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기이한 이야기, 괴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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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기이한 이야기, 괴담 속으로
  • 김혜미
  • 승인 2021.06.03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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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자리 잡은 무서운 괴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귀신나무
처녀 귀신이 내린 재앙의 불꽃
안동 귀신나무가 있던 도로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다.
안동 귀신나무가 있던 도로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기말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말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방학을 맞이한다. 많은 학생은 그토록 기다리던 방학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계획을 세운다. 그중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괴담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혼자 즐기기도 좋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안동 지역에도 재미있고 무서운 괴담이 있다. 공포 마니아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병철이 이야기’나 ‘안동 나무귀신’, ‘처녀당 이야기’ 등 유명한 이야기가 많다. 이런 괴담 내용과 사실 여부 등을 파헤쳐봤다.

“쿵쿵쿵! 저 병철인데요” 
한때 우리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병철이 이야기’는 안동 지역 대표 괴담이다. 글쓴이는 대학가에서 조금 떨어진 쌍둥이 건물 중 한 곳에 살았다. 밤에 공포영화를 보다 늦은 시간에 잠들었는데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누구냐고 묻자 한동안 조용하더니 “형! 저 병철인데요!”라고 대답을 한다. 후배가 왔다는 생각에 문 쪽으로 향하는데 또 “형! 저 병철인데요!”란 말이 들려온다. 밖에 있는 무언가는 어떤 질문을 하든 마치 녹음본을 틀어놓은 듯 반복해서 말한다. 소름이 돋아 한바탕 욕을 하고 나니 밖이 조용해졌다. 그렇게 안심하던 차 소름 돋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급히 병철이에게 문자를 보낸다. 반복되는 소리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아침 8시가 넘어가자 병철이의 비명이 들렸다. 진짜 병철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어 확 문을 열어보니 복도 끝에 병철이가 주저앉아있다. 병철이와 눈이 마주치자 정신없이 건물 밖으로 끌고 나간다. 아침에 문자를 보고 걱정돼 찾아온 병철이는 새빨간 창문을 보고 놀라 2층으로 올라가니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형체를 목격해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글쓴이가 뛰쳐나왔는데 얼굴이 스르륵 움직여 집 안으로 쑥 들어가는 걸 보곤 그대로 글쓴이를 끌고 나왔다고 한다.
병철이 이야기는 대사 반복, 을씨년스러운 웃음, 몸통 없이 떠다니는 얼굴 등 괴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 적절히 섞여 효과를 극대화했다. 반복하는 묘한 리듬이 있어 “병병병! 저 쿵철인데요!”나 “임금님! 저 정철인데요!”, “쿵쿵쿵! 형 저 병무청인데요!” 등 언어유희가 유행해 병철이를 쿵철이로 기억하기도 한다. 또한 ‘쌈무이’나 ‘깨야의 공포툰’, ‘왓섭! 공포라디오’ 등 많은 크리에이터가 소재로 다뤄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 ‘돌비 공포라디오’에 나온 우리대학 출신 시청자 오픈시스 씨는 “이야기 주인공들과 직접 알진 못하지만 친한 선배에게 듣기론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분이었다고 한다”며 “당시에는 무서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배와 병철이라는 분이 둘이서 짜고 친 거라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오픈시스 씨도 학교에서 기이한 현상을 겪었다. 약 8년 전 학교 건물에서 공부하다 새벽 2시경 잠시 나와 통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두 명이 계단을 올라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희한한 점은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움직이는데 말소리도 들리지 않고 올라오는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무서워진 나머지 급히 짐을 챙겨 공부하던 휴게실 불을 끄고 나와 건물을 바라보니 불이 켜진 교실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그 나무를 베선 안 돼
안동 지역엔 또 다른 괴담이 하나 있다. 바로 안동 귀신나무다. 임청각 앞에 있던 귀신나무는 선비나무라고도 불리는 회화나무다. 해충 질병에도 강하며 수명이 1,000년 이상이기에 기개와 절개가 있어 양반 가문에서 사당이나 종가댁 앞에 심는 고귀한 품종이다. 일반 사람은 이 품종을 함부로 심거나 제거할 수 없는 나무였다. 또한 악귀를 내쫓거나 흡수한다는 민속신앙이 있어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집과 마을을 수호하는 역할도 했다. 
임청각 앞에 있던 회화나무가 귀신나무로 바뀐 이유는 이 나무를 베려고 할 때마다 인명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임청각을 허묾과 동시에 나무를 베려 했다. 한 인부가 도끼로 나무를 내려찍으려 하자 갑자기 마른하늘에 벼락이 떨어져 인부가 사망했다. 이후에도 많은 인부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결국 일제는 포기한다. 마을에선 이 나무에 영령이 깃들었다고 해 숭배했다.
그 후 안동댐 건설과 경제 개발 계획으로 도로를 만들기 위해 다시 나무를 베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안동댐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사망하는 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무를 밀려던 불도저의 삽이 갑자기 빠지고 인근 컨테이너에 불이 붙기도 하며 돌풍이 부는 등 기이한 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했다. 결국 포상금 50만 원을 걸어 몇몇 사람이 시도하긴 했으나 모두 원인 모를 질병으로 사망했다. 계속된 사망으로 진행이 불가해 무당을 불렀는데 무당까지 심한 상처를 입어 결국 나무는 그대로 둔 채 도로를 깔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베려 했으나 베지 못한 귀신나무는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베어졌다. 소문에 의하면 오토바이를 타던 동생이 나무에 부딪혀 사망해 화난 형이 전기톱으로 베고 죽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정확히 밝혀진 건 없다. 그렇게 밑동만 있었는데 이마저도 대학생이 차를 몰고 가다 부딪혀 뽑혀버렸고 안동시청 건설과에서 정리했다. 
당시 건설과 담당자는 “나무가 거의 죽은 상태에서 작업했다”며 “원래 소문은 나무가 살아 있을 때 베면 죽는다였다. 당시에는 죽은 나무라 그런지 작업 후 탈 난 사람은 없었다”고 답했다.
현재는 나무가 있던 터를 찾아볼 수 없고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만 남아있다.

외로운 처녀를 보듬어주다
안동시 무실마을에는 무실 처녀당이 있다. 관련 설화는 1968년 경상북도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에서 주민 유 씨가 구연한 것을 채록해 1999년 안동시사편찬위원회에서 출간한 「안동시사」에 수록하면서 전해졌다.
마을에 살던 처녀가 시집을 못 가고 죽었다. 그 후로 마을에 일이 자꾸 생겼다. 마을 주민은 마을굿을 진행하기로 했다. 굿판에서 처녀가 무당을 통해 “나는 마을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어 뒷산을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나를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살게 해 다오”라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논의 후 산에 당을 만들고 정월 열나흗날 다 같이 제를 지내기로 했다. 그 후 제를 지낸 산에 처녀를 모신 당이 있다 해 아기산이라 불렀다. 그런데 매번 제사를 지내려니 산이 높아서 음식 나르기 불편해 마을굿을 한 후 당을 지금 장소인 동리 어귀로 옮겼고 이름도 ‘처녀당’이라 바꿨다.
처녀당에 대한 정성이 부족하면 마을에 재앙이 일어나고 행인에게도 영향을 미쳤는데 지나가던 말이나 소의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기도 했다. 제를 드릴 때 제관과 음식을 마련하는 유사는 인적이 그친 밤에 개울가에서 목욕재계하고 온종일 집에서 나가지 못했다. 이들은 첫닭이 울기 전에 제사음식을 차린다. 음식 마련하는 집에는 새끼줄(금줄)을 걸고 흰 종이를 사이사이에 꽂아 다른 사람 출입을 막았다. 그 외 사람은 붉은 흙을 구해 음식 차리는 집에서 당집까지 끊어지지 않게 뿌렸다.

잘 알려지지 않은 괴담
2019년 6월 19일 평소처럼 오토바이 주행을 하던 유튜버 소세지입술 씨는 마을과 떨어진 한적한 도로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한다. 가로등도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물체는 오토바이를 향해 달려왔고 적절한 대처로 겨우 피했다. 잠시 주행을 멈춰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던 차 아무런 말소리 없이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정신없이 도망쳤다. 유명 유튜버 ‘윤시원’과 함께 현장을 분석해보고 여러 상황을 재현하는 등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별해보기도 했다. 소세지입술 씨는 “당시에는 너무 놀라 미끄러져 사고 날뻔했다. 그저 무서웠던 기억밖에 없다”며 “윤시원 님과 함께 사람이 뛰어드는 상황, 가만히 서 있는 상황,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뛰어드는 상황 등 많은 실험을 했고 뛰면서 팔을 흔드는 모습이 가장 유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귀신은 아닌 것 같다”며 “정신이 이상한 학생이나 일부러 장난치려고 달려든 남자가 뛰어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괴담을 즐겨듣는 인문예술대 A 학생은 “여름을 잘 지내려면 무서운 이야기가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주변에도 다양한 괴담이 있다는 걸 알고 매우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이어 “기이한 일들이 일어났던 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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