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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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19.09.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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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꿈을 안고 입학한 대학교. 나는 학교에서 만난 너를 롤모델로 삼았다. 너는 성격이 정말 좋았고, 주변 사람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었다. 그냥 처음에는, 나도 너를 많이 닮고 싶었다. 사람 좋다는 소리와 항상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는 너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허점과는 거리가 멀고 모든 면에서 완벽했으니 말이다.

어쩌다 너무 너만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과생활도 하면서 다른 학과 학우들도 많이 만나고 싶었기에 동아리에 들었다. 지금 내가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이 될 것이라고 그 누가 알았을까.

, 처음 시작은 그랬다. 내가 어릴 적에 테니스를 잠깐 배운 기억으로 자신 있게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기도 하다. 어릴 때 잠깐 배운 것으로 대학교에 와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부끄럽다. 동아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재능이 넘치는데 취미로만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활동을 열심히 하고 보니 어느새 2학기에는 부회장을 하며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았지만 한편으로 내가 이 집단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져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는 꿈이 많았다. 너를 많이 닮고 싶었고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후에 좋은 곳에 취직하고 싶었고 대학교에서만큼은 좋은 친구도 많이 만나고 싶었다. 3학년이 되고 돌이켜보니 내 꿈의 반은 이룬 것 같다. 좋은 친구가 많이 생겼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심적으로 얻은 게 굉장히 많다고 느꼈다. 너를 닮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단순했다. 주변에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대외활동과 사람을 좋아하고, 바쁘게 지내는 게 좋았다. 또 행사를 기획하고 직접 이끌어간다는 게 좋았다. 그 당시 생각으로는 내가 했을 때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느낀 것이 총동아리연합회였다. 우연스럽게도 그동안 내가 쌓아온 경험들은 회장직에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줬다.

회장이 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학교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전년도 총동아리연합회에서는 어떤 것을 했는지, 집행부는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준비를 하다 보면 막힐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항상 너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너는 나에게 많은 것을 줬는데 나는 도움이 됐을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요즘은 꽤 멀게 느껴진다. 너도 나도 제 갈 길을 찾아간다는 느낌이 들고, 이제는 서로의 일 때문에 잠깐 보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여전히 너는 나에게만큼은 완벽한 사람이고, 롤모델이다.

간간이 너는 힘드냐고 물어본다. 글쎄/......./ 생각보다 힘들다. 매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해도 항상 문제가 조금씩은 생긴다. 우리 집행부는 행사를 진행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말 많은 시간을 쏟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아야 하며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은 단지 경험뿐이다.

이제와서야 깨달았다. 너는 나에게 힘들었던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고, 내 투정을 묵묵히 다 받아줬다. 왜 너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비단 생각해보면 가끔은 티를 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뜬금없이 오늘은 술을 마셔야겠다든지, 내일은 쉬어야겠다든지 말이다. 은연중에 생각해보니 너는 그게 힘들다는 표현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가 성장하기 전까지 너의 울타리 안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그 울타리 밖에서 많은 학생들이 동아리활동 또는 대외활동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한다. 너를 알고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와 너무 늦었지만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준 너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가끔 맥주 한 잔 기울이던 그 벤치에서 근황을 나누는 우리를 상상한다.

박성빈(전자·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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