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이 살아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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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이 살아 있었다면
  • 안정은
  • 승인 2019.1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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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 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인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달 10인간 체험의 주변부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해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며 오스트리아 출신 페터 한트케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페터 한트케는 깜짝 놀랐다"며 스웨덴 한림원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터 한트케의 1990년대 유고 내전에 대한 노골적인 입장, 전범인 전 세르비아 지도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와의 친밀한 관계와 옹호로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사람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보스니아 내전과 인종 청소'라 불리는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주도한 인물로 2006년 전범 재판을 기다리며 구금 중 사망했으며, 페터 한트케는 그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기도 했다. 페터 한트케의 수상 소식에 생존자 단체 스레브레니카의 엄마들'의 대표 무니라 수바시치는 위원회에 상의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고 코소보의 블로라 치타쿠 미국주재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노벨위원회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페터 한트케의 수상에 불편함을 표했다. 하지만 스웨덴 한림원의 입장은 선정위원회가 문학적, 미학적 기준에 따라 선정했다는 것이다. 마츠 말름 한림원 사무차장은 한림원의 권한은 문학적 우수성은 정치적 요소와 비교해 헤아리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노벨상은 정치적인 상이 아닌 문학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문학적 요소와 정치적 요소를 비교해 헤아리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한 정치적 요소가 아닌 올바른 역사의식과 관련이 있다. 비슷한 예로 지난 921일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이다"는 강의 중 발언으로 야기된 논란이 있다. 이에 해당학교 재학생을 비롯한 대책위원회는 류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류 교수나 페터 한트케나 둘 다 각자의 분야에서 상당한 위치에 놓여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은 전쟁범죄와 관련해 망언하거나 전범을 옹호해 비판을 받고 있다. 대중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의 귀감이 될 수 있고 자신의 발언 하나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자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 특히 교수와 문학인은 생각을 전하는 직업이다. 올바르지 않은 역사의식을 가진 교수, 문학인이 전달하는 그들의 가치관은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노벨은 과학의 진보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노벨상을 만들었다. 페터 한트케의 수상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만약 노벨이 살아 있었다면 수만 명의 민간인을 죽인 전범을 옹호한 페터 한트케에게 상을 수여 했을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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