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감사, 실은 있지만 바늘은 없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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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없는 감사, 실은 있지만 바늘은 없는 격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6.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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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학생자치회비와 학생회비다. 학생 입장에서 학생자치회비와 학생회비 납부는 선택사항이지만, 학교생활에 중요한 행사 참여를 위해 대부분 납부한다.

그러나 학생은 학생회비의 입출금액, 사용내역, 잔액 등의 정보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규정이 없거나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돈의 입출금액, 사용내역, 잔액, 사용처 등의 정보가 담긴 장부를 집행부가 작성해 어떠한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학생에게 공개되기도 한다. 즉 오로지 집행부 양심에 따라 돈이 사용되고 장부가 작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매 학기 안동대학교 고백할래요’, ‘안동대학교 대나무숲과 같은 익명 사이트에서는 학생회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대학 학생회칙에 대한 6차 개정이 있었다. 10장 제48조부터 54조까지 재정 부분이 강화됐다. 5차 개정 회칙에는 없었던 감사대상을 총학생회 집행국(), 단과대학 학생회, 학부() 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로 뚜렷이 명시하고 감사 시기는 2/4분기 및 4/4분기에 해당하는 학기 말에 시행된다고 규정한다. 감사 부분에서 이전 회칙과 달리 좀 더 세세한 규정이 들어선 것이다.

미국회계학회에서 발표한 기초적 감사 개념에 관한 보고서(ASOBAC)’에 따르면 회계감사를 감사 대상 행동이나 사건들에 관한 피감사인의 주장이 사전에 설정된 기준과 일치하는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독립적인 제삼자가 객관적으로 증거를 수집하여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이해관계가 있는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체계적인 과정이다고 정의한다. 피감사인의 주장이 기준에 일치하는지를 검사하고 감사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다.

학교 밖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기업은 특성과 규모에 맞게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일반기업회계기준, 특수분야회계기준, 중소기업회계기준, 비영리회계기준 등을 적용한다. 그리고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은 법률에 따라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회계기준은 기업의 입맛에 맞게 거래를 기록하지 못하게 하는 틀을 제시한다.

회계감사는 기준과의 일치 여부에 대한 감사인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재무정보를 검증받게 된다. 즉 감사보다 기준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대학 각 학과는 학생회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학과마다 상황과 환경이 다르다보니 통합 기준을 제시하기도 힘든 부분이 있다.

한창 논란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사태는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 K-IFRS가 가진 모호성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원칙 중심의 회계는 원칙이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허용한다. 이에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를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판단했고 삼성바이오는 모든 회계 처리를 회계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했다고 확신한다고 밝히며 대립하고 있다.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회계 처리가 적절하다’,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처럼 원칙 중심의 기준은 재량권이 부여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명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단점도 있다. 처한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 세세하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뿐만아니라 감사인의 책임, 전문성, 감사인과 피감사인의 유착관계 등을 살펴봐야 한다.

학생회비 회계가 투명하도록 학생회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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