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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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 김규리
  • 승인 2020.12.0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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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건 리더의 몫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용하는 건 노력의 차이
소통의 단절 대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안동대신문 종강호에는 늘 총학생회 사업평가 기사가 실린다. 한 학기 동안 학생회가 했던 활동을 되돌아보고 학생 여론을 알아보는 기사다. 어떤 이는 신문사가 무슨 권리로 학생회를 평가하냐며 기사를 부정적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막상 최근 몇 개의 기사만 읽어봐도 학생회의 활동을 비판하는 내용은 찾기 힘들고, 활동을 설명하는 학생회 측 입장과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 인터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공약 이행률도 언급되고 활동과 관련된 우리대학 부처의 인터뷰도 들어가지만 결국 사업평가는 학생회와 학생의 입장을 함께 본다는 의미를 지닌 기사다. 총학생회 활동에 대해서는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사업평가는 여론을 형성하는 기사라기보다는 여론을 수렴해 보여주는 기사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자들은 사업평가를 준비하면서 ‘좋은 내용만 쓰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보다는 ‘와 진짜 이대로 써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기자가 아무리 우호적 시선에서 기사를 쓰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고, 비판적 시선에서 기사를 쓰려고 해도 쉽지 않다. 학생들의 지배적인 여론을 거스르면서 기사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업평가의 의의를 오해하는 학생도 있지만, 활동 사업의 미진한 부분을 잘 알고 있기에 취재를 회피하려는 경우도 있다.
2019년은 사업평가의 좋은 취지를 살려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에도 취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모든 학생회가 응답하지 않거나 말을 바꿨다. 학생회가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아도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지만, 단과대 학생회의 공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선거 시행 규칙도 마찬가지다. 2019년 당시 필자의 소속 단과대였던 공과대 학생회는 기사를 작성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보여주겠다고 했다.
공과대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문의했는데 학과 선배, 신문사 선배 등 공과대 학생회와 관련된 여러 사람에게 연락받았다. 공약 열람은 언론사뿐만 아니라 소속 단과대 학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소속 단과대 학생으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어렵게 확인한 공약은 선거 포스터에 적혀있는 몇 줄이 전부였다.
당시 공과대 학생회장은 좋은 취지의 기사고 학생들의 비판도 받아 가며 성장하면 좋겠지만 자처해서 그러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공약조차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학생회의 행태에 크게 실망하고 좌절했다.
학생회가 이렇게까지 취재와 기사 작성을 거부한 이유가 뭘까. 나는 학생회 활동이 원활하지 않고 학생 여론을 똑바로 마주하기 두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판을 겸허히 인정하고 피드백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부족하고 잘못된 사항에 대해서 지적받는 것을 꺼려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 힘들다.
잘못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리더가 필요하다. 잘못을 인정할 때 개선의 실이 열리고 발전을 위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우리대학 학생회를 견제할 수 있는 기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태까지 언론사가 비슷한 역할을 해왔지만 ‘감사’할 수 있는 권리가 없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기자 생활하면서 학생회가 편집권 침해에 해당하는 부당한 요구를 했을 때마다 차라리 언론사가 감사 기구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신문사는 감사 기구가 아니기에 학생회에 재정비의 계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는 학생의 대표로서 갖춰야 하는 덕목일 뿐만 아니라 장차 사회에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12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는 스스로 부끄러운 모습 감추는 학생자치단체를 볼 수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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