 이슬이 마를 때까지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며

조용히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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