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인가 개악인가 - 검 ·경 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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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인가 개악인가 - 검 ·경 수사권 조정
  • 서영건
  • 승인 2019.11.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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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은
본질은 어디가고 진영싸움만
지난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두고 정계와 기관들의 논쟁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한 검찰개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검찰을 대하는 면에 있어 개혁이 아니라 검찰 손보기가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검찰개혁의 과제를 논의하는 이 시점에 안동대신문은 검찰개혁의 중심과제인 검 ·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논점을 다루는 기사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우리나라 검찰의 역사는 1895년으로부터 시작한다. 근대검찰제도를 도입한 조선은 재판소구성법'을 공포했고 이 때 최초로 검사'라는 용어와 관직이 등장한다. 다만 당시의 검사는 지금과 같은 독립된 검찰기구를 갖추지 않고, 재판소의 직원으로서 수사 ·소추권을 행사했다.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이준 열사 역시 이 때 임용된 최초의 검사 중 한명이었는데 그는 대관중신들의 비행과 불법을 들춰내고, 올바른 법 집행을 통해 사회정의 실현에 노력했다고 한다.

검찰이 현대와 같은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49년이다. 국민이 선출한 입법기관에서 제정한 검찰조직의 최초 기본법인 검찰청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현재 검찰제도의 토대가 형성된 것이다.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검찰권은 범죄수사를 통한 형벌권 행사 및 법원에 의해 구체화된 형벌권의 집행을 지휘 ·감독하는 국가권력작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검찰권 행사의 주체인 검사를 검찰이라 칭하기도 한다. 즉 검사는 수사절차에선 수사의 주재자로 사법경찰관을 비롯한 수사관을 지휘 ·감독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리고 수사 결과를 판단해 공소제기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한다.

공판절차에서는 피고인에 대립되는 당사자로서 법원에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고,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형의 집행을 지휘 ·감독하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다. 또 검사는 검찰사무를 처리하는 단독제의 관청이다. 이는 검사 각자가 하나의 관청이라는 의미이며 검찰청에 2인 이상의 검사가 있는 때에도 검사 각자가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검찰청을 구성하는 데 그친다.

검찰개혁의 골자

현 정부는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 간에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합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검찰개혁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서는 이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다음달 3일 본회의에 부의할 예정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는 수사개시권만 가지고 있고, 이외의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은 모두 검찰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검찰개혁법안의 핵심내용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모든 사건의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경찰이 종결한 사건을 재수사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범죄 등의 주요범죄와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범한 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문제는 검찰개혁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기도 전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통령이 나서서 절제된 수사를 하라며 검찰개혁을 당장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대구 ·광주지방검찰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의 폐지 검찰 영향력 확대와 권력기관화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검찰 밖의 외부기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부와 공판부에 투입해 민생범죄를 담당하도록 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대검찰청은 사건관계인의 공개소환 전면 폐지 오후 9시 이후의 사건관계인 조사의 원칙적 폐지 검찰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조사 참여권 대폭 확대 등을 발표하며 능동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수사지휘권의 본질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곧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의미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사의 신속성 ·기동성 ·탄력성을 기해 수사의 능률을 높이고 수사권을 기관 사이에 분립시키는 것이 권력억제를 기한다는 점에서 경찰의 수사권독립이 바람직하다는 긍정설' 경찰수사의 현실을 직시할 때 인권옹호의 관점에서 경찰수사권의 독립은 시기상조이고 경찰의 지방분권화, 즉결심판청구권의 폐지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시기상조설' 검사는 원래 수사에 있어서 인권침해의 위험을 제거하고 수사에 법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이므로 검사의 수사지휘권 부정은 검사제도 자체를 무의미하게 한다는 부정설'이 대립한다.

본질적으로 검사의 주된 임무는 검사가 경찰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로 기능하는데 있다. 검사는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등장했다. 따라서 검사는 법치국가의 대변인 즉 공익의 대표자로 기능하는 것이고, 이는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해 실현된다. 경찰수사에 이 기능을 대입해보면 경찰수사는 범죄에 대한 투쟁 특히 범죄예방에 중점이 있다. 하지만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범죄수사 자체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이익과 수사의 법적 한계를 보장하는 기능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수사에 있어서의 인권보장과 적정절차를 실현하기 위한 법치국가원리의 필수 요소가 된다. 또 법관과 같은 자격을 가지고 신분이 보장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되며, 수사의 쟁점을 정리함에 의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진다. 다만 수사 주체로서 검사의 지위는 검사의 투철한 인권의식을 전제로 할 때에만 타당하다. 피의자에 대한 부당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구속장소감찰제도'가 이런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사종결권, 줘도 되나

수사의 주된 목적은 공소제기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다. 그런데 공소의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종결권은 검사만이 가지고 있다. 이는 수사종결권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권한이므로 법률전문가인 검사만이 할 수 있는 사법적 판단의 영역이라는 취지다.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검사의 보완조사로 수사결론이 기소에서 불기소로, 불기소에서 기소로 변경되는 경우가 연평균 46천 건이 발생하고 있다. 사법경찰이 수사해 송치하는 사건은 연간 약 150만 건(전체 사건의 98%)인데, 그 중 경찰이 혐의 있다고 판단해 독자적으로 수사 개시 ·진행했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된 사건이 2011년에 10만 명, 2015년에는 15만 명으로 4년 만에 50%나 증가했다. 반면 경찰은 1차 수사권을 경찰이 책임감을 지니고 행사하기 위해 수사의 개시부터 종결까지 모두 경찰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판사의 재판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듯,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검사의 기소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고 맞선다.

영장청구권의 논제

우리 헌법은 제12조 제3항에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검사에게만 영장청구권을 부여했다. 다른 수사권한은 기관간의 합의와 이를 근거로 한 법령의 개정으로 조정이 가능하지만 영장청구권은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도 경찰은 검사를 통해 영장을 신청하고 있다. 경찰의 영장신청을 받은 검사가 이를 검토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당연히 검사가 경찰의 영장신청을 반려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검사만이 영장청구권을 보유하는 점을 두고 수사단계에서 영장신청을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법률전문가인 검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다른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영장 신청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가 있다.

섣부른 개혁과 개악의 우려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권익과 직결돼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다. 오래 전부터 경찰은 수사권의 독립을 주장해왔지만 이번에는 검찰 개혁의 차원에서 수사권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 개혁의 목적과 요체는 검찰의 수사나 기소의 독점을 방지하고 정의로운 검찰을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

이재명 법학과 교수는 어느 제도를 택하는 것이 국민의 인권보호에 더 충실한 것인지를 살펴야하는데, 현 상황을 보면 본질은 없고 진영싸움만 하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잘못된 수사관행들은 바로 잡아주는 게 옳다"검찰의 경우 옛날과는 다르게 조사실마다 CCTV가 달려있고, 자체적으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검 ·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는 경찰들한테 검사들만큼 공부해서 정말 형법에 규정한 인권보호 절차를 다 준수하는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검사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게 많나, 경찰이 기본권을 침해한 게 많나' 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 정권의 검찰개혁의 초점은 검찰 조직의 비대화만 경계하는데, 과연 그 칼(수사권)을 뺏어서 경찰한테 주면 더 망나니짓을 할지는 누가 아느냐, 경찰이 검찰보다 조직이 더 크다"며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검찰은 형벌권에 기초한 국가 최고의 법 집행기관으로서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범죄를 수사하고 법을 집행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들의 역할이 국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영향으로 이어지는 만큼 검찰개혁은 오랜 기간 동안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요구된다. 그것이야말로 정권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인정받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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