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의 기본은 나의 일을 성실히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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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의 기본은 나의 일을 성실히 하는 것
  • 서영건
  • 승인 2020.03.16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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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행정가와 CEO, 둘 다 해본 인생
“꿈 없는 사람은 삶의 의미가 적어져”
지난달 5일, 강원도개발공사 본사 사장실에서 김 동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이예빈 기자
지난달 5일, 강원도개발공사 본사 사장실에서 김 동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이예빈 기자

지난달 5,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강원도개발공사 본사를 찾았다. 많은 학생이 공무원 시험 또는 공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동문을 찾아온 안동대신문은 이곳에서 김길수(행정·81) 동문을 만났다.

30년 가까이 강원도에서 공직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2,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김 동문에게 그가 살아온 이야기와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가 성공해야 후배들도 성공한다

우리 학번이 행정학과 1기다. 그래서 동기 대다수가 우리가 성공해야 후배들도 성공한다는 사명감을 지녔다. 그 당시에 지방대학을 나오면 취업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더더욱 취업을 위해 열심히 몸부림쳤다.

특히 나의 강점으로 삼은 게 있다면 영어다. 그때 학교에 타임지와 뉴스위크지 동아리가 있었고 난 뉴스위크 반에 들어갔다. 매주 나오는 영어 시사잡지 칼럼의 문장을 해석하고 시사점을 논하며 동아리 부원끼리 토론을 했다. 문장이 틀렸네 맞네하며 서로 선의의 싸움을 하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시대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는 등 많은 도움이 됐다.

그 쯤 행정고시 준비반도 만들어졌다. 지금 박물관으로 쓰는 건물이 예전에는 도서관이었다. 그 도서관 2층에 고시반이 만들어져 시험을 보고 고시반에 들어가 공부했다. 이게 좋은 점이 고시반에 내 자리가 별도로 있고 24시간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가서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덕분에 시험 기간에 열람실에서 자리 찾는 전쟁을 한 기억은 없다.

취업할 때 영어가 필수인 곳도 있었지만, 공기업 중에서는 영어를 선택과목으로만 하는 곳도 있었다. 난 영어에 자신이 있어서 선택과목을 영어로 골랐는데 그 결과 서울지하철공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야근과 공부의 연속

서울지하철공사에서 2년 정도 근무한 후 1991년에 강원도 7급 공채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순간순간이 다 선택의 과정에 나 자신이 놓여있게 된다. 공무원의 경우 공공행정 분야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하고 하위직들은 그걸 집행한다. 계속 선택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1993년에 강원대 대학원에서 정책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론 그대로 행정을 실현하는 것은 현실하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정책학 공부가 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었고 젊은 나이에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도움이 됐을 수도 있겠다.

당시 춘천시 기획실에서 근무하며 야간에 석사과정을 다녔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하는 일이지만 퇴근을 자정쯤 했다.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대학원 수업을 듣고 사무실에 돌아가면 선배들이 일하고 있었다. 마저 일하다가 자정에 퇴근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물론 일선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많이 없어졌지만 지금도 도청이나 중앙부처에서는 의외로 야근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을 다 해내기가 어렵다. 지금은 워라밸이라 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지만, 그 당시나 지금이나 워라밸보단 국민들의 일상과 직결되는 정책을 결정하고 법안과 조례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야근을 많이 한다.

강원도개발공사가 하는 일

개발공사가 시도마다 하나씩 있다. 예를 들어 경북에는 경상북도개발공사가 있고, 강원도에는 강원도개발공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개발공사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자금을 100% 출자한 공기업이다. 우리는 21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공공청사나 행복주택의 건설, 산업·에너지단지 개발 같은 공공개발사업이 주를 이룬다. 또 공공성을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의 행복증진 사업,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한다. 특히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알펜시아라는 자회사를 만들어서 스키장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에서 공기업 CEO

도청에 있을 땐 직책에 따라 계장·과장·국장으로서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지만 모든 행정은 지사님 책임 아래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그걸 보좌하는 참모로서 일을 해 부담이 덜 된다. 내가 정책결정의 실수를 해도 보완이 되고 아주 중요한 결정은 도지사님이나 부지사님이 해주셔서 국장으로서 정책 결정을 해도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CEO니까 권한과 책임이 같이 부여되니 모든 정책 결정의 책임을 내가 진다.

여긴 공기업이긴 하지만 회사의 경영에 있어 수입과 지출이란 개념이 철두철미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알펜시아까지 합쳐서 직원이 700명이 조금 넘는데 회사라는 게 수입이 없으면 문을 닫게 되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곳이 생존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도청에서 국장으로 있을 때는 정책결정을 하고 수립하지만 여기서는 기업경영 마인드도 가져야 한다. 결정적으로 이곳은 나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의 생존을 위한 경영 현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떻게 보면 행정에서도 내가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최고단계까지 가봤고 기업경영의 경험도 하며 많이 배울 수 있어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재직 중 기억에 남는 일

1995년부터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행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주민의 요구, 의견분출 과정에서 너무 과도한 행위를 벌이는 경우를 봤다. 예를들어 도청에 찾아와 시위를 한다거나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사무실 바닥에 드러눕는 사람도 많이 봤다. 이런 것이 과도기적 현상이라 생각하고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이 좀 아쉬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참 많이 힘들었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표를 먹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집행해야 할 일을 주민들의 요구로 집행하지 못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끌려가는 행태를 봤던 게 많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 공기업에 와서는 기업 간의 경쟁을 하려다 보니까 직원들에게 여러분 각자가 상품이니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리더의 소양 중 가장 중요한 것

공직생활을 하거나 기업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나름의 정확한 기준과 원칙, 그리고 명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기회의 균등,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노래방이 우리 사회에 처음 막 등장했을 때 우리 부서 모두가 노래방에 갔다. 한 과에 스무 명 정도 되는데 그 스무 명이 노래방 한 방에 들어가니 과장님이 노래를 돌아가면서 한 명씩 다 시켰다. 그 당시만 해도 서로 겸손해하고 앞에 나서서 노래 부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의무적으로 노래를 다 시키셨다. 근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마이크를 잡고 나면 놓지 않고 두 곡 세 곡 부르는데 이런 걸 과장님이 통제하셨다. 반면 노래를 못한다고 하던 사람이 한번 경험을 하고 나니까 나중에 두 번 세 번 노래방을 가면 그 사람이 자기 노래 실력을 발휘하는 걸 보게 됐다. 그래서 그 과장님을 매우 존경하게 됐다. 그분은 단순히 공평한 기회의 균등을 작은 노래방 안에서 실천했을 뿐이지만 개개인으로 보면 자기가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한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다. 그 이후로 내가 직급이 계속 올라가면서 어느 파트에 가도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할 수 있고, 어려움도 헤아릴 수도 있게 된다. 그런 원칙과 기준, 명분과 배려. 이를 융합한 리더십을 가지면 내 경험상 어느 조직에 가도 직원들이 많이 따르고 좋아할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의 한계를 넘어

사람은 자기 고향에서만 사는 게 아니다. 나도 고향은 강원도 영월이라는 시골인데,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 정착하고 살면서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왔다. 그 과정에서도 소위 말하는 학연, 지연, 혈연을 크게 느끼게 됐다.

내가 안동대학 나온 선배가 있으면 나를 잘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고 후배가 오면 내가 멘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창기엔 내가 그런 여건이 안됐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가 내가 성실하게 나한테 주어진 일들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나의 이미지 메이킹에 관한 부분이 필요한 것 같다.

어학은 필수, 진로는 선택

공무원도 그렇고 공기업도 그렇고 공통적인 건 어학이다. 내가 영어를 하든 독일어를 하든 중국어를 하든 여러 가지 중에 하나라도 어학을 열심히 해놓는 게 기본 베이스다. 공직 생활해보면 어학은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업무와 연관성이 크다. 생활영어 같은 경우에는 해외 출장 가면 많이 쓰이고 국제관계가 활발하니 일상에서도 외국인들 접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영어와 중국어회화는 정말 어디를 가든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어학은 취업이든 직장생활이든 서바이벌인 것 같다.

공무원이든 유관기업체든 어학은 정말 중요하다. 공문서도 영어로 된 게 많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영어는 열심히 해야 한다. 외국인이 왔는데 다른 사람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는 상태에서 무슨 말인지 내가 못 알아들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학원에 다녔다. 어학을 해두는 게 좋다. 나중에 직장생활을 하면 내가 어학 공부를 열심히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난 학교 다닐때도 문법, 독해를 나름대로 열심히 했으니까 어느 정도 다 커버가 됐다.

꿈은 곧 삶의 의미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20대는 마음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마음을 먹는다는 건 곧 꿈을 의미한다. 꿈이 없는 사람은 삶의 의미와 희망이 적어진다. 꿈을 갖고 그 꿈과 희망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또 경험이란 것도 중요하다. 무조건 현장에서 부딪쳐봐라. 그 두 가지만 있다면 성공한다고 본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꿈, 가능성, 희망을 품어라. 인생을 더 살아본 입장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살면서 내가 깨지기도 하고 상처도 입는데 나중엔 그게 다 나한테 중요한 자산이 됐다.

내가 어떤 목표나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그 준비를 하며 사람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두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은 꿈을 포기한다. 특히 인간관계와 공부하는 거에 있어 소극적으로 되고 그럼 포기로 직결된다. 포기하지 말고 준비를 잘해라. 내가 꿈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항목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또 이야기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젊었을 때부터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1주일에 2~3번은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는데 몸이 아프거나 건강이 안되면 뭐든 어렵다. 꿈을 가지고 도전정신을 가지고 하길 바라며 모든 것의 바탕은 체력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뉴스나 매체를 통해 안동대학교 이야기가 나오면 늘 가슴이 뛰고 관심 갖고 보게 된다. 우리 후배들, 안동대 출신들이 예술이든 경제든 정치든 어디서든지 잘돼서 개인과 학교가 잘 발전하고 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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