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 왜 여기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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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 왜 여기에 있나
  • 이예빈 기자
  • 승인 2019.10.0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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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부모님의 딸이자 남동생의 누나이다. 대학생이 되면서 사학도, 학보사 기자, 동아리 회장 등 여러 역할을 맡아 일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몸은 하나인지라 많은 일을 하려니 벅차고 힘들다. 나는 오늘도 주위 사람들의 역할기대에 치이고 역할행동의 무게에 짓눌린다. 역할기대란 개인의 역할에 알맞은 행동이나 태도 등을 가정하는 것이고 역할행동은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말한다.

어느새 왜 이 일을 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초심을 잊어버렸다. 지금 당장 힘들다는 생각에 휩싸이며 맡게 된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다. 어떤 역할을 맡을 때마다 처음에는 열의와 두근거림을 가지고 하지만 결국에는 부담감, 버거움만 남는다.

이렇게 살다 보면 이른바 현타’(‘현자타임또는 현실자각타임의 줄임말로 어떠한 행동 또는 욕구 충족 이후에 밀려오는 무념무상의 시간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찾아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현타가 오면 처음에는 세상 모든 게 싫어진다. 내 주위 모든 걸 부정하고 주위 사람에게 이 힘든 시간의 책임을 돌리고 탓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그제야 왜 내가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다. 현재 상황에 대해 생각하다가도 결국 결론은 못 내린 채 또 버거워하며 일한다.

나는 요즘 매일 맡은 일을 포기하고 싶고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하다. 이게 그 유명한 대2병인가 싶기도 하다. 2병은 대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무기력증, 우울증 등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려고 닥치는 대로 일하고 그러다 감당하기 힘든 일까지 맡아 그나마 있던 자신감도 사그라들고 자존감도 떨어진다.

하지만 포기할 용기도 없고 내가 한 선택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책임을 느껴 맡은 것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외면한다. 선택한 것에 대해 사람마다 느끼는 책임 의식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여러 명언을 남긴 바바라 홀은 지금까지 당신이 만들어 온 의식적, 무의식적 선택으로 인해 지금의 당신이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선택의 무게,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는 무겁다. 내가 어떤 상태에서 선택했든 내가 선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단 나는 아직 포기할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하기로 한 해야 할 일을 한다. ‘누군가에게 민폐 끼치지 말자’, ‘기왕 맡은 거 끝까지 해보자라고 생각하며 또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살 테지만 별수 없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한번은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바쁘게 사는 한 선배에게 물어봤다. “포기하고 싶은 적 있으셨나요?” 그 선배는 나에게 이렇게 답했다. “시간적으로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을 때 맡은 일을 포기하고 싶었어.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여러 일을 해내면서 성장했고 배운 것도 많아

나는 20살에서 21살로 넘어가고 있는 대학교 2학년생이며 지금 안동대학교에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과거의 나에게는 하고 싶은 일들이었다. 지금의 고통이 성장통이라면 나는 이 시기를 견뎌내고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군가, 왜 여기에 있는가. 수많은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이 순간에 데려다 놓았다. 나는 또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내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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