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소문으로 파괴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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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소문으로 파괴된 삶
  • 김혜미
  • 승인 2021.04.0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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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어온 학폭 미투 바람
진실 혹은 거짓 제대로 밝혀야…
요즘 뜨거운 화제가 있다. 바로 ‘연예인 학교폭력(학폭) 의혹’이다. 검색창에 ‘학폭’이라고만 입력해도 컨텍스트 자동완성으로 ▲학폭 연예인 ▲학폭 논란 연예인 ▲학폭 논란이 뜬다.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연예인 학폭 논란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누군가의 댓글이나 게시물로 기사화돼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지난달 2일 한 사이트에서 연예인 김 모 씨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김 씨가 당시 또래보다 덩치가 컸고 2007년 중학교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며 주장했다. 실내화나 분필 지우개, 물 폭탄 등을 던져 옷을 더럽혔고 침까지 뱉었다고 한다. 만약 피해자가 인상을 찌푸린다면 온갖 욕설과 폭행을 동반한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댓글에 수많은 피해자와 목격자가 등장해 성희롱, 동성 성폭행,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씨는 학폭 의혹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시한 후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하차했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 김 씨가 출연한 작품들이 사라져 사실상 방송계에서 퇴출됐다는 말도 나왔다.
한편 김 씨의 동창이라며 나타난 A 씨는 “김 씨가 폭력을 행사한 건 맞지만 성폭행은 절대 없었다”며 “연락이 닿는 동창 30명과 기억을 비교해보고 사실 확인을 했다. 옹호할 마음은 없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은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 네티즌은 김 씨의 사과문에 “과거 아내가 김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댓글을 달았으나 이 내용이 기사화되며 논란이 커지자 “댓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연락해보려 쓴 글이 기사화돼 곤혹스럽다”며 “기자들이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댓글을 기사로 쓸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김 씨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김 씨가 피해받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폭을 하기는 했으나 하지 않은 행위까지 덮어쓰는 일이 있는 반면 학폭을 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의 글로 순식간에 ‘학폭 가해자’가 돼버린 사례도 있다.
이달의 소녀 멤버인 츄(본명 김지우) 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 사이트에 게시된 내용에 따르면 츄 씨가 다른 사람 물건을 자주 훔치고 친구 사이를 이간질하며 왕따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동창생들이 이에 반박하기 시작했다.
동창생인 B 씨의 말에 따르면 츄 씨가 나온 중학교엔 학생들을 폭행하고 술과 담배를 즐기며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또한 글쓴이가 주장한 잘나가는 무리는 츄 씨 무리가 아닌, B 씨 무리였으며 그마저도 수업 시간에 심하게 떠들어 교무실에 불려가는 게 전부였다. B 씨는 “학교가 작은 편이라 왕따를 당했다면 최소한 누군지는 알 텐데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며 “분명 왕따를 당한 게 아닌 지우와 개인적으로 싸웠을 가능성이 큰데 양심이 있다면 다시 기억을 떠올려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른 동창생 C 씨는 B 씨의 말에 공감하며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남겼다. C 씨의 말에 의하면 해당 학교에는 등·하교 길 지킴이 선생님이 상주하며 교통안전 관리 지도나 복장 관리를 했다. 만약 츄 씨가 교문 앞에서 글쓴이에게 욕을 했다면 선생님이 지적했을 것이며 다른 학생도 그 모습을 목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로지 글쓴이의 주장만 있을 뿐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C 씨는 음악 수행 평가 때 츄 씨가 글쓴이에게 대놓고 야유를 보냈다는 주장에도 같은 맥락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C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지우와 몇 달 동안 짝꿍으로 지내며 느낀 건 누구보다 착하고 예의 바른 친구, 결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친구였다”며 “부디 익명이라는 가면에 숨어 불특정 다수에게 허위사실을 퍼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츄 씨를 옹호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코미디언 홍현희 씨 역시 학폭 논란에 휩싸였으나 이를 강력히 부인하며 학폭 의혹 제기자를 고소했다. 홍 씨는 “학창시절 내 외모도 지금과 다를 바 없었는데 무슨 친구 외모 비하를 하면서 왕따를 시켰겠는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속사 측은 수년간 게시된 연예 기사 댓글이나 게시물 등 허위로 주장한 글을 모두 수집해 작성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자 작성자는 다음날 기억의 오류였다며 직접 찾아와 사과했고 홍 씨는 쿨하게 고소를 취하했다.
이외에도 많은 연예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학폭 의혹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만약 학폭 의혹이 진실로 드러나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며 피해자에게 최선을 다해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거짓으로 밝혀졌을 땐 수많은 악플에 시달린 한 영혼을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도하는 언론이 책임질 것인가, 그 영혼을 향해 악플이라는 칼을 날린 네티즌이 책임질 것인가. 더는 거짓 소문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학폭 의혹의 진실이 빨리 밝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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