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명하는 혈액형과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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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설명하는 혈액형과 MBTI
  • 윤경민
  • 승인 2021.04.0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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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서 MBTI로 변해가는 시대
무료 MBTI검사, 실제 검사와 달라
재미로 보는 MBTI, 내 짝은 어디에
재미로 보는 MBTI, 내 짝은 어디에

A가 B에게 “너 혈액형이 뭐야?”라고 묻는다. B가 “나 O형이야”고 하자 A가 “어쩐지 활발하더니 O형 같았어”라 말한다. 이는 2030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화다. ▲A형은 소심하다 ▲B형은 변덕쟁이다 ▲O형은 활발하다 ▲AB형은 4차원이고 천재 아니면 바보다 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과거 많은 사람이 혈액형으로 상대의 성격을 판단했다. 하지만 요즘 상대의 성격을 알고 싶을 때 “너 MBTI가 뭐야?”라는 질문을 던진다.
성격을 나누는 유행은 혈액형별 성격 분류에서 MBTI로 옮겨갔다. 혈액형별 성격 분류와 MBTI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나와 잘 맞는 MBTI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알아봤다. 그리고 심리검사 그 이면엔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자.


혈액형의 시작
혈액형은 오스트리아 면역학자인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처음 발견했다. 20세기 초 학계에서는 혈액형 인류학(백인이 많은 A형의 우수성과 유색 인종이 많은 B형의 열등성)을 주장했다. 이를 접한 일본 교육학자 후루카와 다케지(古川竹二)는 의문을 갖고 주위 친척을 조사해 ‘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를 발표했다.
약 20년의 세월이 지나고 문필가인 노미마사히코가 후루카와 교수의 연구에 기반한 혈액형 인간학을 저술하며 혈액형 성격설에 큰 붐이 일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 드러나며 혈액형별 성격 분류는 점차 잠잠해졌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영향으로 혈액형별 성격 분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혈액형별 성격 분류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온 유사 과학이다.


MBTI의 시작
요즘은 혈액형별 성격 분류가 점차 사라지고 MBTI가 유행하는 추세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 tord의 약자로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다.
칼 융의 심리유형 이론을 근거로 캐서린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 이사벨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 피터 마이어스(Peter Myers)까지 3대에 걸쳐 약 75년 동안 연구·개발됐다. MBTI는 4가지 선호지표로 구성돼 성격유형을 16가지로 나눈다. 이는 ▲외향-내향(E-I) 지표 ▲감각-직관(S-N) 지표 ▲사고-감정(T-F) 지표 ▲판단-인식(J-P) 지표로 구성된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지표 중 E 유형은 대게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반면 I 유형은 내적 활동을 즐기고 개인 생활을 중시한다.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지표 중 S 유형은 실제적인 사건과 사실적인 묘사를 중시하지만 N 유형은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현재보다는 미래에 집중한다.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사고-감정(T-F) 지표 중 T 유형은 객관적인 사실을 중시해 논리적이고 분석적 사고를 선호하는 반면 F 유형은 감정을 중요시하고 정서적 측면을 우선시한다.
마지막으로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서 적용돼 나타난 생활양식을 보여 주는 판단-인식(J-P) 지표 중 J 유형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이지만 P 유형은 융통성 있게 행동하고 즉흥적인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없을까?
MBTI는 과학적 근거를 가진 과학연구가 아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의 임상 연구 끝에 도출된 결과이기에 우리는 자신의 MBTI 특징을 보며 흠칫 놀랄 정도로 정확히 맞다고 느낀다.
MBTI와 같은 심리검사는 때로 해석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바넘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너무 솔직하게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는 심리검사 결과가 있다. 이 문장을 보고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대다수의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결과다. 최동숙 취업창업진로과 담당자는 “바넘 효과를 쉽게 비유하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사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자체는 좋지만 맹신하면 문제가 된다.
인터넷에 MBTI라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무료성격유형 검사 사이트(16Personalities)는 실제 MBTI 검사 문항과 차이가 있다. 16Personalities의 척도는 빅 파이브(Big Five)에 있다. 빅 파이브는 성격심리학에서 나누는 다섯 가지 성격 요인(▲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을 이용해 다양한 성격 특징을 간단하고 일관성 있는 분류 체계로 정리하기 위한 성격 모형이다.
그렇기에 MBTI에서 쓰이는 공식 문항이 하나도 없다. 실제 MBTI 검사는 양자택일 질문으로 구성돼 기본 공식 문항 구현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MBTI는 저작권이 등록된 공식 검사로 문항을 표절하거나 무료로 배포하면 처벌받는다. 유사 사이트에서는 MBTI와 비슷한 문항을 만들어 결과 유형에 A나 T를 덧붙여 저작권 위반을 피한다.
MBTI와 같은 심리검사는 검사 후 전문가의 해석까지가 일련의 과정이다. MBTI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전문가에게 받아야 하며 개인적으로 판단하면 오해와 선입견이 생기기 쉽다.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여러 심리테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재미로 한다면 나를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지만 그 틀에 얽매이게 되는 것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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