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은 돌아온다, 뉴-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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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돌아온다, 뉴-트로
  • 이동영
  • 승인 2019.12.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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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혔던 브랜드엔 재도약 할 수 있는 기회를, 젊은 층엔 자신의 나이보다 더 많은 물건, 문화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은 트렌드이는 트랜드코리아 2019’ 의 공동 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가 뉴트로를 두고 한 말이다. 우리는 뉴트로(New-tro)’라는 단어를 여러 분야에서 쉽게 접한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레트로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사실 레트로는 뉴트로를 포함하는 말이다. 두 개념의 차이점은 받아들이는 세대가 누구냐로 구분된다. 레트로는 당시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느끼는 향수, 당시를 회상하는 것에 그친다. 반면 뉴트로는 기성세대가 아닌 당시에 존재했다고 알려진 문화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그렇게 생겨난 문화적 유행을 리메이크하고 현대화한다. 그렇다면 뉴트로는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까

 

뉴트로의 의미는 대구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향촌문화관을 방문하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다. 향촌문화관은 1950년대 문화예술인들의 정신적 고향이었던 향촌동 일원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특별한 문화공간이다.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다방과 먼 옛날의 교동시장 모습과 사람들의 패션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당시 입었던 의상을 대여해 입어보며 우리가 모르는 시대상의 거리에 녹아드는 체험은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추억을 되찾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과 부모님 세대가 궁금해 모인 사람들의 인기는 주말 평균 600여명에 달하는 관람객 수가 말해준다.

연인과 함께 데이트 코스로 온 김명혁(24·대구)관람객은 인터넷으로 색다른 데이트를 체험하고 싶어 방문했다재미와 함께 우리가 모르던 세대의 신비로움도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번 가을에 진행된 펜디, 디올, 모스키노의 ‘F/W 시즌 컬렉션에선 오버핏 재킷, 와이드 팬츠, 파워 숄더 재킷과 같이 과거에 사랑받았던 패션이 다시 떠올랐다. 디자인은 50년대부터 80년대에 근간을 두지만 재질, 색상 선택에 있어 다분히 현대적인 모습을 보인다. 펜디는 50~60년대의 어깨가 강조된 테일러드 재킷과 코트 무릎길이 플리츠스커트 옷깃이 넓은 블라우스와 셔츠 등 클래식한 레이디라이크 스타일이 중심이었다. 이에 페이턴트 가죽, 네오프렌과 같은 소재를 채택하면서 균형을 유지했다. 또한 디올은 튈 드레스에 버킷 해트를 매치해 동시대의 반항적인 무드를 연출했다. 또 모스키노는 1달러 지폐와 팝아트적 공산품 로고를 그래픽 패턴으로 변형한 의상으로 80년대를 떠올리게끔 한다. 또한 거대하게 부풀린 헤어와 함께 당시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게임 역시 뉴트로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과거에 출시했던 게임을 현대에 맞게 그래픽이나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 추가해 다시 오픈하는 것을 리마스터, 기획단계부터 모두 다 새로 만드는 것을 리메이크라고 한다. 이렇게 리마스터, 리메이크한 게임들은 다시 인기를 누리며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 리마스터 사례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는 1990년대 후반, 국내 pc방 활성화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만큼 스타크래프트의 리마스터 후 사라진 프로리그가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리니지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pc방 점유율에서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27일에 리니지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소프트·하드웨어적인 부분 모두 사양을 개선해 신규 유저 영입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최근 리마스터해 재출시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은 출시 당일 이용자들이 몰려 서버 최대수용자 수를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이 대기해 게임을 하기도 했다. 또한 콘솔 게임인 파이널판타지 7’2020년 리메이크작 출시를 앞두고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뉴트로는 다양한 마케팅 분야에서 선보이고 있다. 에버랜드 소주 맥주 크린랩 서울우유 맥콜 등 과거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접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과거에 롤러코스터를 로라 코스타로 표기했던 것을 다시 등장시켰다. 또 켈로그는 콘푸로스트 빈티지 에디숀이라는 이름으로 67년 전에 쓴 디자인을 복귀시켰다. 크린랩, 맥콜, 구구콘, 오란씨 역시 출시했던 때의 디자인을 되살렸다. 델몬트와 서울우유는 종이팩과 플라스틱병이 아닌 과거에 썼던 유리병을 특별 세트로 한정 수량 판매했다. 특히 델몬트는 3,000개 한정수량으로 제품을 출시한 지 이틀 만에 동이 나 뉴트로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시켰다. 하이트진로의 진로 이즈 백은 뉴트로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지난 4월 출시해 매달 꾸준히 300만 병 이상 팔리고 있다. 이는 진로가 연간 판매량 목표치로 잡은 1,000만 병을 크게 웃돈다. 또 오비맥주는 과거에 쓰던 친숙한 디자인으로 가정용 355mL 캔을 출시했었다. 이 디자인의 캔맥주가 인기를 얻자 이어 지난달 중순부터 일반 음식점용 500mL 병 역시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이렇듯 뉴트로 디자인은 마케팅으로 쓰여 기업의 기대를 크게 상회해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이렇듯 뉴트로는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뉴트로를 마냥 반가워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본인의 칼럼에서 “20~30년 후에는 어떤 리마스터가 나올까 궁금하다. 혹시 리마스터에 리마스터가 오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그건 리마스터가 아니라 좀비인 것이다. 리마스터가 영원한 트렌드가 될 수 없는 이유이자, 반갑게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뉴트로가 지속 된다면 그것은 도태이며 결국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뉴트로가 방증하듯 유행은 돌고 돈다. 그리고 문화는 소비되고 또 소모된다. 새로운 세대가 오래된 역사를 다시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이 문화는 다시 다른 문화가 유행한다면 다시 잊혀질 것이다. 예전 문화가 좋다고 다시 흥행시키는 것에서 그치기보단 우리 세대에서 다시 재해석해 새로운 문화현상을 창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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