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국방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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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국방의 의무
  • 안정은
  • 승인 2019.12.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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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4대 의무가 있다. 조세를 납부해야 하는 납세의 의무 보호자가 그 자녀로 하여금 의무교육을 받도록 하는 교육의 의무 국가가 공공의 필요로 근로를 명할 때 따라야 하는 근로의 의무 침략으로부터 영토를 방위하기 위한 국방의 의무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꼭 가야 하는 군대와 직결된다. 병역법 제3조 제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육군 병사를 기준으로 복무기간은 21개월이었지만 2018101일 전역자부터 복무기간이 2주에 1일씩 단축됐다. 202061일 입영예정자부터는 3개월이 줄어든 18개월이 된다. 예를 들어 2019121일에 입영 한 병사는 18개월 15일을 복무하게 된다.

신검부터 입영까지

군 복무를 하려면 먼저 소위 신검이라고 일컫는 병역판정검사를 받아야 한다. 병역의무자는 19세가 되는 해에 병역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정받기 위해 지방병무청장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서 병역판정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과 병역자원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19세가 되는 사람 중 일부를 20세가 되는 해에 병역판정검사를 받게 할 수 있다.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면 신체·심리상태에 따라 1급부터 7급까지의 신체등급으로 나뉜다. 현역 또는 보충역 근무를 할 수 있는 경우 1급에서 4급을 판정받고 현역이나 보충역 근무는 할 수 없지만 전시근로역 복무가 가능한 경우 5급을 판정받는다. 그 외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인해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 6급이 나온다.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판정이 어려운 사람은 7급이 나온다. 이 경우 치유기간을 고려해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학 재학생인 경우 학교별 입영 연기 제한 연령까지는 입영 통지를 받지 않는다. 현역병 입영대상자의 경우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다음 날부터 병무청 민원포탈을 통해 입영 날짜를 본인이 직접 정할 수 있다.

입영 날짜가 도래했다면 육군훈련소 또는 각 사단의 신병교육대에서 현역은 5, 보충역은 4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교육이 끝나면 일선 부대에 배치돼 본격적인 군 생활이 시작된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 5장 제32조에 따르면 진급 최저복무기간은 다음과 같다. 일등병이 되려면 이등병으로서 2개월, 상등병은 일등병으로서 6개월, 병장은 상등병으로서 6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근무성적이 우수할 경우 병장과 상등병에 한해 진급 최저복무기간을 1개월씩 줄일 수 있다.

요즘 군대는 어떨까?

현 정부는 2020년 예산안에서 국방비를 50.2조 원으로 전년대비 3.5조 원 증액했다. 정부는 장병 기본 복지를 향상했는데 먼저 병 봉급을 병장 기준 월 54.1만 원으로 33% 인상 했으며 2022년까지 67.6만 원으로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국방개혁 2.0’의 일환인 선진 병영문화 조성의 차원에서 휴대폰을 사용함으로써 편지로 소식을 전했던 이전과 달리 휴대폰으로 가족, 친구 등과 소통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최영준(컴퓨터교육 ·17) 학생은 훈련소 이후 자대에서는 편지를 거의 쓰지 않고 안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폰 사용은 군인과 사회의 소통 활성화, 군대의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최 학생은 휴대폰사용 시간은 각 부대마다 규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 부대의 경우 일과 시간 외 평일 오후 5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 오전 75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사용이 가능하다휴가나 외박 시 간부에게 보고하는 것과 부대 내 전파사항도 다 휴대폰으로 한다며 휴대폰 사용이 가져온 변화를 전했다.

국방부는 병사들이 매월 2회 평일 일과 후 외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외출을 나온 군 병사는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 지인 면회와 같은 개인용무를 볼 수 있다. 외출 인원의 허용범위는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휴가자 포함 부대병력의 35% 이내로 정할 수 있다. 파주시에서 복무 장병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외출 시 PC(41%)을 제일 많이 이용했고 미용실(7%), 목욕탕(7%), 볼링장, 당구장, 노래방, 카페(5%)가 뒤를 이었다. 최 학생은 계급과 상관없이 전 병사가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눠 한달에 2번 평일 외출이 가능하고 시간은 오후 5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로 제한된다부대 지역 특성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부대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해 보통 외출 시 저녁 먹고 PC방이나 노래방에서 여가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현 정부는 병사 선호 음식 제공과 영양개선을 위해 급식단가를 6% 증액했고 HACCP(식품안전관리)형 취사 식당을 168 개소에서 230 개소로 확대했다. 전방 11개 사단에만 보급했던 동계 패딩을 전 병사 보급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여군의 안정적 복무 여건 조성을 위한 여성 화장실과 휴게실 등 961개소의 편의시설 신규 설치를 위한 예산 49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라떼(나때)는 말이야

한국 군대 창설 이후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복무기간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지난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군·해병대 현역병 복무기간 변천사에 따르면, 군 복무기간이 정해진 것은 6·25전쟁이 휴전한 1953년부터다. 당시 육··공군·해병대의 복무기간은 모두 동일한 36개월이었다. 이후 국가적 상황에 따라 군별로 복무기간이 달라졌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 사건으로 육군과 해병대의 복무기간이 6개월 늘어났다. 이때를 제외하면 복무기간은 병역부담 완화, 잉여자원 해소를 이유로 계속해서 감소해왔다.

2020년 기준 18개월로 단축됐으니 처음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과거 1970년대에는 군 생활뿐만 아니라 대학에 교련이 필수과목으로 존재했다. 대학 교련은 당시 육군학생중앙군사학교(문무대)와 전방입소훈련을 종합해 부르는 용어다. 대학에 입학하는 1학년 남학생이 문무대에서 70년대에는 910, 80년 대에는 56일간 소집돼 군사훈련을 받았다.

전방입소훈련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대학생의 집회·시위를 방지하기 위해 1주일 동안 최전방에서 진행된 군사훈련이다. 현역병의 경우 문무대 훈련과 전방입소훈련을 수료하면 복무기간 3개월이 단축됐다. 이러한 제도 때문에 당시 대학생은 2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하는 게 보편적 문화였다. 이는 19881125일 대학 교련이 폐지되기 전까지 유지됐다. 이 이후로는 지금과 비슷하게 최대한 빨리 군대를 다녀오는 문화로 변화했다.

군인들이 일과 후 시간을 보내는 생활관의 모습도 완전히 바뀌었다. 생활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무반 세대와 생활관 세대, 계급별 생활관 세대로 나눌 수 있다. 내무반 세대는 침상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침상이 침대로 바뀌고 내무반이라는 단어가 군인에게 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2005년부터 내무반은 지금의 생활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생활관의 이름이나 구조가 변화한다고 해서 생활관에서 일어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인 병역 부조리가 사라지진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2010년 초반부터 계급에 따라 생활관을 배정하는 계급별 생활관 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발생하는 추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중반기부터는 입영시기가 한 달 차이인 병사들을 동기로 묶는 스마트 존제도가 도입됐다. 군대 부조리와 수직적 문화를 완화하기 위해 이후로도 6개월 동기제나 1년 동기제 같은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군대 부조리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변화한 또 다른 제도로는 장병 병영생활 도움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정신적, 외부적 사유 및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질병의 보유 등으로 분대장 이상 지휘자·지휘관급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병사를 특별 관리하기 위해 2005보호 관심병사 관리제도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관심병사에 선정되면 전투복 왼쪽 가슴에 노란 스마일 뱃지가 달렸고 병사를 A(특별관리), B(중점관리), C(기본관리)으로 나누어 관리했다. 하지만 보호 관심병사라는 명칭 자체가 부정적인 억양이 강하고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것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그 명칭과 제도가 변했다. 20152월을 기준으로 보호 관심병사 관리제도는 장병 병영생활 도움제도로 바뀌었다. 또한 기존의 A, B, C급이라 불리던 기준은 도움’, ‘배려로 변모했다. 이처럼 국방부는 병사 인권 보장을 위해 군 문화를 세심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97군번인 성은모 교육공학과 교수는 과거 군 생활을 회상하며 과거 군대는 사회와 소통할 방법이 전화 몇 통과 편지, 텔레비전뿐이라 완전히 격리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며 요즘은 군대 내 소통이 다양해져 군대의 근본적인 문화가 신세대의 문화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과거 학사 장교로 활동한 경험에 비춰 요즘 학사 장교는 대학생활의 자유성이 굉장히 존중받고 있다이는 분명히 바람직한 변화이지만, 장교가 되기 위한 소명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다.

한편 극심한 인구절벽이 현실로 성큼 다가오며 모병제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낙후된 군대 문화와 낮은 사회적 인식은 모병제 전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선진 병영을 만들기 위해 군 문화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군 문화 변천사에서 우리 군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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