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여성들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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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 여성들을 돌아보며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0.09.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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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모두 익숙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는 불편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의 공포를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역사의 매시기마다 힘겹지 않은 시간은 드물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느 시기 어느 공간에서든 자유로운 일상(日常)’을 지켜내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특히 20세기 전반식민지전쟁을 감당해야했던 한국 여성들의 시간은 어떤 말로도 표현이 부족할 것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하던 여성의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를 기회로 앞선 시대의 문제를 극복하며 성장해갔다. 이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을 딛고, 자신의 안위보다는 공동체를 생각하며 그 길을 헤쳐나간 여성들이 이끌어낸 변화였다. 그 변화의 시작에 19193·1운동이 있었다.

경북에서는 김락(안동), 임봉선ㆍ김선희ㆍ이남숙ㆍ한연순(대구), 신분금ㆍ윤악이(영덕), 이소열(구미), 김정희(영천) 등이 3·1운동에 나섰다. 이 밖에도 숱한 여성들이 만세시위 현장에 있었다. 여기에 참여했던 여성들이 말할 수 없는고통을 겪으면서,‘각성된 주체로 성장했다. 이는 새로운 세기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고, 1920년대 민족해방과 여성해방운동으로 이어졌다. 참여 계층과 연령도 다양했다. 여성들은 농민·노동·여성·학생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나라밖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적지 않았다. 특히 경북은 1911년부터 만주로 망명하여 후방 기지 역할을 담당한 여성들이 많았던 지역이다. 이들을 자신의 망명생활을 대의(大義)로 여기고 기꺼이 후방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유년기에 부모를 따라 망명했던 여성들은 성장하여 독립운동가와 혼인하며, 세대를 이어 투쟁하였다. 1930년대에 들어서는 의열투쟁을 펼치기도 하고, 여자무장대를 꾸리고 활약하는 여성이 등장했다. 한국광복군이 된 여성도 있었다.

20세기 전반기 한국인은식민지 사람이었다.‘식민지 사람들의 과제는 온전한 독립을 이루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 여성들의 참여도 적지 않았다. 더러는 전통시대가 요구했던 부덕(婦德)의 틀 안에서 시대의 소명에 부응했고, 더러는 그 틀을 깨고 당당히 나아갔다. 전자를 대표하는 여성이 김우락ㆍ김락ㆍ허은 등이라면, 후자를 대표하는 여성이 남자현ㆍ임봉선ㆍ한연순ㆍ김정희ㆍ정칠성 등일 것이다.

이들의 저항이 주어진 전통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건 새로운 길이었건, 모두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전자든 후자든일상의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삶은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든 힘들기 때문이다. 그 힘겨웠던 시간을 지탱해준 지난 세기의 여성들을 기억하며, 또 그 삶에 공감하며,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시대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식민시대를 마감하며분단시대를 맞이한 지 이미 70년이 넘었다. 또한 지난 세기 우리가 키워놓은 탐욕은 제어할 수 큰 장애물이 되었다. 수없이 쏟아내는 유·무형의 쓰레기는 사실상 우리의 실체이다.

여기저기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예견하며 준비하라는 말과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이 시간을 견디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힘겨운 시간일수록 우리는보편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편이란·우리만을 위한 것아닌, 나와 나를 둘러싼 이 세계가 모두가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식과 삶의 형태여야 할 것이다. 나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세계와 공존하는 삶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그 길을 실천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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