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군대로 들어가는 편지가 줄어듦에 따라 우체통이 점차 비워질 듯하다. 군대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제도(제도)의 시범운영을 모든 부대로 확대했다. 국방부는 병영문화 혁신 정책의 일환으로 제도의 추진 배경을 밝혔다.
부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평일은 18~21시, 주말은 8~21시까지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며 훈련병을 제외한 36만 여명의 모든 병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단 보안구역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휴대전화의 녹음, 사진, 동영상 촬영 기능을 제한한 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제도의 시범운영에 따라 이동 통신사 3사(KT, SKT, LG)는 군인 요금제를 출시했다. 월 3만 3천원으로 전화·문자는 무제한, 데이터는 일 2GB, 소진 시 3Mbps의 속도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 외에 SKT와 LG는 월별 데이터 사용량을 늘려 월 5만 5천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도 출시했다.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은 병영 내 휴대전화 사용으로 ▲군인의 사회와 소통 필요성 ▲병사들의 심리적 안정 ▲병영 내 폭행 및 가혹 행위 감소 등을 내세운다. 이에 육군 현역으로 복무 중인 사회대 A학생은 “확실히 휴대전화 사용은 군대 부조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며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전에는 신병들을 괴롭히는 모습이 많았는데 휴대전화 사용 후에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학생은 “공중전화를 사용할 때는 많은 사람이 이용해 부담을 느껴 눈치를 보며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며 “제도 도입 후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맘껏 나누며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또한 “기존 사이버정보지식방 역시 이등병들에게는 들어가기 힘든 곳이었다.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부대 내에서 보다 자유롭게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거나 자격증 준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부정적 반응
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기밀 유출 가능성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근무 태만 ▲병사들의 휴대전화 요금 부담 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또한 전면 시범운영 후 휴대전화를 부적절히 사용한 사례가 40건 가량 확인됐다. 도박 및 음란 유해 사이트에 접속하고 SNS 상에서의 비하 성희롱적 발언 등 군 기강 문란으로 비칠 수 있는 행위도 있었다.
A학생은 “기밀유출은 일반 병사보다 군 간부에게서 많이 발생한 사례다”며 “정보 유출 등에 관한 사고는 처벌이 강하기 때문에 무탈하게 전역하려는 일반 병사들은 사고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인 자연대 B학생은 “휴대전화 사용에 찬성하지만 핫스팟 셔틀과 같은 신종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부작용에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B학생은 “휴대전화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동기들끼리 대화를 하지 않아 유대감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회대 C학생도 “부대 내 공개하기 힘든 공간들이 외부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7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전면 허용을 연기했다. 또한 기존 휴대전화 사용시간보다 평일 1시간, 주말 2시간이 줄었으며 ▲일탈 행위 방지대책 강화 ▲위반행위 처벌기준 강화 ▲보안통제시스템 ▲보안준수사항 구체화로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2020년 전군을 대상으로 개인 휴대전화 보안통제체계로 모바일 통제 소프트웨어(SW)를 도입해 보완할 예정이라 전했다. 이 SW를 통해 군사 제한구역에서 녹음·저장 장치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병영문화 혁신에 큰 움직임을 보인 만큼 향후 미래 국군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