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과 경북대 통합, 아직 논의된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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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과 경북대 통합, 아직 논의된 바 없어
  • 이철승 , 정현진
  • 승인 2021.05.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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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통합 논의했으나 번번이 무산
설문 결과 경북대와 통합 찬성률 높아
총장 “디지털공유대학 형태 계획 중”
우리대학 에브리타임 캡쳐 화면
경북대 에브리타임 캡쳐 화면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대학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다. 동일 권역에 위치한 국립대를 통폐합해 유사·중복학과 정리하고 캠퍼스별로 특성화한다는 내용이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적극적인 대학 통폐합을 시도해 18개 국립대를 9개로 통폐합했다. 당초 2007년까지 50개 국립대를 35개로 통폐합 계획했을 정도로 과감하게 추진한 정책이었다. 전남대-여수대, 강원대-삼척대, 부산대-밀양대, 공주대-천안공대, 충주대-청주과학대 등의 국립대가 통폐합했고 추가로 일부 동일 재단 사립대(가천의대-가천길대, 고려대-고려대 병설 보건대, 삼육대-삼육의명대 등) 통합을 이끌었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 계획안’을 발표하며 국립대 간 통폐합을 유도했다. 그러나 2010년 인천대학교(인천대-인천전문대)와 2012년 한국교통대학교(충주대- 한국철도대) 단 두 곳만 통합에 성공했다.

과거 우리대학 역시 국립대 통합논의에 참여했다. 2001년 우리대학은 경북대, 금오공대, 상주대, 대구교대와 대구 경북지역 국립대학교(TKNU) 체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각 대학별로 특성화 분야를 지정해 분야에 맞게 캠퍼스를 재편성할 계획까지 세웠다. 우리대학은 한의학과와 (한)약학대학을 신설하고 한국학 특성 대학으로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 간의 담론 미비와 캠퍼스 이동에 따른 갈등, 교수 신분 보장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수년이 지나도록 통합논의는 지지부진했고 2007년 경북대와 상주대 간 통합추진 양해각서가 체결되며 두 대학만의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결국 2008년 TKNU 체제가 아닌 경북대와 상주대만의 통합이 이뤄졌다.

TKNU 무산 이후에도 우리대학을 둘러싼 통합논의는 이어졌다. 2009년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 계획안 발표 이후 우리대학과 경북대 간 통합논의가 등장했다. 이희재 전 총장과 보직자들이 직접 경북대를 방문해 노동일 전 경북대 총장에게 통합을 제의했다. 두 대학 간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며 대구캠퍼스는 연구 중심, 안동캠퍼스는 교육 중심 대학으로 육성할 방침까지 설립했다. 우리대학과 경북대는 9월 통합공동연구위원회를 구성해 10월 초까지 대학별 통합 시안을 마련한 뒤 구성원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이르면 이듬해 3월 교육과학기술부에 통합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통합 후 신입생 정원조정, 중복·유사 학과 정리 등을 두고 논의가 쉽사리 진전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국정감사에서 통폐합 실적 부진을 이유로 경북대를 집중 질타했다. 상주대와 통폐합 당시 약속한 캠퍼스별 특성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가운데 안동대와 통합 추진은 무리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노 전 총장이 대구캠퍼스와 상주캠퍼스 행정·재정 일원화를 서둘러 강행했고 상주캠퍼스는 거세게 반발했다. 통합 이후 혼란을 겪는 상주캠퍼스를 본 우리대학 내부에서도 통합 반대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결국 경북대와 통합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TKNU와 경북대 이외에 경북도청 신도시 건설을 맞아 예천에 위치한 경북도립대와 통합논의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 논의로 발전하지 못한 채 경북도립대가 독자생존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최근 우리대학 입학인원 미달 사태를 계기로 위기감이 고조되며 다시 한번 통합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3월 권순태 총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두 대학의 통합 문제를 깊이있게 논의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의나 논의는 없다”며 “지금은 가장 초보적인 단계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우리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우리대학과 경북대의 통합’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485명 중 찬성 476명(98.1%), 반대 9명(1.9%)이 나왔다. 통합 소식을 어떻게 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SNS 326명(67.2%), 신문이나 방송 매체 101명(20.8%), 학과 동기나 선배 58명(12%)가 나왔다.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은 크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생 수 미달 ▲대학 존폐 위기 등이다. A 학생은 “올해 신입생 수가 증명하듯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대의 미달률이 점점 심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방대의 생존법은 인근 대학과의 통합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B 학생은 “저출산 고령사회로 인해 대학 입학 인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며 “경북대와 통합하는 것이 거시적으로 보면 좋은 결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입학생 수 미달과 대학 소멸 위기 등의 이유로 지난달 30일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는 여러 차례 간담회와 투표를 거쳐 경상국립대를 출범했다. 현재 행정절차 통합만 완성된 상태이고 학사 통합은 내년 3월에 이뤄진다.

반대 의견도 있다. C 학생은 “통합하게 되면 우리대학과 경북대 학생들 간의 마찰이 생길 수 있다”며 “통폐합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신입생 미달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 학생은 “경북대 상주캠퍼스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며 “통합한다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답했다. 또한 “안동시는 고립된 위치와 주변 상권 단합 등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두고 통합을 운운해서는 안 된다”며 “통폐합으로 나올 문제점을 더 가속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 여론은 통합 반대 의견이 거셌다. 경북대 E 학생은 “상주캠퍼스도 미달이라 문제가 되는데 안동대까지 받는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F 학생은 “요즘 교대랑 통합하는 추세인데 왜 굳이 안동대랑 통합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G 학생은 “경북대와 안동대가 통합하는 건 둘째치고 왜 지방대만 희생을 강요당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창수(식물의학·16) 총학생회장은 “통폐합한다는 건 아직은 조심스럽다”며 “재학생과 신입생 수가 적어 학교 운영이 불가능할 때 마지막 수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한쪽 의견만이 아닌 우리대학과 경북대가 함께 만족하고 나아갈 방향이 같다면 통폐합에 대해 논의하고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권 총장은 “경북대와 1:1 통합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다”며 “참여 분야에 한해 디지털공유대학(DGM, Daegu Gyeongbuk Multiversity) 형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공유대학과 대학의 통합은 완전히 별개의 개념이다”며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개념이 도입되면서 전국적으로 공유대학이라는 시류는 우리대학도 예의 주시하면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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