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영화가 기대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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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영화가 기대되지 않는 이유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0.12.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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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현실로부터 회의감이 들고 열정이 식어버릴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 감명을 받고 이러한 자신을 되돌아볼 때가 있는데 나에겐 영화 ‘어바웃 타임’이 그러했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남성이 그 능력을 남발하며 살다 현재, 지금 한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이상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내용의 로맨스 영화다. 이 영화는 내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으며 실수는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줬다. 이 외에도 감명을 준 영화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러한 영화는 대부분 해외 영화로 한국 영화 중 재미있게 본 영화는 있지만 깊은 인상을 남겨준 영화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은 상업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상업 영화는 이윤을 추구하며 성과를 내야만 한다. 감독의 입장에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작품을 만들 때 협찬, 캐스팅 등 여러 부문에서 상당히 애를 먹을 수 있고 배우의 입장에선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 영화의 성향은 특별한 일도 아니고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평론가는 우리나라 영화의 상업주의 성향을 비판한다.
극한직업을 예로 들어보자. 극한직업은 2019년 1월에 개봉한 영화로 누적 관객 수 1,626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영화 글로벌 흥행 3위에 안착했고 개봉 3주 만에 누적 관객 매출만 1,000억원을 돌파한 일명 ‘초대박’ 영화다. 상업적으로만 본다면 분명 그러하다. 하지만 평론가 사이에서의 극한직업은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네이버 영화 평점만 보더라도 관람객 평점 9.20, 네티즌 평점 8.50점 등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기자·평론가 평점은 6.80점으로 앞선 수치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어째서 극한직업은 대중에겐 인정받았지만 평론가에겐 인정받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극한직업은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장르 중 하나인 코미디 영화다. 대중적인 배우를 섭외해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웃음 포인트를 영화에 녹여냈고 이를 토대로 흥행에 대성공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유명한 배우, 비슷한 전개, 비슷한 결말 등 기존의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화였다. 참신하지도, 새롭지도 않았다. 다시 말해 기존의 상업 성공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가져온, 검증된 방식의 영화라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가 대흥행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이를 꾸준히 찾고 소비하는 우리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상업을 위한 모방은 결론적으로 상업성을 저해시켜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박찬욱 영화감독은 2017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는 곧 사람들의 싫증을 야기하고 상업성을 저해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윤 추구의 동기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영화는 산업이고 경제적 이익이 없는 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어찌 감히 이를 잘못됐다 비난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과도한 이윤추구의 동기가 현재 우리나라 영화를 나쁜 굴레에 가둔 것은 아닐지. 또, 우리는 이러한 영화에 익숙해져 영화의 새로운 발달을 본의 아니게 막아온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많은 이들이 찾는 대중적인 매체다. 그렇기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질을 저하하는 꼴이다. 그러므로 한국 영화산업은 영화라는 것을 단지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어떻게 하면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화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줘 제2의 기생충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한다.         

 

이영훈(유럽문화관광·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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