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의 힘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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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의 힘은 강하다
  • 김혜미 기자
  • 승인 2019.06.04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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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개성을 녹여낸 창업
소소한 일상에서 느낀 행복
속마음을 대신 전해준 선물

자랑스러운 솔뫼인을 찾아<54> 플로리스트 겸 꽃집 CEO, 석소담(경영·12) 동문

꽃꽃이를 하는 석 동문
꽃꽃이를 하는 석 동문

 

 

꿈을 찾아 방황하던 소녀가 자신의 개성이 녹아있는 꽃 가게를 운영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라는 커다란 방해물을 이겨내고 창업에 성공한 석소담 (경영·12) 동문이 그 주인공이다. 석 동문은 꽃의 향긋한 향기와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것이 아닌 거칠고 자유분방한 면에 반했다고 한다. 수선화처럼 겉으론 여리고 약해 보여도 내면에 강한 면모가 있는 그는 열정 하나로 어려운 창업을 해냈다.

안동시 정하동에 위치한 소담 꽃집에서 석 동문이 싱그러운 미소로 반겼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며 뚜렷한 주관을 보여준 석 동문의 창업 설계도를 들여다봤다.

경영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학력을 인정받은 후 21살 때까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다녔다. 안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걸 찾아야 했고 아르바이트로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마케팅은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타깃층을 정해 그에 맞는 제품을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밖에도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게끔 하기 위한 음악, 조명, 인테리어 등을 정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경영학과에 22살이라는 조금 늦은 시기에 입학한 것은 다양한 요소가 있는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업을 시작한 이유는?

플로리스트 대다수는 일하면서 다양한 꽃 알레르기가 생긴다. 반면 꽃 가게를 운영하기 전부터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었다. 지금은 국화꽃만 유독 심한 알레르기가 일어나지만, 예전에는 벚꽃축제와 같은 꽃이 많은 곳에 가기만 해도 볼 주변이 간지러워 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학생 때 우연한 기회로 축제 기간에 꽃을 이용한 장식품을 판매했다. 당시 어설프고 서툰 솜씨로 만든 꽃 장식품이었지만, 그것을 보고 다른 학생들이 너무 좋아해 줬다. 그때 작은 손재주로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건넸을 때 받은 사람의 번지는 미소가 굉장히 좋았다. 또한 꽃꽂이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다. 똑같은 재료를 나눠줘도 서로 다른 작품들이 나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 후 배우고 싶은 욕망이 커졌고 다양한 꽃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전문적으로 배웠다.

창업 준비 시 힘들었던 점은?

창업 시작하기 전 가게 이미지를 고민하고 인테리어 잡지나 사진을 찾아보며 인테리어를 구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바닥을 시멘트로 하고 싶었으나 골프장을 운영했던 매장이라 시멘트가 들어갈 수 없었다. 또한 벽 색깔도 원하던 색이 아니었는데 선택 실수로 지금의 모습이 됐다. 그러면서 공사 기간이 길어졌고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

머릿속으로 모든 계획을 세워 놨는데 현실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니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이 힘들었다. 이를 극복한 힘은 꽃집 창업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었다. 목표로 향하는 도중 작은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플로리스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요즘 젊은 어머니들은 셀프 돌잔치를 많이 한다. 셀프 돌잔치란 옛날 돌잔치처럼 업체을 통해 큰 규모로 잔치를 여는 것이 아닌 어머니가 직접 소품을 제작해 소규모로 여는 것이다. 한 손님이 셀프 돌잔치를 도와달라고 요청해 꽃으로 꾸미는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돌잔치를 했던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들어오는 모습과 동시에 선생님 덕분에 아이가 잘 컸어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의 직업이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손님이 작은 화분을 사 갔는데 뿌리가 자라 분갈이를 하러 찾아왔을 때, 손님 한 분이 추천해 준 꽃 덕분에 가족끼리 화목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사소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꽃의 역할은?

꽃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전달해준다고 생각한다. 상대방과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하는 프러포즈에서 꽃을 사용하고 일제의 잔재이긴 하지만 고인을 추모할 때도 꽃을 들고 간다. 매장에 오는 손님도 누군가를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오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도 많다. 즉 꽃은 마음을 더 표현하지 못할 때 준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꽃 한 송이에 기분이 좋아진다. 예를 들어 매장에 왔던 손님이 꽃을 사 가면서 아픈 사람에게 선물하려는데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사 간다고도 했다. 또한 수업 전에 수강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기분이 좋지 않아서 수업을 들으러 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꽃 한 송이의 힘은 강하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식물을 찾는 이가 많나요?

식물을 잘 몰랐을 때는 단순히 피톤치드가 나오고 공기를 맑게 해주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꽃집을 운영하면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예를 들어 마음이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매장에 들어오면 기분이 점점 풀어지는 것을 느꼈고 식물의 잎을 닦아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손님은 식물을 키우는데 조금 지나면 자라있으니 그것이 좋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미세먼지가 심해 공기 정화에 관심이 증가했다. 매장에 찾아온 손님 대부분은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을 찾는다.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라면 모두 공기 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식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된 물이 기공을 통해 증발하는데 이것이 증산이다. 이 증산은 음이온이고 미세먼지는 양이온이기 때문에 두 이온이 결합해 공기 정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식목일이라는 특별한 날에 비싼 식물을 사는 것보단 작은 식물이라도 장식품처럼 놔두면 좋을 것 같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20대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어떤 장점들을 접목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 무수히 많이 무너져도 보고 성공의 맛을 보기도 해야 한다. 나 자신도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한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걸 하면 끝까지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플로리스트라고 하면 우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작업하면서 손도 많이 다치고 식물을 하나 심고 나면 손이 많이 거칠어진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서 에너지가 저절로 생긴다.

자신이 좋아하면서 재능까지 있으면 너무 좋다. 만약 재능이 부족하다고 해도 꾸준히 연습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엔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손에 물집이 생길 때까지 계속 연습하니 스스로 만족할 만큼 실력이 향상됐다. 하는 일에 만족하고 이를 좋아하면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경험을 많이 해보고 자기가 에너지를 끝까지 쏟을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프랑스처럼 자연스러운 꽃꽂이를 추구하는데 창업할 때 안동에는 그런 스타일의 꽃집이 없었다. 같은 사업이어도 나만의 특기를 가지고 매장의 포인트를 살려야 한다. 창업 초기에는 많이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걸 잘 이겨내는 방법은 자신만의 강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창업은 막연하다. 그 부분을 최소화하려면 창업 전에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야 한다. 또한 성실해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창업 생각이 있다면 콘텐츠나 타깃층 분석을 해야 한다. 그 결과에 강점을 잘 녹여낸다면 성공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창업을 꿈꾸면서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아무 거리낌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문화공간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몇 년이 지나 조금 더 안정되면 더 큰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하나만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두세 가지 이상을 할 수 있는 장소였으면 좋겠다. 그곳은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작은 것이라도 실현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게 목적이다. 안동이라는 곳은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넓게 발산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런 공간을 만들어 단순히 꽃만 사거나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닌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을 만들 것이다. 지금도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다. 단순한 꽃집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재능은 있지만 수업할 공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여해주며 수업의 장을 형성했다. 친구랑 공부하는데 카페는 부담스럽고 마땅한 공간이 없는 사람도 이곳을 방문에 자유롭게 이용했으면 좋겠다.

Q&A

Q. 꽃집 창업 시 중요한 점은?

A. 꽃집 창업할 때 중요한 것은 매장이 주는 향기와 음악이다. 예를 들어 어떤 평범한 매장과 특별한 개성이 있는 매장에 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후자를 더 오랫동안 기억한다. 또한 백화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대별로 방문하는 손님을 고려해 음악을 바꿔 손님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것과 같다. 단편적으로 올리브영과 우리 매장을 놓고 봤을 때 음악 스타일이 다른 걸 확연히 느낄 수 있다.

Q. 창업 비용 마련은?

A. 창업 비용은 부모님에게 모든 걸 의지하고 맡길 수 없어 청년창업지원금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했다. 지원금으로 매장이 들어설 공간까지 마련할 순 없었지만 인테리어 비용의 대부분을 충당해 부담을 줄었다.

Q. 가장 좋아하는 꽃은?

A. 매일 좋아하는 꽃이 바뀌어 하나를 고를 순 없지만 산에서 꺾어온 것 같은 야생화나 들꽃 종류를 선호한다. 요즘에 좋아하는 꽃 중 하나는 버터플라이. 이 꽃의 꽃잎은 하늘거려서 금방 시들 것 같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꽃잎 색이 서서히 빠지면서 시들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아름답다.

Q. 연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꽃을 추천한다면?

A.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다. 추운 날일수록 빨간색처럼 진한 색을 선호하고, 따뜻한 날일수록 분홍색이나 하늘하늘한 꽃을 많이 찾는다. 남성분에게 선물할 때는 빨간색 계열은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 노란색을 주로 추천한다.

Q. 동문에게 꽃이란?

A.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예쁜 것도 아니고 같은 종류의 씨앗이지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란다.

직업 철학 중 하나가 꽃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려 작업하는 것이다. 꽃이 굽어져 있으면 굽어진 그대로 사용한다.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수업할 때 수강생들에게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를 활용하라고 한다. 내 작품이 자연스러워서 어느 곳에 있더라도 원래 있던 것처럼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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