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은 어디에도 있지만 길 위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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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은 어디에도 있지만 길 위에는 없다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19.10.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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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유독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내게도 봄이 오는 줄 알고 순간 설레었지만 모두 설문조사를 가장한 이단 사이비 집단이었다. 그들은 남자 기숙사부터 버스 정류장까지 박지성급 활동량을 보이며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강연 홍보, 조별 과제, 심리치료 등 다양한 주제로 접근한다. 요즘은 심리 검사·치료로 접근하는 추세이다.

설문으로 학생의 정보를 대략 파악한 뒤, 전화번호를 묻는다. 그리고 심리검사를 해주겠다며 약속을 잡고, 학생을 카페나 식당으로 유인한다. 그때부터 마음 약한 학생을 조금씩 꼬드겨 본거지(본부)로 데려가는 포교 방식이다.

우리대학 커뮤니티를 보면 경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학생은 설문조사 후, 심리검사 해주겠다며 본인을 학교 근처 카페로 데려갔다간단한 그림 심리검사를 한 뒤, 안동역 근처에 있는 본거지로 안내 했다.’고 글을 게시했다. 해당 학생은 입구에서 도망쳤다고 말했다. 이처럼 설문 이후에 자신의 연락처를 묻는다면 높은 확률로 사이비이다.

단체가 접근하는 수법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도를 아십니까는 옛말이고, 요즘은 옷이 너무 예뻐요”, “외모가 너무 이쁘네요등 칭찬을 통해 학생들에게 접근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으며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지난겨울에 한 여학생이 조별 과제로 설문 중이라 접근해온 적이 있다. 내가 무슨 과냐 묻자, 그 학생은 우리대학에 있지도 않은 경찰행정학과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준비가 미흡한 모습이었다면 최근엔 그럴싸한 단체 이름과 포스터까지 보여주며 안심시킨다(포스터는 휴대폰으로만 잠깐 보여준다). 특히 포스터의 경우 구체적으로 분석 과제 참가자 모집’, ‘미술치료 참가자 모집등 정식 게시판이 아닌 학교 화장실에 종이 홍보물들을 붙여 학생들을 유인하고 있어 학기 초 새내기들이 많이 혼동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단체 이름이나 설문내용 등이 전문적으로 느껴져 이단 단체임을 알아도 거부감이 덜하단 거다. 이처럼 그들이 대학가에 판치니, 평소 조사 등에 성실히 임했던 나지만 요즘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지나친다. 그들 때문에 대외활동이나 대학생, 창업예비자 등 정작 설문조사가 필요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포교 활동, 법적으론 문제가 없을까? 우리나라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명시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종교를 선택할 자유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종교를 전파할 수 있는 자유도 있다. 이처럼 내 종교에 대해 설명하는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쳤을 때에는 문제가 된다. 지난 6경기방송 유쾌한 시사에 출연한 최단비 변호사에 의하면 모른 척 지나가는 사람에게 당신한테 귀신이 보이고 기운이 좋지 않다는 식으로 겁을 주는 행위는 협박죄나 경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한다. 즉 당사자가 강압을 느꼈다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화번호를 계속 요구하면, 이 또한 강요이기 때문에 강요죄가 될 수 있다.

몇 년 전 방영한 인기 드라마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집단을 소재로 다뤘다. 20대의 주인공과 친구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친구와 가족을 구한다는 내용인데, 드라마 속 사이비 신자들은 자신 앞에 놓인 불행한 상황과 마음을 치유받기 위해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해당 종교에 엄청 많은 돈을 헌금 한다는 점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생활이 궁핍하더라도, 빚을 내서 헌금을 할 정도이다.

앞서 요즘 접근 추세는 심리 검사·치료라고 했다. 그들이 심리로 접근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불안한 마음을 자극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우리대학에 전문적인 심리 치료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무튼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건 그들이나 사기꾼이나 다를 바 없다.

대학가의 이단 사이비 문제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희대, 전남대 등 많은 대학이 오래전부터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어떤 대학은 총동아리까지 접근해 공식 집단으로 인정받으려 한다니,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한 대학은 이단·사이비의 특색과 문제점, 단체들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 학교에 배포하고, 동아리 연합을 통해 이단·사이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우리 대학도 학교나 총학생회가 나서서 우리를 사이비 집단으로부터 보호해주길 바란다. 물론 단속이 쉽지 않겠지만, 그들을 지금처럼 놓아둔다면, 후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져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조심해야 한다. 동아리나 대외활동을 알아볼 때 정말 잘 알아보고 참여해야 한다. 학생들끼리 커뮤니티에 사례 등을 공유하고, 공지한다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꼬드기는 당신들에게 한마디 하겠다. 당신들의 종교와 신()이 진정으로 옳다면, 설문조사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포교활동해라. ‘종교의 자유를 가진 학생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믿을 사람은 알아서 믿을() 것이다.

류재민(경영·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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