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명의 ‘낙동강’ 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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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명의 ‘낙동강’ 오리들
  • 김미애 기자
  • 승인 2019.09.04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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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이곳의 가망은?”
편제 미흡, 정비 시급

지난 3월 우리대학에는 새로운 학부가 등장했다. 그 이름은 창의융합학부.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고 학생들의 다전공 이수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됐다. 이곳에 속한 220명의 학생은 올해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로 나눠져 입학했다. 신입생은 1학년 때 학문의 기초가 되는 교양 교과를 이수한 후 이듬해에 다른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을 담당하는 직원은 2명으로 한 사람당 신입생 100여 명의 학사관리를 책임져야 한다. 또한 단과대에 속한 학과는 학과의 업무와 단과대의 업무가 분리돼있어 업무의 분담이 확실하다. 그러나 창의융합학부는 독립학부인 데다 단과대가 없어 원활한 학부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곳은 조교가 아닌 직원이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인사이동이 잦은 행정직원들은 업무에 익숙해지기 어려우며 업무 과부하로 깊이 있는 고민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학부()사무실은 학생들과 직접 마주하며 편의와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인력이 부족해진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수진은 어떨까. 지난 514일 우리대학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된 안동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에 따르면 창의융합학부를 비롯한 학부·과에서 총 7명의 교수를 모집했다. 그러나 이번 학기 신임 교수는 6명뿐이다. 창의융합학부에서 근무할 교수가 채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문사회계열은 학부장이 전담하지만 이공계열을 꾸준히 전담할 교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새로운 학부의 불안한 행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달 6대학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2021년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부터 정부의 인위적인 정원감축 없이 대학 자체계획에 따라 적정규모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대학지원사업의 기준이 되는 평가 요소에 재학생 충원율과 신입생 충원율의 지표 배점을 크게 높였다. 그 결과로 대학은 스스로 인원을 조정해 재정지원 사업 선정에 임하게 된다. 여기서 재학생 충원율은 교육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는 데 결정적인 요건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입학한 학생들을 우리대학 내에서 따 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해당 학부 학생들이 2학년이 되는 내년은 어떨까. ‘창의융합학부 학생의 학과()전공 선택 및 배정 지침2(지원 범위)에 따르면 이들은 사범대학과 간호학과를 제외한 다른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창의융합학부에 과연 몇 명이 남을지 의문이 생긴다. 매년 달라질 해당 학부의 학생 수 그리고 그에 따라 변경되는 교육행정을 위한 계획이 시급해 보인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피해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지금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 만들어진 학부가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의미 없고 답도 나오지 않는 회의를 무작정 많이 진행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란 힘들다.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해당 학부가 무엇을 위해 설립한 학부인지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확실한 목표와 이를 향한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교수진을 배치해야 한다. 또한 해당 학부를 깊숙이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인력을 꾸려야 한다. 편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학부가 무엇을 위한 학부인지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남은 한 학기가 우리대학 창의융합학부의 평판을 좌우할 것이다. 전체 입학정원의 15%가량 되는 인원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어느 행사장을 가더라도 듣는 경북 유일의 국립종합대학이라는 슬로건이 부끄럽지 않은 학교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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