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모티콘은 새로운 언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2015년 5월 19일 기사 중 일부다. 이모티콘은 emotion(감정)과 icon(조각)이 합쳐져 감정을 나타내는 조각이라는 뜻으로 우리말로 그림말이라 부른다. 어떻게 과거 단순한 감정전달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던 이모티콘이 현재는 커다란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텍스트와 문자만을 조합해 사진이나 그림을 표현하는 것을 아스키아트라 부른다. 지금의 이모티콘 원조라 할 수 있는 아스키아트는 과거 pc 통신 시절 jpg와 gif가 없어 로그인 화면이나 타이틀 등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시초다. 그러나 인터넷 회선망의 발달로 그림이나 사진파일을 전송할 수 있게 되자 아스키아트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아스키아트의 발전은 훗날 피처폰의 대중화로 사람들이 문자를 조합해 전보다 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초석이 됐다. 웃음을 표현하는 ^^, 울음을 표현한 ㅠㅠ등 표정을 한 이모티콘부터 하트 문양을 일정하게 나열해 큰 하트 이모티콘을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했다.
현재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된 이모티콘은 크게 동양식과 서양식으로 나눌 수 있다. ㅇㅅㅇ, ㅡ_ㅡ등과 같은 동양식 이모티콘은 주로 눈이 중심이 된 정면 표정묘사가 대부분이다. 반면 :), XD와 같이 서양식은 입 모양 강조가 특징이다.
이모티콘은 피처폰과 pc를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왔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전성기를 맞이한다. ‘아묻따 떡!볶!이!’ 이모티콘을 개발한 서초록(필명)과 양선영(29세·의정부) 작가들(작가)은 사람들이 이모티콘을 쓰는 이유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글로 대화할 때 감정 표현이 서툴러 표현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더 확실한 표현을 위해 이모티콘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스마트폰보급으로 인해 이모티콘은 두 번의 큰 변화를 맞이했다. 첫 번째는 하나의 그림으로 전달 방식이 바뀐 점이다. PC 자판은 공간이 한정적이므로 이모티콘을 자판에 넣을 수 없었으나 스마트폰은 터치 한 번으로 자판을 변경할 수 있다. 덕분에 글자를 조합할 필요 없이 완성된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고정된 이모티콘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좀 더 다양한 감정을 전달 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의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한 7,330억 원을 기록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또한 2013년에 ‘움직이는 스티콘’, 2014년에 유명 아이돌그룹 ‘걸스데이’의 실제 움직임과 말풍선을 결합해 팬을 겨냥한 ‘리얼콘’도 출시했다. 작가는 “이모티콘을 만들며 ‘나였으면 이런 내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간략하고도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의 대표 이모티콘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멤버는 각각 다른 스토리와 성격, 귀여운 외모 등을 통해 이모티콘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가의 경우 “여성을 이모티콘 구매자의 타깃으로 선정해 감정이입이 쉽도록 여자아이 캐릭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프렌즈’는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캐릭터산업백서국내 캐릭터 호감도 순위에서 2위 뽀로로(10.4%)를 제치고 28.1%라는 높은 수치로 1등을 차지했다. ‘카카오프렌즈’는 2015년 카카오에서 독립 후 지난해 7월 ‘카카오IX’로 재탄생해 이모티콘에 국한되지 않고 모바일게임, 유튜브 애니메이션, 상품 판매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2014년 현대백화점 신촌점을 시작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상품판매를 시작했고 현재 국내에 총 25개의 상점을 입점시켰다. 인형·피규어 같은 기본적인 캐릭터 상품을 비롯해 생활용품, 의류, 식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직접 카카오 프렌즈샵에서 물건을 구매해본 최은혜(창의융합·19) 학생은 “지점마다 인테리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이벤트를 자주 한다. 또한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룡(생활복지·19) 학생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의 디자인이 귀여워 프렌즈샵을 찾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카카오 프렌즈샵의 영업전략은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실제 2016년 ‘카카오IX’의 매출은 705억 원이며 2017년에는 38.4%나 증가한 976억 원을 달성, 지난해에는 1,000억을 돌파했다. 세계 시장에도 발을 내딛는 카카오IX는 일본과 중국에 이미 팝업스토어를 입점했으며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에서도 캐릭터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처럼 카카오프렌즈의 경우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발을 넓히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 이모티콘 시장 전망에 “이모티콘 시장 자체는 그 시대에 유행하는 플랫폼에 따라 형태를 바꿔 지속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 이모티콘은 일종의 메신저 콘텐츠고 메신저 시장이 살아있는 한 이모티콘의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언어인 이모티콘은 세계로 뻗어 나라마다의 특징이 생기고 변화했다. 이모티콘은 나라의 고유어와 달리 특별한 지식 없이도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이모티콘이 보디랭귀지를 능가하는 만국공통어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모티콘 시장의 변화와 성장 가운데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이모티콘이 나올지 그 앞날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