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과 달라져 버린 우리 전통음식, 헛제삿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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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달라져 버린 우리 전통음식, 헛제삿밥
  • 김혜미
  • 승인 2020.09.28 13: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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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삿밥’ 아닌 ‘헛제삿밥’
바뀌었지만 여전한 혹평
헛제삿밥이 나아갈 방향

안동에 유명한 음식이 뭐지?”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 대부분은 찜닭이나 간고등어, 갈비 등을 말한다. 그러나 안동시에는 헛제삿밥이라는 전통음식도 있다. 헛제삿밥은 제사를 지내지는 않지만 제사 음식과 같은 재료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은 것에서 유래됐다. 유교 문화가 뚜렷한 안동시의 헛제삿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명하지만 현재는 명성이 하락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품화된 헛제삿밥은 호평보다는 혹평이 늘어갔고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안동 헛제삿밥에 혹평이 쏟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관광 음식 안동 헛제삿밥의 탄생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 지역에서 안동민속촌으로 옮겨진 오래된 가옥 여러 채가 장시간 방치됐다. 그러자 1980년 안동시는 오래된 가옥을 관리할 목적으로 토속적인 관광 음식 판매 장소로 개인에게 임대했다. 처음에는 국수와 전을 주로 판매하다가 더 좋은 향토 음식인 안동지역의 제삿밥을 상품화했고 헛제삿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헛제삿밥은 안동지역에서 상품화되기 전에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안동시 풍산읍 목현마을에선 한밤중 배가 고파 제삿밥처럼 차려 먹기도 했는데 이를 헛신위에게 올리는 밥이라는 의미로 헛신위밥이라고 불렀다. 이와 같은 의미로 다른 곳에선 허신지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쌀밥을 거의 먹지 못하던 유생이 거짓 제사를 지내고 먹는 밥을 신지밥이나 헛밥이라고 했으며 20세기 전반 안동시내에선 제사음식보다 간소한 제삿밥을 팔았다.

현대인에게 맞춰 변화?

안동지역 제사상에는 쌀밥, 뭇국 또는 콩나물국, , , , 문어와 닭, 삶은 계란, 대구포 또는 명태포, 나물류, 간장, 과일류, , 과자류, 술 등이 올라가며 계절이나 경제력에 따라 더 올리거나 빼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헛제삿밥은 쌀밥, 산적, , , 삶은 계란, 간장, 비빔용 나물 한 대접으로 구성됐다. 음식은 놋제기에 담겨 나와 제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제사상에 올라가는 것처럼 심심하고 담백하게 음식을 조리해 손님이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그러나 2000년경부터는 관광객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고추장과 김치를 추가했다.

취재 차 방문한 헛제사밥 까치구멍집은 일반 헛제삿밥과 더불어 양반상과 성현상도 판매한다. 양반상에는 쇠고기산적, 탕평채, 조기, 약밥, 마구설기가 추가됐고 성현상은 양반상에 문어숙회와 안동간고등어구이가 더해졌다. 일반 헛제삿밥과는 다르게 비싼 음식, 고급 한정식 이미지를 부여했다. 헛제삿밥의 제사음식 이미지가 사라지고 특이한 비빔밥 이미지가 강해졌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유

제삿밥은 평소에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 올라가며 영양과 맛, 그리고 정성이 함께 들어간다. 헛제삿밥은 이를 상품화한 음식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일상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외식산업이 발달하면서 고급 음식들이 출현해 헛제삿밥을 찾을 이유가 사라졌다. 또한 2000년부터 안동간고등어안동찜닭이 유명해지면서 헛제삿밥이 설 자리를 잃어 하락세를 겪는다. 그러나 이것만이 인기 하락의 원인은 아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헛제삿밥이라고 검색하면 안동이 나오지만 안동지역에서 판매하는 헛제삿밥은 호평보다 혹평이 많다. 블로거 시아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안동시에 있는 헛제삿밥 판매점을 방문했다. “첫 느낌은 맛집이라기보단 관광객 전문 식당으로 느껴졌고 비싼 가격에 비해 맛있는지도 모르겠다헛제삿밥을 먹은 것이 휴가 여행을 다니면서 후회된다고 개인 블로그에 후기를 남겼다. 다른 블로거 보시리짱은 자신의 블로그에 음식이 대체로 차갑고 김치 외에 다른 반찬은 리필 되지 않아 가성비가 좋지 않다향토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제외하면 안동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왜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헛제삿밥은 손이 많이 가고 올라가는 가짓수도 많아서 비싼 거로 알고 있는데 조기는 제대로 익히지도 않았고 탕국과 밥이 미지근해 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동찜닭과 안동간고등어가 사랑받는 이유

안동찜닭은 1970년대 초 통닭골목(현재 구시장 위치)’이란 곳에서 발명된 음식이다. 당시 돈이 없던 학생을 위해 닭고기에 감자, 채소, 당면 등을 넣고 양을 늘려 비교적 적은 돈으로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닭고기찌개처럼 만들었다.

이것이 1988년 올림픽 이후 지금의 찜닭처럼 만들기 시작했다. 찜닭은 대학가에서 하나의 메뉴로 인기가 많았고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안동 방문으로 안동문화이미지가 찜닭과 합쳐져 200010월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당시 매체에 소개되며 젊은 사람에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이 퍼져 안동찜닭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체인점이 생기면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체인점이 많이 생겼다고 해서 안동지역에서 판매하는 찜닭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찜닭은 전통음식이 아닌 퓨전음식이기 때문에 지역이나 가게마다 맛이 다른데 안동지역은 안동찜닭만의 맛을 고수하면서 차별화해 꾸준히 사랑받는다.

안동간고등어는 네이버웹툰 안동 간고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바닷가에서 내륙에 있는 안동지역으로 생선을 옮기기 위해선 상하지 않게 내장을 꺼낸 뒤 소금을 친 후 이송해야 했다. 간고등어는 주로 집안 어르신이 먹는 반찬, 손님에게 대접하는 반찬, 각종 의례에 사용되는 생선이기에 안동사람에게는 특별한 음식으로 기억된다. 이를 향유하는 안동 사람들이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그 맛을 그리워했다. 그렇게 나오게 된 음식이 안동간고등어. 안동간고등어는 상품개발 단계에서 안동시의 부족함 없는 행정적 지원을 받았으며 안동과학대에 로고와 디자인, 생선 포장용 비닐 팩 연구를 의뢰해 체계적인 상품개발을 이뤄갔다. 또한 소비자 입맛에 맞게 염도를 낮춰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졌으며 한국전통문화에 관심 있던 해외 교포들에게도 알려져 수출까지 됐다. 이는 상품으로 개발되기 전 체계적인 준비와 많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헛제삿밥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오

처음 오래된 가옥을 개인에게 임대한 것은 안동시지만 그 후 별다른 지원을 하진 않았다. 그저 임대한 개인이 예부터 내려오는 요리 비법을 응용해 운영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관광객이나 지역민이 느끼는 불만과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통음식을 이용해 운영하는 식당인 만큼 돈을 좇아 장사하지 않게 안동시에서 지원해주거나 헛제삿밥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독려해야 한다. 식당 운영자 또한 안동헛제삿밥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 손님의 불만 사항을 받아들여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배영동 민속학과 교수는 수업 중에 헛제삿밥에 관해 아는 학생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대부분이 알지 못하고 몇몇 학생은 들어만 봤다고 답했다현재 헛제삿밥은 과거의 특별했던 잘 차린 음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기독교인의 경우 제사를 지내지 않아 아무리 자를 붙인다해도 거부감이 들어 찾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주 소비층인 20~40대는 과거 못 먹고 살았던 시대를 살아보지 못해 제삿밥만의 추억을 향유할 수도 없다헛제삿밥이 가진 상품가치는 이제 거의 없다고 답했다. 덧붙여 제삿밥을 상품화하려면 우리지역에서 유명한 서애 류성룡 선생 종가의 제삿밥또는 퇴계 이황 제삿밥이라는 이름으로 옛 선인들이 먹었던 음식이라고 홍보하는 방법이 있다그렇게 하면 안동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기대가 헛제삿밥과는 달라질 것이다고 전했다.

기 소르망 프랑스 문명비평가는 문화 상품은 상품에 문화가 담겨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안동시에서 판매하는 헛제삿밥은 이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통문화를 재현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색다른 한정식 느낌이 강해졌다. 전통음식이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을 뿐 원래 의미는 퇴색됐다.

우리는 단순 전통음식 재연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 자체의 의미를 보존하면서 이어야 한다.

'헛제사밥 까치구멍집' 양반상 4인분이 차려져 있다
'헛제사밥 까치구멍집' 양반상 4인분이 차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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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랑 2022-06-25 07:24:55
여러 모로 애써 적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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