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붕괴(崩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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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붕괴(崩壞)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19.12.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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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 한국에서 발생한 사회적인 돌풍의 중심지는 단연 광장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여론의 형성과 표출이 광장에서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학가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학생들도 캠퍼스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고, 그것이 하나의 광장을 형성했다. 민주주의에서 광장은 비민주적인 정치가 행해질 때, 아니면 정치제도가 상당히 낡아 제도정치에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할 때 형성된다.

그러나 안동대학교의 광장은 올해도 침묵했다. 광장이 침묵하니 주인인 학생사회도 침묵한다. 그렇다고 안동대학교의 학생사회와 관련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 나름의 규칙으로써 학생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학생회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오늘날 우리는 제도(制度)의 입장에서 학생회가 왜 붕괴되었는지 알아야 하겠다. 첫째, 학생회의 규모가 이전과 다르게 상당히 위축되었다. 규모적인 측면에서, 최근에는 학생회 임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지면 차후 학생회의 출범 규모는 더더욱 작아진다. 그렇다면 예정된 임원의 공석을 겸직(兼職)으로 채워야 하고, 누군가는 일을 더 해야 한다. 만약 이 상황에서 임원 간 성향 차이나 불화를 품은 채로 시작하게 되면 중도이탈의 위험성이 급증하게 된다. 이미 2015년부터 일부 단과대학과 학과 학생회를 시작으로 발생한 점으로 보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것은 학생회 제도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는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학생회가 학생사회를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기피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 학생회와 학생사회의 소통은 사실상 SNS에서만 이루어진다. , 어느 한 쪽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적대적인 태도로 돌변하거나, 소통을 구태여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단적인 예로, 2018년 교내에서 학생회의 역할과 제도에 관한 포럼이 실시되었을 때, 학생회 측에서는 단 한 명도 발표자나 토론자로 참여하지 않았다. 또 같은 해에 진행된 학생회칙 개정은 통과에 급급한 나머지 투표 당일에 의견을 제시한 학우에게 소란피우지 말라는 답변을 내놓고야 말았다. 대화의 장이 없는 셈이다. 이런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니 학생사회는 더더욱 학생회를 믿지 않고, 무관심해진다. 그러면 학생회는 여론이 두렵거나 싫어서 계획한 활동도 안 하려 하거나 하더라도 삐걱거리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다 보면 상호 악순환은 반복되고 또 학생회 임원의 중도이탈 확률은 높아진다. 따라서 현재 학생회의 역할과 처지, 대학 분위기의 변화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학생회의 역할과 권리 등의 범위를 오늘날에 맞게 논의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학생사회라 하여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오늘날 학생회의 역할은 학생복지 차원에서 대학행정의 일부가 되었다. 그 말은 학생복지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대학행정과 밀접한 학생사회야말로 학생회에 대한 관심을 아끼지 않고 필요에 따라서는 광장으로 뛰쳐나갈 준비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익명이 아니면 말을 하지 않으려 하고, 길이 없으면 나서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학생사회를 붕괴시킨다. 그리고 학생회와 학생사회 간 악순환의 반복을 초래할 뿐이다. 지금 학생회를 둘러싼 문제들은 어느 한쪽이 책임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 현상은 제도정치가 무너지고 광장으로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 현상의 일부가 대학으로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도의 타락과 붕괴로 발현된 국가적 위기를 광장으로 뛰쳐나가 극복한 역사의 주인공이다. 대학 캠퍼스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모든 일에 쉬운 것은 없으니, 작은 물방울이지만 언젠가는 돌에 구멍을 내는 수적석천(水滴石穿)’의 자세로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

김수현(사학·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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