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 운전자들 ‘스쿨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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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시행 운전자들 ‘스쿨존 공포’
  • 박민지 기자
  • 승인 2020.05.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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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형사처벌 대폭 강화
어린이 사망 시 중범죄급 형량
송천초 앞에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송천초 앞에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지난 325민식이법이 시행됐다.

민식이법은 학교 앞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법률이다. 이 법률은 작년 9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발의됐다.

이 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등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스쿨존에서 어린이 상해·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으로 이뤄져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가법에 따라 스쿨존에서 과속하면 벌점과 범칙금이 일반 도로의 배로 부과된다.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출입기자단과의 정례간담회에서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 32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발생한 스쿨존 어린이 부상 사고 건수는 총 21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0)보다 58%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초등학생이 등교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 사고 건수가 크게 줄었다고 볼 수 없다.

안동시에 거주하는 이수연(미술·17) 학생은 민식이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스쿨존을 지나갈 때마다 주의를 기울여 운전했지만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피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학생은 보행자가 와서 충돌할 때도 운전자 과실 기준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민식이법 시행 후 그 처벌 정도가 과해졌다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정확한 교육이 필요하며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는 스쿨존의 불법 주정차 차량의 단속이 시급한 것 같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은 소방차나 구급차에도 감면 규정 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방차와 구급차 같은 긴급 자동차 운전자도 기존에 다른 도로에서 적용받는 법률상 감경이나 면제를 스쿨존에서는 받을 수 없다. 이는 곧 현장 출동을 하는 긴급 자동차의 출동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긴급자동차 면책사항 입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민식이법이 시행된 후 특가법 5조의 13’의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이 논란되며 관련법 개정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35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조항은 운전자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가중처벌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알려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이 조항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km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 또는 다치게 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운전자들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할 시 과실 0%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과한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민식이법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형벌 비례성의 원칙은 범죄의 고의와 과실 정도에 따라 형량을 집행하는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이다. 강효상 미래통합당 의원은 민식이법 개정안 투표가 끝난 후 스쿨존에서 주의의무는 지켜져야 하지만 교통사고로 사망을 야기한 과실이 살인행위와 비슷한 음주운전 사망사고, 강도·강간 등 중범죄의 형량과 비슷하거나 높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개정안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사망사고를 일으키면 운전자가 받는 형량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와 동일하다. 음주운전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망사고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에 의한 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을 받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모호한 법령과 지나친 처벌 수위가 논란이 돼 법안개정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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