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장과 김복동, 극일의 소용돌이 가운데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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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장과 김복동, 극일의 소용돌이 가운데 서다
  • 박민재 기자
  • 승인 2019.09.0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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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품 불매운동(일본 불매운동)이 두 달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극장가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다룬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 독립영화 주전장김복동은 불매운동 분위기에 힘입어 이례적인 약진을 보인다.

독립영화란 제작사나 투자자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만드는 영화로, ‘독립은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뜻한다. 독립영화는 시장 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사회 문제를 자주 다룬다. 따라서 독립영화의 흥행은 사회적 관심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작년 독립영화를 찾은 관객은 110만 명이다. 그중 절반이 세월호 문제를 다룬 그날, 바다를 봤다. 이는 독립영화가 사회 분위기에 얼마나 민감한지 잘 알려주는 사례다. 안동중앙시네마 한철희 대표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독립영화가 주목받고 있다일본군 위안부를 다루는 의미 있는 영화가 사회 분위기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게 돼 기쁘다고 했다.

안동 문화의 거리에는 독립영화만을 상영하는 안동중앙시네마가 있다. 중앙시네마는 지난 8월부터 주전장김복동을 상영하고 있다. 두 영화의 관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 독립영화 113개를 상영했고 110만 관객을 불러모은 것을 참고하면 독립영화 관객 수는 작품 당 1만 명 정도가 평균치다. 특정 영화에 관객이 몰리니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주전장은 개봉 3주 만에 누적 관객 수 3만을 돌파했고 김복동은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수 5만을 가뿐히 넘겼다. 한 대표는 추석까지 영화 상영을 계속할 생각이다두 영화는 전보다 최소 3~4배 많은 관객 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화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유튜버 미키 데자키 감독 작품이다. 영화는 감정보단 논리의 언어로 일본군 위안부를 서술한다. 일본 우익 세력을 비판하지만 악으로 지정하고 감정적으로 공격하진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지만 눈물겨운 신파는 없다. 영화는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두 집단의 정 반대 주장을 교차시킨다. 이 과정에 선과 악은 없다. 새로운 정보와 주장, 사실 확인이 반복될 뿐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은 일관성이 없고 강제로 끌려갔다는 결정적 증거 또한 없다. 미군 문서에 일본군 위안부매춘부혹은 직업적 종군 매춘부라고 명시돼 있다. 영화는 이런 사실들을 미국 대학생들에게 들려주고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며 시작한다. 관객의 불편함이 가시기도 전에 영화는 일본 우익 주장의 허점을 지적한다. 치열한 사실과 논리의 전쟁이 계속된다. 영화 주전장은 관객을 편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계속해 관객을 위안부 논쟁의 주 전장으로 밀어 넣는다.

미키 데자키 감독이 주전장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일본군 위안부의 본질은 정치외교도 아닌 인권 문제란 것이다. 주전장은 혼란스러운 소용돌이에서도 이 사실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영화 '김복동' 스틸컷 자료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김복동은 지난 1월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김복동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투박하고 정직한 연출은 그 자체로 크게 매력이지 않다. 하지만 정직한 연출과 김복동의 삶이 만날 때 영화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 영화 김복동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방법은 수려한 스토리텔링도 훌륭한 연출도 아니다. 김복동의 삶 그 자체가 사람들을 울린다. 김복동은 대한민국에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세계를 누빈다.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서는 그녀는 마치 영웅 같다. 하지만 김복동에겐 초능력은커녕 제 한 몸 가눌 힘조차 없다. 그녀는 눈도 거의 보이지 않고 항암치료를 받는 90세 노인일 뿐이다. 끝도 승산도 보이지 않는 싸움에 언제나 선봉장으로 나서야 하는 부담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나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느끼는 좌절감, ‘김복동은 이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화면 속 마이크를 잡고 당찬 연설을 이어나가는 김복동의 모습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다.

 

주전장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을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방식은 매우 다르다. 주전장은 일본군 위안부를 보다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다룬다. 반면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자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뜨겁게 그려낸다. 각기 다른 매력의 두 독립영화는 관객들에게 일본 불매운동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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