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 또 다른 세계, 가상현실에서 새로운 삶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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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 또 다른 세계, 가상현실에서 새로운 삶을 찾다
  • 이동영
  • 승인 2019.10.04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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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역사에 들어가다, 놀팍
집에서 이용한 VR의 명과 암
‘이노메이커 랩’에서 만난 VR

 

1995년부터 시작된 상상속의 세계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VR’이란 무엇인가. 가상현실은 현실이 아닌데도 실제처럼 생각하고 보이게 하는 현실을 뜻한다. 국어사전의 풀이를 봐도 확실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워쇼스키 감독의 1999년 작품인 매트릭스를 보면 이해하기 수월하다. 주인공인 네오는 모피어스란 조력자의 도움으로 자신이 가상현실에서 지낸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가상현실이란 개념의 확립 이전부터 상상 속의 세계가 존재하면 어떨까하고 상상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VR 하면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커다란 고글과 양손에 쥔 컨트롤러는 언제 처음 나왔을까, 처음 가정용으로 보급된 VR기기는 일본의 비디오게임 회사인 닌텐도에서 1995년에 출시한 버추얼 보이 (Virtual Boy)’. 외관은 지금의 VR기기와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술력과 예산이 부족해 모든 화면이 빨간색으로 나왔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눈이 매우 피로하고 조악한 환경에서 게임을 해야만 했다.

이후 2010년부터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자 자연스럽게 VR기술도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삼성과 미국회사 오큘러스의 합작인 스마트폰 연동전용 VR기기 기어 VR’을 출시했다.

이러한 VR의 성장을 뒷받침하듯 VR프로그램도 같이 성장해 이제는 단순한 오락용 VR 시대는 지났다. 가상의 공간에서 임의의 캐릭터로 움직이며 대화하는 ‘VR chat’부터 의사가 되기 전 가상의 환자를 진료해 수술을 집도하는 모의 수술도 있다. 또한 디자인이나 3D 모델링을 하는 사람들은 생산과정에 들어가기 전 VR로 직접 가상현실 속 시제품으로 디자인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는 올해 1월부터 영국의 VR프로그램 개발사인 그래비티 스케치와 협력해 자동차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먼저 컴퓨터에서 기본적인 평면도를 작업 후 이를 3D렌더링 작업을 거쳐 VR프로그램으로 자동차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한다. 이렇게 가상현실 속 자동차를 조립해 보며 처음 구상한 부품의 규격이 맞지 않거나 차량 외형 조감도의 모습과 실제 모습 간의 괴리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2D 스케치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3D 렌더링 작업으로 도입할 수 있어 몇 주가 걸리던 작업을 불과 5시간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또 이 기술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건축에서도 사용된다. 2D상의 도면으로만 설명하고 그려내던 건축물을 VR을 통해 3D로 구현해 마감재의 색상을 구현한다. 이외에도 실생활 속 불편한 점, 2D 도면상으론 발생하지 않던 오류를 건축물 샘플을 보고 미리 체크, 보완한다는 점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VR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페이스북의 설립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해 VR의 가치를 높이 샀다.

이처럼 VR기술은 의료 및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독립운동의 현장을 두 눈으로 들여다보다

역사 수업을 교과서나 동영상이 아닌 본인이 직접 역사적 배경의 당사자로 들어가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안동 문화관광단지에 위치한 유교랜드는 다양한 체험형 역사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놀팍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 진흥원의 2018 지역 활용형 VR·AR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놀팍은 안동과 관련된 독립운동 역사를 VR에 접목한 국내 최초 독립운동 디지털 테마파크이며 해피스케치라는 기업이 운영 및 관리와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놀팍은 올해 31일부터 운영 중으로 2020년까지 운영 후 재계약 할 예정이다.

놀팍의 마스코트인 이대한과 류미소

현재 놀팍은 9가지 콘텐츠를 유지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배경 이야기는 같다. 안동의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후손인 이대한과 임진왜란의 기록을 담은 징비록의 저자 서애 류성룡 선생의 후손인 류미소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손실된 임청각을 되찾는 임청각을 부탁해와 만주로 망명하는 석주 이상룡 선생님을 보호하는 석주를 기차에서 탈출시켜라!’ 같은 콘텐츠로 이야기에 개연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들이 독립운동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 구기 운동과 AR(증강현실) 기술을 접목시킨 스팍이란 콘텐츠는 화면에 등장하는 목표물을 맞춰 점수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놀팍의 VR 체험형 문화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놀팍은 개장하기 한 달 전인 2월에 9일간 사전체험 기간을 운영해 약 1,6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VR을 체험한 기록이 있다.

장승학 놀팍 팀장은 원래 이 공간이 유교랜드에서 기획전시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는데 국비를 지원받으면서 이 공간을 2년간 임차받아 사용하고 있다“VR기술은 최신 기술 중에도 다른 기술에 비해 이목을 받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VR체험 공간은 단순히 오락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VR기술을 선보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 팀장은 안동에서 과거에 있었던 역사 현장에 찾아가는 것은 지금으로서 불가능하다. 그러나 VR체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당시 항일운동의 현장을 체험 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 놀팍만의 강점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VR, 사용자가 바라보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되는 VR이지만 현재 VR의 용도는 오락용 콘텐츠가 가장 주된 용도이다. 그렇다면 실제 VR을 오락용으로 구매한 사람들은 어떨까? VR을 구입해 이용중인 문현필(기계·18) 학생의 말을 들어봤다. 그는 일단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VR기기를 체험하고 싶을 때 VR카페나 VR기기를 대여해주는 곳을 찾아가는 게 아닌 집에서 바로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화면 전환이 사용자 시점을 추적하고 끊김 없이 보여 몰입도가 증가하고 게임이 더 매력적이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와 같은 동영상을 볼 때 주변이 검게 보이고 화면만 직접 볼 수 있어 영상 자체 몰입도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게임을 했을 때도 단순히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몰입도가 더 좋다. 차후에 4D까지 구현한다면 더욱 만족스러울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문 학생은 단점으로 비싼 가격을 제일 먼저 꼽았다. 게임을 위해 기기를 산 문 학생은 54만 원 정도 가격으로 기기를 구입하고 따로 게임을 또 구입했다. 문 학생은 게임을 실행할 때 VR 외에 다른 장비들이 필요한 게임도 있고 모든 게임이 기기와 호환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게임을 즐기려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부가적으로 사용되는 금액까지 생각한다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며 부담을 토로했다. 실제로 현재 오락용으로 개발된 VR프로그램은 그 수가 적어 컴퓨터로 즐길 수 있는 게임에 비해 선택지가 넓지 않다. 그런데 출시된 오락 프로그램마저 대부분 3만원을 호가하는 것이 다반사로 이미 VR장비를 구입하는데 많은 지출한 사람들은 이런 게임 하나의 가격에도 큰 영향을 준다.

또한 문 학생은 VR을 처음 설치를 할 때의 복잡한 과정과 VR을 인식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 웨어를 따로 설치해야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았다. 문 학생이 이번에 구입한 VR장비는 모든 기기가 선으로 연결돼 그만큼 공간이 추가적으로 더 필요하다. 더욱이 장비 특성상 접거나 작은 크기로 형태를 바꿔 정리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차지하는 공간도 넓은데 장비를 보관할 공간에 추가적으로 공간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VR기기의 대부분은 베이스 스테이션이란 부품을 같이 설치해야 한다. 이 부품은 VR의 사용반경을 감지해 VR고글과 컨트롤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추적하고 컴퓨터로 송신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부품 특성상 설치할 때 건물의 모서리부분 가장 위쪽 벽에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사용반경 내에 다른 사물이 있으면 오류가 생기는 등 제약이 많아 까다롭다. 이러한 단점 외에도 문 학생은 장시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안구건조현상이나 VR기기에서 발생하는 발열현상, 착용 후의 무게감과 등을 언급해 VR기기의 아쉬운 부분을 꼽았다.

21세기 최신기술의 집약체, ‘이노메이커랩

VR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고 있으나 현실은 위와 같이 높은 가격대로 형성된 기기와 넓은 공간을 요구하는 기기의 특성으로 인해 개인이 VR기기를 보유하는 것은 힘든게 사실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대학은 공학 1호관 1층에 이노메이커랩을 운영해 VR을 체험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손수빈 이노메이커랩 담당자는 현재 VR기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만큼 우리대학에서도 VR을 사용할 수 있게 VR장비를 1대 구비해둔 상태이다. 사용하고 싶은 학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며 방문을 독려했다. 또한 손 담당자는 이노메이커랩에서 VR을 이용하고 싶은 이용자는 먼저 예약해야 한다. 장비를 미리 준비시켜두고 이용자 간 일정이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고 말하며 예약은 이노메이커 랩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거나 직접 방문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노메이커 랩에 있는 VR은 컨텐츠의 개발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앞서 언급한 모의 수술이나 3D 디자인을 설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에 손 담당자는 아직까지 VR은 다른 장비에 비해 전문적인 콘텐츠는 개발 중에 있다“3D 프린터는 도면만 있으면 바로 출력이 가능하지만 VR은 프로그램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는 VR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간단히 체험시켜주는 프로그램 정도만 구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주목받는 기술들 중 하나인 3D 프린터는 다양한 개발을 거쳐 현재는 개인용 3D 프린터를 구비해둘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가격대로 형성돼있다. 그러나 VR기기는 장비 자체에 들어가는 부품들의 비용이 고가로 형성돼 기본적으로 100만 원은 가볍게 뛰어넘는다. 또한 프로그램을 새로 만든다는 것 역시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3D 프린터에 비해 대중들에게 보급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손 담당자는 현재는 체험하러 온 사람들에게 간단히 소개를 해주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난 후에는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VR기술의 가능성을 밝혔다. 또한 아무래도 VR장비는 고가이다 보니 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본인이 가져온 프로그램이 있다면 검토 후 적극적으로 사용 가능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VR은 더는 예전의 상상이 아닌 현실로 구현시키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과연 VR기술이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VR의 발전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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