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구실 못하는 영주댐, 철거만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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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구실 못하는 영주댐, 철거만이 답인가?
  • 서영건
  • 승인 2019.10.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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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하천수질개선목적의 댐
상류오염원이 수질악화의 큰 원인
존치와 철거 논란 속 댐의 운명은
지난달 18일, 영주댐에 담수가 시작된 모습이다.
지난달 18일, 영주댐에 담수가 시작된 모습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18일 시험 담수를 통해 영주댐의 안전성 평가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201610월에 댐을 완공한 지 211개월 만이다. 이번 시험 담수는 발전기 부하시험을 겸해 영주댐 시설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영주댐이 위치한 내성천의 생태·환경 전반을 종합 진단하는 데 목적을 둔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댐의 처리방안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계획이다.

수질개선용인가 녹조배양소인가

영주댐은 낙동강 유역 수질개선을 위한 하천유지용수 확보와 홍수피해 방지, 경북 북부지역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건설됐다. 이는 봉화, 영주, 예천을 거쳐 낙동강에 합류하는 내성천 중상류에 댐을 짓고 내성천의 1급수를 댐에 저장한 뒤 낙동강 수질이 악화됐을 때 이를 희석한다는 원리다. 댐을 이용해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시도는 국내에서 첫 번째다. 하지만 영주댐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댐 상류의 수질이 댐 건설 전보다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영주댐의 녹조현상은 댐을 완공하기 전인 20167월 시험담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남조류에 의해 극심한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다음 해인 20177월에는 5급수보다도 낮은 수질이라는 것도 알려졌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17717일에 공개한 수질 자료에 의하면 영주댐 일대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측정값이 12.2mg/5급수의 기준값인 10mg/이하에도 못 미쳤다.

주요 원인은 축산 폐기물

지난달 18일에 찾은 영주댐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드넓은 호수 대신 밑바닥에 녹색의 강물이 흘러가고 있었고 둑은 그저 강 한복판에 우뚝 서 있을 뿐이었다. 담수하지 않은 지 오래됐음을 방증하듯 댐 내의 선착장 진입로는 선착장이 아닌 댐 바닥으로 향하는 진입로가 됐다. 물이 찼을 때 수면에 떠 있어야 할 선착장은 댐 바닥에 그저 앉아있었다. 물을 흘려보낸 지 17개월이 지났다. 댐 인근 지역에서는 영주댐에 담수를 개시하라는 현수막과 댐을 철거하라는 현수막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 영주댐의 저수율은 0.2%에 불과하다. 수문은 물론이고 하천의 모래를 흘려보내기 위한 배사문도 개방해 영주댐으로 유입되는 물을 전부 방류하고 있다.

영주댐의 총 저수용량은 18,110로 안동댐(124,800)의 약 1/7 규모에 불과하지만 유역면적은 500로 안동댐(1,584)의 약 1/3 규모에 달한다. 댐의 규모에 비해 유역면적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는 결국 오염원의 유입을 댐이 버텨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영주댐의 축산계 오염원은 가축사육 두수가 5,472마리/로 타 댐보다 월등히 많고 토지계 오염원 역시 농경지 비율이 21%로 타 댐(대청댐 16%, 합천댐 15%, 소양강댐 5.6%)에 비해 많은 실정이다.

이외에 생활계 오염원도 하수처리율이 63%로 경상북도 평균치인 80%보다 현저히 낮다. 김영훈 환경공학과 교수는 댐 상류의 축산시설들이 배출하는 축산 폐기물(축분)이 수질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댐 건설 시점에서부터 이미 상류에 축산시설이 많았는데 댐을 짓는 과정에서도 축사가 늘어났고 지금은 훨씬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수질개선이 목적이면 상류의 수질을 깨끗하게 관리해야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오염원을 제대로 파악해야했다댐 건설을 시작할 때 수질은 이미 그 위의 상류오염을 고려해보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태였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9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관계기관과 협의로 하수처리시설을 확대(27개소), 축분처리시설을 확충하는 등 댐 상류 유역의 환경문제 대응에 나선다. 이를 통해 총인(T-P, Total Phosphorus)기준 배출부하량을 최대 26.7% 저감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예정이다.

모래 강의 가치

지역 환경단체 내성천 보존회20142한국수자원공사 국토부 등을 대상으로 영주댐 공사중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 영주댐 공사 이후 2년 만에 내성천 하류는 황폐하게 변해버렸고 모래의 유실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지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 강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고 기재해 내성천의 가치성을 주장했다.

내성천의 가치와 영주댐 건설의 영향은 예천군에 위치한 회룡포의 모래톱으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내성천은 모래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강변으로 회룡포마을에서 물돌이마을을 만든다고 소개한다. 회룡포는 금빛 백사장이 그림같이 펼쳐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해온 곳으로 지난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6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영주댐 완공 이후 회룡포의 모래톱이 갈대와 잡목이 무성한 자갈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홍수가 나면 상류에서 모래가 내려와 하천이 하얀 모래밭이 됐다그 모래밭을 통해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물을 정화했지만 댐을 건설함으로써 댐 건설 전만큼의 모래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그 영향으로 모래가 내려오지 않으면 하류는 딱딱한 땅이 되는데 이미 영주댐 하류는 육지화가 진행돼 기존 모래톱이 있던 자리에 사람 허벅지만한 버드나무가 뿌리내려 자라나고 있다고 밝혔다.

영주댐 상류의 수질이 악화되는 것도 내성천의 모래 강이 댐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준경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모래에 붙어사는 수많은 미생물은 강의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수서곤충, 물고기들의 먹이가 된다모래 알갱이 간의 공극은 모래 댐 역할로 물을 저장하고 용존산소 공급과 자연 필터 역할로 강의 생명을 잉태하고 수질을 정화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영주시는 영주댐 공사기간 중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댐 상류에서 290의 모래를 준설하고 골재로 매각해 170억의 수입을 얻었다. 이 때문에 내성천의 정화능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해체보단 오염원 해소가 우선

김 교수는 댐을 폭파하자, 철거하자, 필요하면 철거하자는데 그게 급한 게 아니라 상류 오염원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했다. 상류 오염원이 증가한 이상 지금까지 방류해온 상태와 댐을 허문 후의 수질이 비슷하다면 댐을 허무는 것보단 오염원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예시로 우리가 어릴 때 어떤 모형을 만들어보고 뭔가 잘못됐으면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됐을 때 부수는 게 맞지, 잘못된 점을 발견했다고 바로 부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어 “1조 이상의 세금을 들여 지은 댐이기에 우리가 수질오염을 조절할 수 있다면 댐을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게 맞다.”“2~3년 정도 물을 담아보며 오염원 해소의 노력도 병행한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허물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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