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의 시대, 블루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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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의 시대, 블루투스
  • 이영훈 기자
  • 승인 2020.03.16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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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블루투스 장치들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블루투스 장치들

 

유선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는 파란 이빨이 있다.

파란 타원형 배경에 별과 알파벳 B를 합쳐놓은 듯한 그림. 언뜻 보면 앞니를 옆으로 눕혀놓은 듯 보이기도 하는 이 그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사용하는 단거리 무선 통신 기술, 블루투스의 마크다.

과거에는 적은 용량의 문서나 사진을 주고받는 용도로 쓰였던 블루투스지만 발전을 거듭해 최근에는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장치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너저분하고, 거추장스러우며 길이가 한정됐던 유선의 시대를 지나 무선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 이 중심에 있는 블루투스는 왜 블루투스라 불리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블루투스와 유사한 기술은 무엇이 있고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

1990년대에 처음 세상에 소개된 단거리 무선 통신 기술은 혁신적이지만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세계 각국의 IT기업에서 단거리 무선 통신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상호 간의 기술과 방식, 기능이 상이했다. 이로 인해 자회사가 아닌 타 개발사의 제품과는 호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였고 실용적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단점을 개선해야 했던 인텔, 에릭슨, 노키아 등의 개발사들은 각자의 기술을 한데 합쳐 표준화된 무선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SIG(특별 이해 집단)를 결성했다.

SIG의 일원이었던 인텔의 리더 짐 카자흐는 이 표준화된 무선 통신 기술의 임시 코드를 블루투스라 칭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10세기경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통일했던 덴마크 국왕의 이름 헤럴드 블루투스 곰슨에서 유래됐다. 그가 블루베리를 너무 좋아해 치아에서 푸른 빛이 났다거나, 푸른 건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속설이 있지만 정확히 파악된 바는 없다.

결론적으로 당시 반도를 통일한 헤럴드 국왕처럼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을 하나로 통합시키겠다는 의도로 블루투스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현재는 그 이름이 고유명사가 됐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블루투스는 주파수를 이용해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보내줄 장치와 데이터를 받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 각 장치에 블루투스 옵션이 있고 두 장치 중 한 장치라도 블루투스 검색기능이 있다면 페어링이란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

여기서 페어링이란 짝을 짓는다는 의미로 블루투스 장치끼리의 무선 연결을 도와주는 과정을 뜻한다. 페어링을 한 번만 하면 상대의 장치가 기기에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두 번째 연결부터는 별도의 페어링 없이 블루투스 연결을 할 수 있다.

블루투스가 연결된 장비는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데 이때 통신 범위는 10m 내외로 제한된다. 10m 안에 있더라도 벽이나 기타 장애물에 막혀있는 경우 통신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블루투스를 이용할 때는 개방된 곳이나 장애물이 없는 환경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파란 이빨이 사랑받는 이유

블루투스가 현대에 많은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선이기 때문이다. 기존 유선통신은 뒤엉킴, 파손, 길이의 제약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선 통신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블루투스는 현대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블루투스가 단지 무선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아니다. 블루투스는 무선이라는 특성 외에도 저전력 소모, 다중 페어링 기능 등의 장점이 있다. 블루투스를 사용할 때 필요한 전력은 1mW로 이는 1/1,000W 수준에 해당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휴대용 레이저 포인트의 필요전력이 5mW인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낮은 전력 소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블루투스는 한 장치에 최대 8개의 서로 다른 블루투스 장치연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79개의 주파수로 정보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충돌 없이 각기 다른 장치의 이용이 가능하다. 낮은 전력 소모와 다중 페어링이란 장점은 스마트폰, 노트북, 이어폰 등 배터리가 한정적인 장치에 활용되기 안성맞춤이다.

파란 이빨의 친구들

그렇다면 블루투스 외의 무선 통신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블루투스 외의 대표적인 단거리 무선 통신 기술은 와이파이 다이렉트, NFC 등이 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같은 옵션을 가지고 있는 두 장치 간의 연결을 통해 데이터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블루투스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송수신 반경이 넓지만 훨씬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이 때문에 플러그를 통해 전력 공급이 가능한 TV, 프린터기 등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NFCRFID라는 무선 통신 기술에서 파생된 기술로 10c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교통카드 신용카드 신분증 쿠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 NFC 덕분이다. NFC는 정보저장소 역할을 하는 태그와 이를 읽을 수 있는 리더기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교통카드로 활용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사용자는 교통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번거로워 스마트폰에 자신의 교통카드 정보를 주입했다. 이때 정보를 저장하는 저장소를 태그라 부른다. 이 태그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버스 카드 리더기에 접근시키면 리더기는 태그에 저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교통카드임을 인식한다. 이 기술을 NFC라고 한다. NFC는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RFID도 이와 매우 유사한 기술이지만 단방향 통신만 할 수 있는 것이 단점이다.

어디에나 도사리는 위험

블루투스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좁은 데이터 송수신 범위, 느린 전송속도도 단점이라 부를 수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보안 문제다. 블루투스가 무선 데이터 송수신 기술이라는 점과 편리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보안 문제는 우리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큰 위험이 된다.

대표적인 해킹 문제로 블루재킹 블루버깅 블루스나핑이 있다.

블루재킹은 블루투스가 연결된 장치에 각종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을 말한다. 흔히 개인, 회사에서 스팸성 광고를 퍼뜨리는 목적으로 악용한다.

블루버깅은 블루투스의 쉬운 연결성을 이용해 연결된 장치의 사용자가 알지 못하게 전화, 문자 등의 원격 명령을 내리고 사용자의 장치 내에 있는 전화번호부, 인터넷 기록을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사용자의 장치를 자신의 장치로 사용하는 것이다.

블루스나핑은 장치에 저장된 데이터를 변형, 삭제시켜버리는 것으로 침투·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없다. 전문 지식이 부족한 일반적인 사용자가 이런 보안 문제를 파헤치고 대응하기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인구밀도가 높은 특정 장소에서는 장치의 블루투스 옵션을 검색 불가상태로 설정하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정중수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이어폰, 키보드, 마우스 등 현재 블루투스가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곳에는 개인 정보를 포함한 주요 정보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블루투스의 보안 안정성이 부족한 이유를 설명했다. 보안은 개인이나 단체의 주요 정보를 보호하는 것이다. 블루투스 사용 시 개인정보가 필요한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보안 향상 개발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고 이는 보안 문제라는 위험을 낳게 됐다.

정 교수는 뒤이어 결국 개인이 조심해서 사용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고 개인의 조심성을 강조했다.

장밋빛 미래

근거리 통신, 저전력, 다중 페어링 등의 장점을 내세운 블루투스는 그 실용성을 인정받았다.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 그 증거다. 아직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기에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더 많은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사물 인터넷 시대에서 블루투스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기술이다. 이미 뿌리를 내린 블루투스는 기술의 개발이 거듭될수록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며 블루투스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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